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만화박물관·400년 된 도자기 마을… 일본 '추억과 역사의 숨결 속으로'

입력 2018-02-11 14:31  


여행의 목적은 다양하다. 어떤 이는 휴식을 취하러, 어떤 이는 새로움을 찾아 떠난다. 요즘엔 맛집을 탐방하는 먹방 여행도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그럼 과거로 떠나는 여행은 어떨까. 어린 시절 놀던 골목길도 좋고, 즐겨 읽던 만화책도 좋다. 눈을 돌려 다른 나라의 역사를 만나는 여정도 가슴 설렌다. 데카르트는 “여행은 다른 세기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가벼운 발걸음 속에서도 진한 추억과 깊은 역사적 무게를 느낄 수 있는 곳. 일본 북규슈로 떠나보자.

400년 역사의 도자기 마을, 코이시와라야키

시골마을에 눈이 내린다. 너무 조용해 눈 쌓이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후쿠오카현 히코산 기슭에 자리 잡은 도자기 마을 코이시와라야키(小石原燒). 1665년부터 도자기 생산을 시작해 현재까지도 40여 개의 가마가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그 옛날,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던 조선 도공들이 자의 반 타의 반 전수해준 그 기술이다. 여러 가마 중 15대째 마루다이 가마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오타 가즈야 씨 부부를 만났다.


‘도비간나’라는 얇은 철제 도구를 반쯤 굳은 상태로 회전하는 도자기 위에 대자 마찰을 이기지 못하고 빠르게 진동한다. 약 5초 뒤 회전을 멈춘 도자기에는 마치 하나하나 뜯어낸 듯 정교한 무늬가 새겨진다. 최소 3년 이상 숙련돼야 가능한 기술이란다. 어떤 도자기는 ‘아카다니 초세키’라 불리는 하얀 돌가루를 빻은 액체를 부은 뒤 벼로 만든 붓으로 무늬를 내기도 한다. 아카다니 초세키는 정통성을 갖춘 10개의 가마 공방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코이시와라야키에선 매년 5월과 10월, 두 차례 축제가 열린다. 작년 여름에 큰 수해로 10월 축제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지만 마을 주민들은 행사를 강행했고, 역대 최다 인원이 방문해 수해 복구에 큰 도움이 됐다. 이곳에선 직접 도자기를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 1인당 2000엔을 내면 직접 모양과 무늬를 낼 수 있고, 가마에서 구워진 도자기는 두 달 뒤 택배로 받는다. 예약은 이메일로 신청하면 된다.

100년 전 복고 거리를 거닐다. 모지코레트로

기타규슈 모지 지역의 항구인 모지코(門司港)는 1889년 개항해 연간 600만 명이 이용하는 국제무역항으로 번성했다. 1995년에는 다이쇼시대에 지어진 건축물을 재정비하고 전망대를 설치해 복고주의인 레트로 스타일을 만끽할 수 있는 명소로 다시 태어났다. 이곳에서 가장 대표적인 건물은 미쓰이 클럽이다. 1921년 미쓰이 물산이 VIP 접대와 숙박을 위해 지은 2층 목조건물로, 이듬해인 1922년 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박사 부부가 머물기도 했다. 2층에는 일본의 대표적 뮤지컬 ‘방랑기’의 작가 하야시 후미코(1903~1951)의 작품도 전시돼 있다. 인근 지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한 민간 기업이 아파트를 지으며 제일 위층을 시정부에 분양해 전망대로 사용하고 있다.

아픈 역사의 흔적, 나고야성터

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전, 조선과 중국 대륙 진출을 꿈꿨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일으킨다. 이를 위해 1591년, 조선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후쿠오카에 히젠나고야성(肥前名護屋城)을 쌓았다. 조선 땅과의 거리는 불과 180㎞. 성터의 면적은 0.17㎢로 오사카성 다음으로 큰 규모였으며 중앙 최상단에 혼마루가 있고, 아래로는 여러 개의 광장이 둘러쌓았으며 5개의 출입문과 북쪽으로 해자가 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망 이후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대가 열리면서 성은 해체됐고, 성의 재료들은 인근 가라쓰성(唐津城) 자재로 쓰이게 됐다. 화려했던 성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무너져 내린 성곽과 그 자리를 대신한 아름드리 고목들만이 허탈하고 씁쓸한 역사의 흔적을 보여준다.

