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노화 결정 짓는 DNA 조각 텔로미어… 유산소 운동·숙면이 '건강 세포'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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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3-01 19:14   수정 2018-03-02 05:08

[책마을] 노화 결정 짓는 DNA 조각 텔로미어… 유산소 운동·숙면이 '건강 세포' 만든다

늙지 않는 비밀

엘리자베스 블랙번 / 엘리사 에펠 지음
이한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460쪽 / 1만7000원



[ 서화동 기자 ] 1961년 생물학자 레너드 헤이플릭은 정상적인 인간 세포가 유한한 횟수만큼 분열을 통해 증식한 뒤 죽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동안 빠르게 분열하던 세포가 얼마 후엔 하던 일을 멈춘 것. 세포가 살아 있긴 하지만 더 이상 분열, 증식하지 않는 이것이 바로 노화의 시작인 ‘헤이플릭 한계’다. 세포를 이렇게 만드는 주범은 염색체 끝에 붙어 있는 DNA 조각인 ‘텔로미어’다. 특정한 염기서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텔로미어는 세포분열이 일어날 때마다 짧아진다. 그렇게 줄어든 텔로미어가 한계에 이르면 세포 복제가 정지되고 노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을 막으면 노화를 멈추거나 지연시킬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가능성을 과학으로 입증해낸 사람이 분자생물학자인 엘리자베스 블랙번 미국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다. 그는 염색체 끝에서 보호덮개 역할을 하는 텔로미어의 분자 특성을 밝힌 데 이어 1984년 텔로미어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효소를 끌어들여 DNA를 덧붙일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이 효소가 바로 세포분열 때 사라지는 DNA를 복원하는 텔로머라아제다. 세포분열에 따른 텔로미어의 축소를 텔로머라아제가 늦추거나, 막거나, 더 나아가 되돌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늙지 않는 비밀》은 이 같은 공로로 다른 2명의 학자와 함께 200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블랙번 교수가 전해주는 건강과 수명 연장의 비결이다. 책의 원제(The Telomere Effect)가 말해주듯 텔로미어 연구 성과를 토대로 조기 세포노화의 위험성과 텔로미어를 건강하게 유지해 이를 막는 방법, 텔로미어 과학으로 세포를 지키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 방법은 운동이나 음식, 수면 같은 생활습관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마음 자세, 이웃과 주변의 자연환경까지 총체적이다.

블랙번은 텔로미어를 신발 끈에 비유한다. 신발 끈에는 끝부분의 올이 풀리지 않도록 보호하는 플라스틱 덮개가 있다. 이 덮개가 손상돼 신발 끈이 너무 닳으면 그 끈은 쓸 수 없게 된다. 염색체 끝에서 유전물질이 해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텔로미어 또한 너무 짧아지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다행인 것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텔로머라아제를 활성화해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는 속도를 줄이거나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블랙번은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왜 많은 질병이 짧은 텔로미어와 관련되는지 설명한다. 예컨대 뼈 조직은 뼈를 만드는 뼈모세포와 뼈를 없애는 뼈파괴세포 사이의 균형이 유지될 때 건강하다.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뼈모세포는 늙게 되고 뼈파괴세포 활동을 따라갈 수가 없게 된다. 그러면 늙은 뼈세포는 염증을 일으킨다. 텔로미어가 유달리 짧은 실험용 쥐의 뼈가 일찍 소실되고 골다공증에 시달리는 이유다. 머리카락이 세는 것, 각종 염증성 노화, 심장병, 폐질환, 인지 저하와 알츠하이머병 등도 마찬가지다. 백혈구의 텔로미어가 짧으면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2015년 덴마크에서는 6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텔로미어가 짧을수록 암이나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크고 전반적으로 더 일찍 사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면 어떻게 텔로미어를 보호할 것인가. 블랙번의 연구 결과가 나온 뒤 특정 약물과 보충제, 화장품 등으로 텔로미어를 늘여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하지만 저자들은 “텔로머라아제가 마법의 생명연장 수단은 아니다”며 현혹되지 말라고 단언한다. 텔로머라아제에는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양면성이 있어서다. 텔로머라아제는 텔로미어가 닳는 걸 막아주기도 하지만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세포에서 너무 많이 생산되면 암세포를 증식시키기 때문이다.

대신 블랙번과 건강심리학자인 책의 공저자 엘리사 에펠은 위험부담 없이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들 방안은 음식, 운동, 수면, 스트레스 대처 등 기존의 건강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모호하지 않고 정량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향과 지침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예컨대 텔로미어와 관련되는 것은 몸무게가 아니라 복부지방임을 강조하면서 지방이 적고 양질의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과 오메가3가 풍부한 음식들로 식단을 짜준다. 반면 핫도그와 햄 같은 가공육과 가당음료는 텔로미어의 적이다.

텔로미어를 건강하게 만드는 운동의 유형과 적정량도 제시한다. 1주일에 세 번, 45분씩 유산소 운동을 할 것. 하루 7시간 이상 숙면을 취하면 배가 덜 고프고, 감정기복도 덜하며, 텔로미어 염기쌍도 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임신기의 심각한 스트레스와 흡연 등은 자녀의 짧은 텔로미어와 관련이 있으며, 유년기의 트라우마가 다음 세대와 연결된다는 경고도 새겨들을 만하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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