[사설] "벤처기업 육성은 시장에 맡겨 달라"는 벤처인들의 호소

입력 2017-11-29 17:51  

오죽 답답하면 민간서 '벤처발전 5개년 계획' 내놨겠나
규제 혁파해 시장이 주도하는 벤처 생태계로 바꾸고
정부는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패자 부활' 도와야



“정부가 규제를 혁파하면 좋은 일자리 200만 개를 새로 만들겠다.” 벤처기업협회 등 8개 단체로 구성된 혁신벤처단체협의회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혁신벤처 생태계 발전 5개년 계획’을 내놨다. 민간단체가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 목표와 과제 등 5개년 계획을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민간 중심의 정부정책 혁신을 요구하면서 정부의 신속한 이행을 촉구했다.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으면 더는 못 참고 일어설 수밖에 없었는지 절박한 심정이 읽힌다.

벤처단체가 제안한 5개년 계획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규제 개혁’이다. 클라우드·데이터 규제 혁신, 배임 적용 개선 등 법 체계 혁신이 선결 과제로 꼽힌 점이 그렇다. 규제 개혁은 12대 정책 제안 중에서도 첫 번째로 꼽혔다.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특별법화하고, 스타트업 관련법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라는 내용이다.

벤처투자를 선진국 수준으로 늘리기 위해 규제완화가 시급하다는 제안도 내놨다. 크라우딩 펀딩 규제 개선과 대기업의 벤처투자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요구가 그것이다. 특히 벤처단체가 대기업의 인수합병 투자를 위축시키는 규제는 벤처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한 점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가 국내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을 처음으로 인수해 화제가 되고 있지만, 이런 일이 시장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야 한국 벤처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가 부처 합동으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했지만 벤처 현장의 목소리는 이렇게 다르다.

벤처단체는 시장이 주도하는 벤처 생태계와 함께 정부가 꼭 해야 할 역할인 인프라 확충도 제안했다. 창업 안전망이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한국 청년들은 모두 공무원을 꿈꾸는데 이런 경우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했지만,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벤처단체도 지적했듯이 한 번 실패하면 바로 낙인이 찍히는 사회에서 누가 쉽게 창업하려고 들겠느냐는 것이다. 실패 경험 없이 새로운 도전을 위한 축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성실 실패자에 대한 재도전 기회 부여, 연대보증 면제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이 나왔지만 창업 안전망 확충을 위한 ‘스타트업 공제제도’ 도입은 정부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평소 일정 금액을 납부한 벤처기업이 성실 실패로 판명될 경우 재창업을 지원할 공제사업을 운영하자는 아이디어다. 우수한 인력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창업·재창업을 가능하게 하자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화답할 차례다. 벤처 현장에서 쏟아지는 이런 주문은 정부가 정책으로 받아주고 국회가 법 개정 등으로 수용해야 꽃을 피울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 강조한 ‘민간 활력 극대화’도 규제 개혁과 창업 안전망 등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한국 벤처가 글로벌 시장에서 날개를 달기 위해서도 벤처 생태계 선진화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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