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병아리 같다"는 조롱에 고향 사람 때려죽인 러시아인

입력 2017-12-15 09:50   수정 2017-12-15 18:51


“너 병아리 같다”며 자신을 놀렸다는 이유로 같은 고향 사람을 때려 숨지게 한 러시아인이 사건 발생 5개월만에 검거됐다.

15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폭행 치사 혐의로 러시아 국적의 A씨(36)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A씨는 지난 7월 24일 새벽 서울 중구의 한 편의점 앞에서 동료 4명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동향의 피해자 B씨(21) 일행 두 명과 합석했다. A씨는 독수리를 흉내내며 전통춤을 추다가 B씨가 “네가 추니까 병아리 같다”고 놀리자 격분했다. 결국 5대 2로 패싸움이 붙었다. 하지만 B씨 측 1명은 곧바로 도주했고, B씨가 이후 추가로 데려온 또다른 1명이 합세했으나 상대 측 기세에 눌려 숨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거의 2시간 동안 집단 폭행을 당한 B씨는 투숙하던 모텔로 돌아오던 중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한달 뒤 뇌출혈로 사망했다. 가해자 5명과 피해자 3명 모두 러시아인으로, 가해자 중 A씨를 포함한 3명은 불법 체류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국내 공사장 일용직을 전전하며 모텔이나 여관에서 숙식을 해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3명은 모두 정상적으로 발급된 비자를 소지하고 있었다.

경찰은 사건 발생 한달만인 지난 8월 경기도 평택의 한 공사장에서 일당 가운데 1명을 검거했으며 이어 이달 13일 저녁 강원도 평창에 있는 일용직 근로자 숙소에서 A씨를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붙잡히지 않은 2명을 계속 추적하는 한편 이미 러시아로 출국한 1명에 대해 러시아 사법당국에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현진/민경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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