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이곳에 가면 알게 된다,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입력 2018-01-21 15:28   수정 2018-01-21 15:29

행복 그 이상의… 남프랑스 코트다쥐르

예술의 향기 가득 품은 지중해 소도시의 유혹

온화한 기후·눈부신 해안, 천국 같은 니스
중세를 품고 있는 '절벽 위 마을' 에즈
샤갈이 사랑한 고풍스러운 생폴드방스
너무나 로맨틱한 빌프랑쉬 수르 메르




삶이 너무 힘들고 지칠 때 사람보다 공간이 위로가 돼 줄 때가 있다. 코발트 빛 푸른 바다, 그림 같은 작은 마을, 예술혼이 살아 숨을 쉬는 다양한 장면이 마음을 다독여준다. 1년 300일에 달하는 일조량, 지중해의 햇살이 뿜어내는 싱그러운 분위기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 프랑스의 남동부 해안지역 코트다쥐르에 가면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를 알게 해준다.

코트다쥐르=글·사진 임성훈 여행작가 shlim1219@naver.com

세월의 향기 짙게 배어 있는 미로 같은 골목의 니스

프랑스 코트다쥐르의 중심 도시인 니스(Nice)는 휴양 여행지로 유명하다. 온화한 기후, 눈부신 해안은 물론 화사한 색상의 아름다운 골목이 즐비해 몸과 마음이 편해진다. 현지인들의 삶도 느긋하고 평화롭다. 니스를 누군가는 천국으로 표현했는데 잠시만 돌아다녀봐도 그 말을 쉽게 수긍할 수 있다. 도보여행의 시작은 장메드생 대로다. 신시가지의 중심인 이 도로 주변에는 고급 브랜드와 현지인에게 이름난 가게들이 나란히 모여 있어 언제나 사람들로 시끌시끌하다. 도로를 왕래하는 노면전차의 노선을 곧게 따라가다 보면 커다란 광장과 마주 서게 된다. 바로 마세나 광장이다.


이곳을 기점으로 니스는 구시가와 신시가로 나뉜다. 구시가지는 해변과 함께 니스를 대표한다. 빅토리아 여왕이 직접 초콜릿을 사러 왔다는 메종 아우어, 유서 깊은 생트 레파라트 대성당 등의 볼거리가 여행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미로처럼 얽혀 있는 좁은 골목, 세월의 때가 짙게 배어 있는 파스텔 색조의 건물들 역시 아름다운 자태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구불구불한 구시가의 길은 또 하나의 광장으로 이어진다. 노천시장이 들어서는 살레야 광장으로 구시가에서 가장 활기찬 장소다. 주로 꽃과 과일, 채소 등을 팔고 있다.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파는 노천 식당도 많아 허기진 속을 채우기도 좋다.

샤갈·마티스가 반한 온화한 햇살·아름다운 파스텔 색조

니스의 프로므나드 데 장글레는 파리의 샹젤리제와 더불어 프랑스를 대표하는 유명한 거리다. 18세기 후반 온화한 기후와 지중해의 코발트 빛 바다는 영국인들을 니스로 끌어당겼다. 특히 해안가를 따라 이어진 아름다운 길은 영국의 비와 추위를 피해 휴양온 그들을 완벽하게 매료시켰다. 이 길을 산책로로 정비하기 위해 영국인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고 많은 돈을 기부했다. ‘영국인의 산책로’라는 뜻의 프로므나드 데 장글레라는 이름이 붙게 된 연유다. 7㎞에 달하는 산책로는 니스 사람들이 조깅, 산책, 자전거 등을 즐기는 장소다.

언덕에 자리 잡은 콜린성에 서면 바다와 어우러진 니스의 전경이 환상적으로 눈앞에 펼쳐진다. 높은 건물이 없는 니스에서 이보다 훌륭한 전망을 자랑하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다른 이름으로는 캐슬 힐이라고도 불린다. 과거에는 이곳에 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성의 정상까지 단숨에 올라갈 수 있다.


