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어디야" "휴대폰 줘 봐"도 데이트폭력?

입력 2018-01-31 17:34   수정 2018-01-31 18:24


서울 여성 10명 중 9명은 데이트폭력 피해 경험
“집에 빨리 들어가라도 폭력?”…‘행동 통제’ 논란
“속박하려는 행위는 단 한번만 해도 폭력” 의견도

서울시가 ‘데이트폭력’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자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거세게 일고 있다. ‘어디까지 데이트폭력으로 볼 수 있는지’가 논란이다.

서울시는 지난 30일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한 여성 10명 중 9명이 데이트폭력을 당했다’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데이트폭력 유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서울시가 낸 데이트폭력은 성적, 신체적, 언어·정서적·경제적, 행동 통제 등 4가지로 나뉜다.

성적, 신체적, 언어·정서적·경제적 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지 않았다. 논란이 된 것은 ‘행동 통제’였다. 서울시는 연인간의 휴대폰·이메일·SNS 등 점검, 옷차림 제한, 동아리 모임 등 간섭, 계속 전화걸기, 하는 일을 그만두게 하기, 누구와 있는지 확인, 일정 통제, 의심 등을 데이트폭력으로 간주했다.

이중 일부 행위에 대해서는 “폭력으로까지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겠느냐”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직장인 전 모씨는(29) “걱정돼서 전화를 계속 건다거나 누구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 아니느냐”며 “나도 여성이지만 그런 것까지 데이트폭력으로 규정하는 것은 과해 보인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씨(24)는 “저녁에 술자리가 길어지면 남자친구가 ‘집에 일찍 집에 들어가라’고 하는데 이것도 데이트폭력이냐”면서 “그러면 나도 데이트폭력을 하고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다른 견해도 많다. 직장인 황모씨(37·여)는 “짧은 치마를 입지 말라거나 남자들이 많은 모임에 참석하지 말라는 등 여자친구를 통제하려고 하는 것은 엄연한 폭력이다”면서 “그렇게 속박하려는 행동들이 심해지면 물리적인 폭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모씨(28·여)는 “몇번 그런 행동을 했다고해서 무조건 폭력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통제하려는 그 행동이 얼마나 반복적이고 위협적인지에 따라 충분히 폭력으로 느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서울시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통계 발표 이후 “서울 남성 대부분이 데이트폭력 가해자인 것이냐”는 반론이 제기되는 등 화제가 여혐(여성 혐오)과 남혐(남성 혐오) 논쟁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무심코 하는 행동이 데이트폭력일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취지였다”면서 “뜻밖의 남녀 갈등 구도가 형성돼 당황스럽다”고 했다.

데이트폭력에 대한 건전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데이트폭력이 2000년대 말에서야 한국 사회에 등장한 개념인만큼 서울시나 여성단체가 제시하는 규범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데이트폭력 실태조사 연구를 담당한 강희영 서울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여성가족부와 여성가족부가 앞서 한 실태조사를 참고해 폭력 행위를 규정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들을 폭력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토론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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