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영국 인권운동가의 섬뜩한 여성 혐오

입력 2018-01-25 19:08  

완벽한 아내 만들기


[ 김희경 기자 ] 1773년 ‘죽어가는 검둥이’란 글을 발표하며 반노예제 운동에 앞장선 영국의 시인 토머스 데이. 그는 상류층이면서도 사회 부조리에 맞서 목소리를 낼 줄 알았다. 재밌는 이야기를 담은 아동도서를 출간해 큰 인기도 얻었다. 그런 그도 결혼과 배우자를 놓고는 보수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에겐 결혼하고 싶은 여성상이 있었다. 그리스나 로마 여신처럼 젊고 아름다워야 했다. 순수하고 꾸밈도 없어야 하며 자신에게 복종해야 했다. 그러나 쉽게 찾기 힘들었고, 찾았어도 거절당했다. 그는 고아원에서 두 소녀를 입양해 자신의 이상형에 부합하는 여성으로 키워내기로 했다. 그리고 상대평가를 통해 둘 중 한 명인 사브리나라는 여성을 선택, 아내로 삼으려 했다.

소설 같은 얘기지만 실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데이가 소녀들을 입양한 고아원은 지금도 운영되고 있다. 《완벽한 아내 만들기》는 이 충격적인 실화를 전하고 지금도 만연하는 ‘여성 혐오’에 경종을 울린다. 저자는 영국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웬디 무어다.

책은 데이의 만행을 적나라하게 소개한다. 소녀들에게 고통을 참아야 한다며 뜨거운 왁스를 피부에 떨어뜨리고, 예쁜 옷을 보여준 뒤 갑자기 불에 태우기도 했다. 데이는 ‘완벽한 여성’을 키우는 데 성공했을까. 네 번의 약혼과 파혼 끝에 결국 결혼했지만 그 상대는 사브리나가 아니었다. 저자는 “자유와 인권에 대한 진보적 사고방식이 출현한 당시에도 여성관만큼은 어이없을 정도로 낡았다”고 강조한다. 21세기인 지금은 그때와 크게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데이와 같이 강압적인 방식까진 아니더라도 아직도 현실엔 수많은 데이와 사브리나가 존재한다. (이진옥 옮김, 글항아리, 472쪽, 2만10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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