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유창재의 딜북]다시 생각해볼 유암코의 존재 의의

입력 2018-02-13 09:41  

민간의 자연스런 구조조정에 방해된다는 원성 커져


≪이 기사는 02월09일(05:1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앤컴퍼니는 통합(consolidation)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전략에 정통한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한앤컴퍼니가 작년 9월 선박용 엔진 제조업체 STX엔진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건 두산엔진도 곧 매물로 나올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두 회사를 모두 사들여 합병하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판단했다.

두산엔진은 선박의 주동력원 역할을 하는 ‘주기 엔진’을 주력으로 만든다. STX엔진은 선박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는 ‘보기 엔진’이 주력이다. 대형 선박에는 주기 엔진과 보기 엔진이 둘다 필요하다. 두 회사 모두 선박용 엔진을 만들지만 경쟁사가 아닌 이유다. 경쟁사는 주기와 보기 엔진을 모두 만드는 1위 업체 현대중공업이다. 두 회사를 합쳐 현대중공업에 버금가는 종합 선박 엔진 업체로 성장시키면 기업 가치도 끌어올리고 업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한앤컴퍼니는 STX엔진 본입찰에서 유암코(연합자산관리)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유암코가 더 높은 금액을 적어냈으니 할 말은 없었다. 하지만 유암코가 최근 진행 중인 두산엔진 인수전에는 참여하지 않자 내색은 못한 채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언젠가는 조선업 시황이 회복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 외에는 아무 전략도 없어보이는 유암코에 투자 기회를 빼앗긴 게 아쉬워서다. 최소한 유암코는 들어올 것으로 보고 두산엔진을 매물로 내놓은 두산그룹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유암코가 구조조정을 위한 기업 인수·합병(M&A) 판을 흔든 사례는 더 있다. 작년 9월 플랜드기자재를 만드는 JMC중공업 매각 입찰에도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입찰에서 유암코보다 5~6억원을 적게 써내 고배를 마신 건 세계 1위 풍력발전 설비 제조업체 CS윈드였다.

CS윈드는 2015년 대경기계기술로부터 인도네시아 자회사 대경인다중공업을 인수했다. JMC중공업과 같은 플란트기자재 제조업체다. 하지만 이 회사는 덩치가 작아 경쟁력이 떨어진다. 주요 플랜트 업체에 벤더(납품업체)로 등록되어있지 않아 자체 수주가 어렵다. CS윈드는 수주 능력을 갖춘 JMC중공업을 인수해 두 회사를 합치면 시너지가 클 것으로 판단했다. 고부가가치 제품은 JMC중공업 전라북도 군산 공장에서, 저부가가치 제품은 대경인다중공업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만든다는 전략이었다.

군산공장의 규모가 꽤 크고 야적장도 있어 CS윈드의 풍력발전기 타워도 이 곳에서 만들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놓치기 아까운 매물이었다. 하지만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에 비해 더 높은 가격을 쓸 수는 없었다. 시너지보다는 자금력을 앞세운 유암코에 밀린 이유다.

유암코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부실채권(NPL)을 처리하기 위해 시중은행들이 출자해 만들었다. 2015년 금융당국이 기업 구조조정 전문 회사를 만드는 대신 유암코에 구조조정 기능을 맡기기로 한 후 펀드를 잇따라 조성하며 M&A 시장에 뛰어들었다. 펀드는 외부 출자자(LP)를 모집하는 대신 자체 자금을 쏟아부어 조성한다. 이 자금으로 민간 기업 간의 M&A를 통한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방해한다는 게 투자은행(IB) 업계의 불만이다. 민간이 하지 못하는 구조조정을 담당하라는 게 금융당국의 취지였을 것이다. ‘유암코는 왜 존재하느냐’는 시장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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