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모의 데스크 시각] 적폐청산 출구 모색할 때다

입력 2017-12-03 17:34  

장진모 정치부장 jang@hankyung.com


검찰이 적폐청산의 칼날을 한창 휘두르던 지난달 중순. 한 실세 장관은 사석에서 “예산안이 법정시한(12월2일) 내 처리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비관했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협조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였다. 그의 우려대로 내년 예산안(429조원)의 기한 내 처리가 무산됐다. 공무원 증원 예산 등에서 여야가 절충점을 찾지 못한 탓이다.

세밑 나라 안팎의 정국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 북한은 최근 미국 백악관까지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성공하고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그런데 북핵 해법에 대해 한·미 간 서로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공개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을 걱정하신다”고 털어놓았다.

적폐공방에 민생국회는 공회전

나라가 누란지위(累卵之危)인데도 정치권은 적폐공방에 함몰돼 있다. “국민만 바라보고 나아가겠다”는 여당의 오만함과 “우리를 적폐로, 박멸의 대상으로 보는데 협치가 되겠느냐”는 야당의 무책임에 민생국회는 겉돌고 있다. 박근혜·이명박 정부의 권력기관에서 한자리 한 인사들이 줄줄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서 망신을 당하고 있다. 검찰에 소환되는 동료 의원들이 늘어나자 한국당에선 “적의 폐를 찌르는 게 적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이 구속적부심에서 석방된 것을 계기로 적폐청산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고건 전 국무총리는 지난 1일 공개한 회고록을 통해 “적폐청산은 특정 세력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정치보복 논란에도 청와대가 적폐청산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문 대통령 지지율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75%였다. 취임 7개월 기준으로 YS(김영삼)에 이어 역대 2위다. 통상 대통령 인기는 정책보다 야당과 여권 내 차기 지도자에게 더 영향받는다. 제1 야당은 아직 계파 싸움 중이다. 수권능력을 의심받을 정도다. 반사이익은 문 대통령 몫이다. 민주당 내 차기도 안갯속이다. 그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툭하면 ‘문빠’들에게 공격당한다.

치유의 리더십만으론 부족

7개월째 이어진 ‘코드 인사’ 논란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탈(脫)원전 등 설익은 정책으로 사회적 갈등만 키운 정책실패에도 지지율이 꺾이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박근혜 기저효과’와 맞물린 문 대통령의 ‘개인기’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가는 곳곳마다 셀카 모델을 자처한다. 지난달 3일 소방의날 행사에서 소방대원들에게 포위된 채로 셀카 기념사진을 찍는 문 대통령의 모습은 ‘룰러(ruler)’가 아니라 ‘힐러(healer)’로 다가오기에 충분하다.

참모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사회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게 체화된 분이라고 한다. 셀카 한 컷 한 컷을 연출로 볼 수도 있지만 문 대통령의 진정성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약자를 배려하고 스스로 몸을 낮추는 겸양의 리더십은 꼿꼿하고 차가웠던 전임자와 오버랩되면서 그 효과가 배증된다.

하지만 치유의 리더십만으로 국정을 계속 이끌어갈 수는 없다. 당장 예산안 처리가 발등의 불이다. 야당의 협조와 타협 없이는 불가능하다. 야당이 생떼를 부린다고 해도 국정운영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적폐청산의 ‘출구’를 모색해야 할 때다.

장진모 정치부장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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