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삶마저 받아들이는 가상현실의 암울한 미래

입력 2018-03-21 18:26  

28일 개봉하는 스필버그 연출 '레디 플레이어 원'


[ 유재혁 기자 ]
2045년, 사람들은 고글만 쓰면 꿈꾸는 모든 것을 실현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게임 ‘오아시스’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이 게임의 창시자 할리데이(마크 라이언스 분)가 자신이 게임 속에 숨겨놓은 3개의 미션을 푸는 사람에게 오아시스 소유권과 막대한 유산을 상속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사라진다. 할리데이를 숭배하던 게임광 웨이드(타이 셰리던)가 첫 번째 수수께끼를 풀어내자 IOI라는 거대기업이 이를 탈취하기 위해 뛰어들면서 현실과 가상현실을 넘나드는 추격전이 펼쳐진다.

‘할리우드의 전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SF어드벤처 ‘레디 플레이어 원’이 오는 28일 개봉한다. 어니 클라인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할리우드 최고의 테크니션이 옮긴 이 영화는 관객들이 가상현실 게임을 직접 즐기는 것처럼 눈부신 비주얼을 펼쳐낸다.

도입부 뉴욕에서 펼쳐지는 레이싱은 압권이다. ‘매드맥스’의 인터셉터, ‘백 투 더 퓨처’의 드로이안, ‘스피드 레이서’의 마하5, ‘A특공대’의 승합차, 배트모빌 등이 무너지는 빌딩과 도로 사이를 뚫고 질주하고, ‘킹콩’과 ‘쥬라기 공원’의 T렉스 등이 이들을 가로막는다.

이어 배트맨, 조커, 건담, 라라 크로퍼드, 처키, 간달프 등 아이콘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영화 ‘샤이닝’의 명장면은 퍼즐을 푸는 단서로 등장한다. 이 같은 대중문화의 여러 장치들은 관객들을 스크린 속으로 단박에 빨아들여 시선을 고정시킨다.

영화는 가상현실과 진짜현실을 구분해 보여준다. ‘오아시스’란 가상현실 게임은 말 그대로 삭막한 세상에 숨통을 틔워 줄 흥미롭고 화려한 낙원이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초고속 자동차 경주의 주인공이 되거나, 가상화폐를 쓸어담아 부자가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대리인 격인 아바타를 통해 활동하는데, 그들은 실제보다 과장된 캐릭터들이다. 엄청난 파워맨이거나 섹시녀들이다. 아바타들은 서로 소통하지만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사람들은 휘황찬란한 가상현실 세상에서 머물기 위해 끊임없이 아이템을 구입해야 한다. 돈을 빌리다가 갚을 능력을 상실하면 현실에서 게임회사의 노예가 된다. 그 노예들은 가상현실 게임에 스릴을 배가시키는 장치로 일하는 ‘사이버노동’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현실은 어둡고 우울하다. 대부분 사람은 열악한 환경 구조물로 만든 빈민촌에서 살아간다. 악마 같은 드론이 사생활을 감시하고 표적을 추적한다. 가상현실이 장악한 미래에 대한 끔찍한 경고로 읽혀진다.

영화는 끔찍한 현실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기존 규칙을 과감하게 깨라고 주문한다. 가령 자동차 경주라고 해서 앞만 보고 달리는 법이란 없다. 주인공은 뒤로 전력 질주해 첫 번째 열쇠를 획득한다. 또 가상현실 세상에서는 타인과 진실로 소통하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현실에서 타인과 협력하고, 사랑함으로써 희망을 찾으라는 메시지도 전달한다. 웨이드가 여러 친구와 협력해 마지막 퍼즐을 풀어내는 게 그것이다. 최후의 승자는 가상현실 게임을 매주 이틀간 하지 못하도록 조치한다. 현실에서 사랑하는 연인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지라고 촉구하는 것이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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