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로스차일드

입력 2018-03-01 18:24  

김태철 논설위원


로스차일드(Rothschild)의 시작은 미약했다. 가문을 일으킨 마이어 암셀 로스차일드(1744~1812)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대인 게토에서 태어났다. 11세 때 부친을 여읜 그는 생계를 위해 금융업체에 사환으로 들어갔다. 20세 때 골동품·고(古)화폐 가게를 열었다.

화폐 수집광이던 헤센의 빌헬름 백작에게 진귀한 화폐를 갖다 바치는 등 공을 들인 끝에 1769년, 그의 가문에 물품을 독점 공급하게 됐다. 몇 년 뒤 백작이 나폴레옹 군대에 쫓겨 피란을 떠나자 목숨을 걸고 그의 재산을 지켜냈다. 백작은 그에게 유럽 각국에서 자신이 받을 돈을 수금할 권리를 줬다. 로스차일드 신화가 시작된 계기였다.

마이어의 최대 자산은 다섯 아들이었다. 첫째인 암셀은 프랑크푸르트, 둘째 살로몬은 오스트리아 빈, 셋째 네이선은 영국 런던, 넷째 카를은 이탈리아 나폴리, 다섯째 자크는 프랑스 파리에 은행을 세웠다.

유럽 구석구석을 꿰뚫고 있던 막강한 정보력은 로스차일드 가문을 유럽 최대 부자로 만들었다. 가신들은 유럽 각국을 오가며 다양한 정보를 전했다. 1815년 워털루 전투 결과와 1830년 프랑스 7월 혁명 발발을 경쟁자들보다 먼저 알아냈다. 워털루 전투 때는 영국이 패전할 것이라던 소문 탓에 시가의 5~10% 수준으로 폭락한 영국 국채를 대거 매입했다가 되팔아 큰돈을 벌었다. 로스차일드는 ‘정보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쾌속 범선과 파발마, 전서구(傳書鳩) 등을 적극 활용했다.

사업다각화는 가문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이었다. 19세기 중반부터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에 진출했다. 2016년 기준으로 세계 50여 개국에 지사를 운영 중이다. VIP 고객을 위한 개인금융 서비스 제공은 물론 철도와 운하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투자, 대형 광산회사 지분 투자, M&A를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로스차일드를 언급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가족경영’이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문장(紋章)에는 다섯 개 화살을 손에 쥐고 있는 그림이 있다. 다섯 개 화살은 마이어의 다섯 아들을 뜻한다. 마이어가 임종 직전 아들들을 모아 놓고 “각각의 화살은 쉽게 꺾이지만, 하나로 묶인 다섯 개 화살은 꺾이지 않는다”며 우애와 협력을 당부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외신에 따르면 로스차일드가 조만간 후계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스차일드가(家)의 8대손인 알렉산드르 드 로스차일드 부회장(37)이 아버지인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75)로부터 회장직을 물려받을 예정이다. 투자은행 경영권이 7대째 이어지게 된 것이다.

반(反)기업 정서가 강하고, 경영권 승계에 대한 시선이 따가운 한국에선 생각도 하기 힘든 일이다.

김태철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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