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인세 래퍼곡선' 제대로 논의해 보자

입력 2017-12-21 18:08  

미국 상·하원이 어제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하는 감세(減稅)법안 처리를 마무리했다. 1986년 레이건 행정부 이후 31년 만의 최대 감세다. 내년부터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의 법인세율이 22.7% 수준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낮아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정적자가 늘고 복지 지출이 축소될 것”이라는 비판에도, 기업투자를 늘리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감세안을 밀어붙였다. 파격적인 감세 정책이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가 부작용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도 39.6%에서 내년부터 37%로 인하한다.

세계는 지금 감세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아야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는 게 각국의 판단이다. 강력한 노동개혁을 추진 중인 프랑스 마크롱 정부는 33.33%인 법인세율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25%까지 내릴 계획이다. 영국은 2020년까지 19%인 법인세율을 17%로 낮출 방침이고, 일본은 실질 법인세율을 29.97%에서 최저 20%로 내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으로의 기업 이탈을 우려하는 중국 정부도 기업비용 경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같은 세계 흐름과는 정반대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내년부터 22%에서 25%(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대기업)로 되레 올라간다. 기업의 해외 이탈과 경쟁력 약화 우려가 제기됐지만, 양극화 해소 및 복지재원 확보 등을 이유로 국회에서 증세 법안이 통과됐다. 한국 기업들은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세계 각국이 재정 압박 속에서 법인세율 인상이 아니라 인하를 선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법인세율 인하가 일자리의 원천인 기업 투자를 유인할 뿐 아니라, 성장률을 높이고 세수(稅收)를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학자인 아서 래퍼가 세율과 조세 수입의 관계를 정리한 ‘래퍼 곡선(Laffer curve)’에서 알 수 있듯, 세율이 일정 구간보다 높으면 조세 저항과 경제활동 유인 저하로 총 세수는 줄어든다.

미국 레이건 행정부는 최적 수준보다 훨씬 높던 세율을 인하해 경제를 부흥시킨 대표 사례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의 법인세율 인하(48%→34%)를 포함한 대규모 감세 정책은 1983~1988년 연평균 성장률을 4.42%까지 끌어올렸다. 감세 후유증을 우려했던 의회예산국(CBO) 예상보다 1.3%포인트 높았다. 법인세 등 세수도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10년 동안 추가로 4조4000억달러(현재가치 기준)의 재정수입을 창출했다고 한다. 과거 우리나라 노무현 정부 때도 법인세율이 인하(27%→25%)됐지만 법인세 수입은 경제성장률 이상으로 증가했다. 반면 오바마 행정부의 증세 정책은 성장률을 끌어내렸고 세수도 기대에 못 미쳤다.

미국은 점점 더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돼가고 있다. 시장은 넓고 정부 간섭은 적으면서 노동시장 유연성은 세계 최고다. 거기다 세금까지 인하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세계 기업을 유인하고 있다. 래퍼곡선의 기본 전제는 세율이 낮을수록 노동의욕, 저축의욕 및 투자의욕이 제고된다는 것이다. 법인세 경쟁에서 한국만 외톨이 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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