나고야성터 바로 옆으로는 ‘일본 열도와 한반도의 교류사’를 주제로 나고야성 박물관이 상설 전시실을 운영하고 있다.

학문의 신을 향한 끝없는 발걸음, 다자이후텐만구

다자이후텐만구(太宰府天宮)는 7세기 후반, 누명을 쓰고 조정에서 좌천된 스가와라노 미치자네(菅原道)를 제신으로 모신 신사다. 900년 초에 처음 세워진 뒤 1501년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됐다. 학문과 지성, 액막이의 신으로 알려져 수험생 등 연간 800만 명이 찾는 후쿠오카 최대의 관광 명소다. 3개의 다리를 건너 물로 몸과 마음을 정화한 뒤 본전에 들어갈 수 있는데, 지하에는 미치자네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 특히 생전에 매실을 좋아했던 미치자네를 기려 마당에는 신도들이 기증한 6000여 그루의 매실나무가 있는데 매년 5t가량의 매실을 수확해 판매하고 있다.

1980~1990년대 추억 속으로 … 만화 박물관

2012년 문을 연 기타규슈 만화 박물관에서는 ‘은하철도 999’ ‘우주전함 야마토’로 유명한 일본 만화가 마쓰모토 레이지(松本零士)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마쓰모토 씨는 현재 이 박물관의 명예관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 밖에도 이 지역 만화가와 전 세계 유명 만화가의 작품이 전시돼 관람객의 흥미를 끈다. 가족 단위는 물론 40~50대 중년 남성들의 방문이 많은 이곳에선 400엔만 내면 하루 종일 만화를 맘껏 볼 수 있다. 작년까지 누적 관람객이 5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 장소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매주 화요일은 문을 닫는다.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가라쓰 군치

가라쓰시에서는 매년 11월2~4일, 사흘간 축제가 열린다. 온 마을 사람들이 사자나 용, 사무라이 투구 모습 등의 히키야마를 끌며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가라쓰 군치가 그것. 16세기 말부터 시작된 이 축제는 2016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시에서는 축제 기간에 맞춰 방문하지 못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히키야마 전시장을 운영 중이다. 끈다는 뜻의 ‘히키’와 산을 뜻하는 ‘야마’의 합성어인 ‘히키야마’는 모두 14개로 가장 큰 것은 무게가 5t에 달할 정도로 거대하다. 원래는 15개의 히키야마가 있었지만, 1개가 화재로 소실된 뒤 별도의 전시장을 마련해 보관 중이다.

갑작스러운 닌자의 출몰, 히젠유메카이도

우레시노 온천 지구에 있는 히젠유메카이도(肥前夢街道)에서는 17세기 일본의 검객, 닌자를 만날 수 있다. 7만5000㎡ 너른 부지에 조성된 60여 개의 다양한 시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먼저 입구에서 다소 코믹한 닌자 쇼를 감상한 뒤 각종 무기와 의상 전시실, 표창 던지기와 활쏘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에도시대 사무라이 의상을 입고 찍는 기념사진도 독특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활오징어 요리 전문점

바다를 끼고 있는 북규슈 지역에는 수많은 해산물 음식점이 있다. 그중 최고의 인기 재료는 오징어와 대게. 대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에 선뜻 지갑이 열리지 않지만, 오징어는 그렇지 않아 많은 사람이 찾는다. 특히 요부코 지역에는 독특한 장소에서 싱싱한 활오징어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다리를 건너 바다에 떠 있는 바지선 지하로 내려가면 벽 군데군데가 유리로 된 식당이 나타난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건 다름 아닌 바닷속. 수상도 아닌 수중에서 활오징어 회와 튀김, 조림 등 다양한 오징어 요리를 즐길 수 있다.

규슈=글·사진 이정석 여행·트레킹 전문가

ljs7302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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