니스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색조와 온화한 햇살은 많은 예술가에게도 깊은 영감을 선사했다. 마세나 광장을 지나 시장이 끝나는 지점까지 걸어가면 앙리 마티스가 머물면서 작업실로 사용했던 낡은 맨션이 보인다. 그는 파블로 피카소와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로, 1차 세계대전 이후 니스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했다. 현재 그가 지냈던 맨션은 개인 소유로 들어가 볼 수 없지만 시미에 지구에 그를 기념하는 미술관이 있어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시미에 지구에는 현대 미술계의 또 다른 거장인 마르크 샤갈의 작품을 전시한 샤갈 미술관도 있다. 샤갈 미술관에서 만나는 그의 작품은 하나같이 예술적으로 강렬한 느낌을 준다.

특히 화려한 원색으로 벽 한쪽을 가득 메운 ‘성경의 메시지’ 연작은 미술관을 나와서도 한참 동안 여운을 남긴다.

니수아로서의 자부심 중세 모습 그대로

프랑스의 모든 지역을 통틀어 이탈리아 문화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이 니스다. 음식부터 사람들의 기질, 삶의 양식까지 이탈리아의 향기가 진하다. 특히 니스 사람들의 열정적인 태도와 자세는 이탈리아 사람 못지않다. 니스인들은 파리에는 파리지앵이 있고, 뉴욕에는 뉴요커가 있다면 니스에는 니수아(Les nicois)가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자신이 니스 출신이며 이곳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대단히 자랑스러워 한다.


니수아들은 “코트다쥐르의 다른 마을에 비해 문화생활을 누릴 기회가 많고, 꽤 그럴듯한 물가로 훌륭한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지요. 게다가 공항과 큰 역이 도시 안에 있어 프랑스의 다른 지방은 물론 세계 어디로든 쉽게 떠날 수도 있어요. 물론 언제든지 환상적인 지중해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라고 말한다. 니스에서 사는 장점에 대해 열을 올리며 말을 이어가는 니수아의 뒤로 유명한 ‘니스어’의 한 문장이 보였다. ‘멍바티, 시유 니사르(M’en bati, sieu Nissart:상관없어, 나는 니스 출신이니까).’

니스 근교에 있는 에즈는 해발 429m의 산꼭대기 마을이다. 이곳에선 미로처럼 이어진 좁은 골목을 거닐고, 발 아래의 푸른 바다를 조망하며 중세로 이어진 타임슬립을 떠날 수 있다. 멀리서 보면 이 마을은 절벽에 둥지를 틀고 있는 독수리 모습 같다. 산비탈 위로 둘러쳐진 성벽, 그리고 작은 집들은 또한 견고한 요새를 연상시킨다. 먼 과거 에즈는 로마의 지배를 받았고 중세 시대에는 제노아와 모나코를 거쳐 이탈리아 사르데냐 왕국의 속국이 되기도 했다. 프랑스 품으로 다시 돌아온 것은 1861년. 이런 역사적 배경 속에서 에즈는 많은 전투를 치러야 했고 방어를 위해 건물들은 튼튼하게 지어졌다. 오늘날에도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유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마을이기에 천천히 걸어도 1시간 정도면 핵심을 둘러보는 데 충분하다. 하지만 에즈에서 느끼는 감동과 아름다움은 24시간을 꼬박 예찬해도 모자란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시력이 감퇴하고 우울증에 걸렸을 때도 에즈를 산책하는 동안은 그 모든 것에 기쁨을 느끼곤 했다. 그의 명작 《차라투스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세 번째 부분도 에즈에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완성됐다. 마을의 정상에 있는 각종 식물과 선인장으로 꾸며놓은 열대정원 발밑으로 지중해 풍경이 펼쳐진다. 이 풍경은 스웨덴의 윌리엄 왕자를 매료시켜 30년 동안 매해 여름 이곳을 찾게 만들었고 비욘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을 환호하게 했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생폴드방스

