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산수화 통한 깨달음의 미학

입력 2017-11-29 18:17  

정주영 개인전 '풍경의 얼굴'


[ 김경갑 기자 ] 정주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교수(48)는 오랜 기간 단원 김홍도와 겸재 정선의 작품을 서양화 기법으로 재현해오고 있다. 단원과 겸재의 작품에 등장한 장소에 직접 가 산과 바위의 형세를 옮겼다. 2004년부터는 북한산 일대 경치와 풍경에 빠져들었다. 10년 이상 열정과 끈기로 일궈낸 ‘정주영의 풍경화’가 조선시대 대가들이 구현한 산수화의 현대판처럼 보이는 까닭이다.

다음달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정 교수의 개인전 ‘풍경의 얼굴’은 생물처럼 살아 움직이는 산과 산세에 대한 감흥을 화폭에 잡아내는 데 얼마나 고심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작가 자신의 손을 묘사한 작품을 빼고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전시장을 채운 30여 점의 풍경화는 모두 몇 년 새 수십 차례 현장 답사로 일군 대표작이다.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정 교수는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에서 개념미술가 얀 디베츠 교수에게 마이스터실러(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9년 금호미술관에서 처음 개인전을 연 그는 경주 아트선재미술관, 몽인아트센터 등에 초대되며 ‘이머징 스타’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북한산과 바위를 그린 작품들은 현대적인 추상화처럼 다가온다. 물기라고는 없는 아마 천에 수십 차례의 거친 붓질이 쓸고 지나간 흔적이 선명하다. 어떤 바위는 노신사의 근엄한 얼굴로, 어떤 바위는 상상 속 괴물의 얼굴처럼 보인다. 정 교수는 2016년 작 ‘북한산 No.45’와 ‘북한산 No.46’을 가리키며 “북한산 오봉 중 두 바위인데 노란색이 많이 담겨 옥수수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여성의 가슴을 떠올리며 작업했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산의 형세를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인물이나 동물의 형상을 찾아 화폭에 옮겼다. 결국 산을 바라보며 눈이 먼저 자연스럽게 형태의 변신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정 교수는 “인체 같기도, 동물 같기도, 사물 같기도 하지만 조금만 위치를 달리해서 보면 그 형상들도 금방 흩어진다”며 “산의 일부가 어떤 형상을 닮았다기보다는 인간이 어떻게 보고 싶은가의 문제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가 자신의 왼손 부분을 세세하게 묘사한 작품들도 손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그 안에 골짜기도 있고, 바위도 있는 듯 산처럼 보인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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