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일자리 창출의 최대 걸림돌은 정부

입력 2018-03-21 18:04  

문재인 정부, 고용확대 대신 복지강화 올인
실업 악화땐 고용의 질보다 양 늘려야

고경봉 경제부 차장



[ 고경봉 기자 ] 정부가 지난 15일 신규 고용 지원, 주거·교통비 지원, 내일채움공제 확대 등을 담은 청년일자리대책을 내놨다. 중소기업 입사자에게 정부 예산과 고용보험 등을 통해 3년간 연 1000만원씩 더 주겠다는 게 골자다. 임금을 대기업 초임에 버금갈 만큼 맞춰줄 테니 중소기업으로 가라는 얘기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이 정책이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의 마음을 얼마나 돌릴 수 있을까. 대기업 시험을 준비하는 구직자들이 연 1000만원을 얹어준다고 중소기업으로 돌아설까. 쉽지 않을 것이다.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은 대부분 숙박업과 음식점업, 운송업, 그리고 주물 금형 등 기반기술 분야 전통 제조업체다. 한시적으로 임금을 올려준다고 해서 고학력자 중심인 청년 구직자들이 손을 들 리 없다. 결국 이 대책의 혜택을 보는 대상은 ‘이 대책이 없더라도 이들 중소기업에 입사했을 사람들’이다. 원래부터 갈 생각이 있었는데 정부 지원으로 임금을 더 받게 된 셈이다. 이 정책은 중소기업 입사자가 누리는 고용의 질(質)을 높여줬을 뿐 고용의 양(量)을 늘리는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일관되게 고용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양대 지침 폐기, 파견근로 요건 강화 등 일련의 노동정책이 모두 그랬다. 구직을 늘리기보다는 재직자의 임금을 늘리고, 근로시간을 줄이고,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고용의 양을 늘리는 정책은 ‘별정직 공무원 확대’가 유일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면 최선이지만 이는 구조적 혁신이 없으면 힘들다. 한정된 자원과 제한된 시간 내에서는 고용의 양과 질이 반비례한다. 임금과 복지를 늘리면 기업들은 어떻게든 고용을 줄이기 마련이다. 재직자만 챙기면 구직자는 외면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일자리 창출의 최대 걸림돌은 다름 아닌 정부다.

선진국 중 청년실업률을 성공적으로 잡은 대표적인 국가로 독일과 일본이 꼽힌다. 중소기업의 기술 경쟁력과 임금 지급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들이다. 우리나라도 젊은이들을 중소기업으로 불러들이고 싶다면 당장의 효과는 적더라도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돈을 쓰는 게 낫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복지 개선이 급하다면 한시적인 월급, 교통비 지원보다 고용노동부의 일터혁신사업이나 산업통상자원부의 산단재생사업처럼 업무 환경과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예산을 더 들이는 게 맞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정보기술(IT)·바이오 등 성장성이 기대되는 분야의 건실한 강소기업이라면 임금·교통비 지원이 없어도 젊은이들은 찾아간다는 점이다. 대기업 수준의 안정성과 복지가 아니라면 차라리 비전과 성장성을 본다. 정부가 몇 년치 월급을 보전해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청년 고용이 악화됐다면 단기적으로 고용의 질을 양보하더라도 고용의 양을 늘리는 게 먼저다. 동시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근로 여건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

독일이 그랬다. 독일은 청년 실업이 심각해지자 2002년 하르츠개혁으로 실업급여 지급 요건을 강화하고 직업훈련을 늘려 젊은이들을 구직 현장으로 내몰았다. 그래도 실업률이 개선되지 않자 고용의 질마저 양보했다. 이듬해 하르츠 2단계 개혁으로 일자리 유연성을 높이고 초단기 근로(미니 잡)를 허용해 저소득 일자리로 청년들을 유인했다.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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