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세대 코인시대] "신세계의 새 경쟁자는 쿠팡 아닌 네이버"

입력 2018-02-08 10:17  


신세계그룹이 78조원 규모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글로벌 투자운용사들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침체에 빠진 백화점·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 대신 이커머스를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키우기로 하면서다.

이미 지난해 8월 정 부회장은 스타필드 고양 개장식에서 "온라인사업과 관련해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이후 5개월 만에 외국계 투자 운용사 2곳과 이커머스 사업을 위한 1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 체결 소식을 발표했다.

유통업계에선 신세계그룹이 본격적으로 온라인 사업을 키우면서 올해 90조원, 내년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대변혁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2003년 이후 줄곧 20%가량의 매출증가율을 유지하면서 모든 유통업태 중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신세계몰과 이마트몰을 합쳐 새로운 법인을 만들게 되면 이베이코리아나 쿠팡이 아닌 국내 최대 포털 기업인 네이버와 경쟁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유통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커머스 업계에서 네이버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네이버쇼핑의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20조원에 달하고 간편 결제 시스템인 네이버페이 결제액이 연간 7조원에 이른다. 거래액 기준으로는 국내 최대이며 간편 결제 거래액은 삼성페이 다음으로 많다.

국내 또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의 거래액을 보면 G마켓·옥션·G9를 거느린 이베이코리아가 15조원가량이고 11번가(8조원), 쿠팡(5조원), 위메프·티몬(4조원) 순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향후 5년 안에 연매출 10조원을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지금까지 온라인사업은 백화점과 마트 별도로 운영해왔다"며 "온라인 사업부가 합쳐지면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 신세계, 한국의 오카도될까

신세계그룹이 네이버와 가장 뚜렷하게 차별화를 시킬 수 있는 부분은 신선식품 영역이다. 이미 레드오션 상태에 들어간 다른 상품군과 달리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카테고리가 바로 신선식품 온라인 배송이기 때문이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가구당 음식료품 지출 중 온라인 채널로 소비되는 비중은 약 10%로 전체 평균인 20% 수준에 훨씬 미달한다"며 "하지만 2014년 5%에 불과하던 비중이 최근 10%까지 상승하며 온라인으로 식품 소비가 이뤄지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의 경우에도 신선식품 배송사업만 10년을 시도한 끝에 '홀푸드'를 인수한 것처럼 일반 전자상거래 사업과 식품 배송사업은 완전히 다르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신선식품은 공산품과 달리 규격화가 쉽지 않은 데다 소비자들이 가격보다 신선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역이다. 상품성을 갖추기 위해선 품질 관리 노하우와 인력 투입이 필수적인 사업이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는 네이버가 하기에는 쉽지 않다.

영국의 식품전문 온라인 쇼핑몰 오카도 모델이 신세계가 그리는 그림의 한 조각 퍼즐이 될 수 있다.

오카도는 단 한 개의 매장 없이 설립 10여년 만에 영국 대형마트 1위인 테스코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업체다. 식품 하나의 모델로만 2016년 매출이 16억1600만달러(약 1조7500억원)에 달했다. 지금은 신선식품 온라인 배송을 넘어 관련 기업들에 온라인 식품배송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으로까지 확장했다.

◆ 제3의 이커머스 기업 인수 가능성도

신세계백화점의 주요 품목인 의류·패션 아이템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형태보다는 오픈마켓 시스템을 강화할 가능성도 나온다.

의류·패션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다양한 제품을 확보해야 하지만 재고 부담이 따른다. 따라서 직매입 대신 신세계그룹 내 패션기업인 신세계인터내셔널의 제품으로 차별화를 구축하고 다양한 사업자들을 입점시킴으로써 품목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떠오른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아마존이 했던 것처럼 오픈마켓 입점 업체가 직접적인 판매 제품의 보관 및 배송이 어려울 경우 이를 신세계가 대신 처리해 주면서 수수료를 받는 수익모델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가 빠르게 몸집을 불리기 위해서 추후 인수합병(M&A) 가능성도 거론된다.

신세계그룹은 약 2조원 상당의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그룹 전체적으로 순차입금 감소 국면이라 투자를 위한 재원에 부담이 없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런데도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은 추후 수 조원을 투입해야 하는 대규모 인수합병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지난해 8월 정 부회장은 스타필드 고양 개장식에서 "11번가 인수를 검토해 본 것이 사실"이라며 "그 외에도 여러가지 대안을 보고 있다"고 말했었다.

또 투자업계에선 신세계의 티몬 인수설도 끊이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서 연구원은 "5년 내 10조원 매출액 달성을 위해서는 현재 신세계그룹이 하지 않고 있는 사업으로의 확장이 필요하다"며 "이는 자체 추진과 인수합병 방식을 병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고 봤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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