생폴드방스는 코트다쥐르에서 가장 역사가 긴 마을 중 하나다. 건물마다 많은 세월이 쌓였고 오랜 시간이 잠겼다. 자갈바닥인 골목을 걷다 보면 이런 고풍스러운 풍경으로 추억이 채워지는 그런 동네다. 관광객은 많지만 이만큼 조용한 여행지도 또 드물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마을의 분위기에 감탄하는 사람들 몇 마디가 소란함의 전부일 뿐이다. 마을을 촘촘히 잇는 샛길에는 갤러리와 아틀리에가 가득하다. 호들갑을 보태자면 한 집 건너 하나가 모두 이런 식이다. 걷는 것만으로도 예술적 소양이 쌓이는 기분이 드는 것은 그래서다. 예술가들은 이곳에서 생폴드방스를 모티브로 삶과 예술혼을 불태운다.

단일 마을로는 파리 근교의 몽생미셸에 이어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 생폴드방스다. 하지만 이 마을과 사랑에 빠진 사람이 어디 여행자들뿐일까? 거슬러 루이 14세 시절, 나날이 영토를 확장해 나가던 왕은 생폴드방스의 성벽을 시찰하기 위해 한 인물을 이곳으로 보냈다. 그는 1693년, 1700년 두 차례에 걸쳐 생폴드방스를 방문했고, 몇 달간 마을의 이곳저곳을 점검했다. 그리고 루이 14세에게 편지를 띄웠는데, 전문은 남아 있지 않지만 한 문장만큼은 지금까지 전설처럼 전해진다. “이곳의 태양은 프로방스의 어느 지역, 제가 본 어떤 마을보다 가장 아름다운 색으로 빛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 빌프랑쉬 수르 메르

작은 어촌마을인 빌프랑쉬 수르 메르를 소개한 안내 책자에는 이 마을을 ‘작지만 사랑스러운,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마을에 있는 짙은 코발트블루 색을 자랑하는 바다는 곡선 형태의 해안과 유려한 조화를 이룬다.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5개의 만’ 가운데 하나에 든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노랑, 핑크, 주홍빛의 알록달록한 빌라들과 어우러진 바다의 모습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니스와 모나코의 중간에 있는 위치는 접근성도 탁월하다. 버스를 타면 생폴드방스나 그라스에서 바로 닿을 수 있고 앙티브, 칸과도 멀지 않다.


빌프랑쉬 수르 메르에서는 무엇을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해변을 즐기거나 보트가 줄지어 있는 라 다스 항구의 레스토랑과 바에 앉아 풍경을 감상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느긋하게 쉬어도 좋지만 14세기에 만든 옵스큐르 길(Rue Obscure)만큼은 가보는 것이 좋다. 마치 비밀통로처럼 언덕 중턱의 건물들을 은밀하게 연결하고 있는 이 길은 이방인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길은 과거 상인들의 운반용 도로로 항구까지 짐을 쉽게 운송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프랑스 천재 예술가인 장 콕토(Jean Cocteau)의 흔적이 깃든 생피에르 성당도 꼭 가봐야 한다. 14세기에 건축된 유서 깊은 건물이지만 오랜 기간 방치됐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장 콕토가 성당을 꾸미기 시작했다. 특히 1957년에는 성당 내부에 하나의 그림을 남겼다.

낡고 벗겨진 벽 그대로를 캔버스처럼 사용해 성서의 내용과 어부의 삶을 표현한 벽화다. 단순해 보이지만 보는 이들에게 짙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는 소문에 이 걸작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성당을 찾는다.

여행 메모

남프랑스 지역은 렌터카 여행을 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특히 코트다쥐르 지역이 그렇다. 자동차 여행자에게만 허락하는 포토스폿, 여유 있는 시간 관리, 대중교통으로는 가기 힘든 특별한 호텔에서의 숙박 등 장점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여기에 더해 몇몇 구시가를 제외한다면 차량을 위한 도로가 잘돼 있어 운전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도시와 마을 간 거리가 가까워 운전에 부담이 없다. 단 유럽에서 운전 시 알아야 할 기본 지식과 안전 규칙을 정확하게 숙지하고 떠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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