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DNA 편집하는 '유전자 가위' 재앙인가, 축복인가

입력 2018-03-29 18:28  

크리스퍼가 온다


[ 박근태 기자 ] 사람의 ‘생로병사’는 DNA 유전 정보를 담은 게놈(유전체)에 의해 결정된다. 32억 쌍에 이르는 수많은 DNA 염기 중 단 하나만 잘못돼도 인간은 희귀 유전병을 앓거나 암에 걸려 고통받는다. DNA 존재가 알려지기 훨씬 전부터 인간은 자연을 자신의 뜻대로 바꿔보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했지만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최근 5년 새 인간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손에 거머쥐었다. 자연에서 무작위로 이뤄지던 DNA 돌연변이를 인간의 통제 아래 두게 된 것이다. 그 중심에 ‘혁명’이라고까지 불리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이 자리잡고 있다.

책의 공동 저자인 제니퍼 다우드나 UC버클리 교수는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와 함께 세포에서 특정 DNA만 골라 잘라내는 분자 기계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개념을 처음 제시한 인물이다. 유전자 가위란 마치 책 속 문장을 지웠다가 새로 쓰는 것처럼 유전자 특정 부위를 골라 잘라내는 신개념 기술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지금까지 개발된 유전자 연구 도구 중 가장 정확하고 사용하기 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처음 개념을 제시한 저자도 “마치 쓰나미처럼 휩쓸렸다”고 표현할 정도로 생명 과학의 지형을 급격히 바꿨다. 과학자들은 이 기술을 이용해 염기 하나를 바꾸는 방식으로 아널드 슈워제네거처럼 근육이 많은 비글, 돼지 게놈에서 성장호르몬에 반응하는 유전자를 억제해 고양이보다 작은 미니 돼지를 만들었다. 유전자변형작물(GM)을 대체할 병충해에 강한 쌀과 무르지 않은 토마토가 개발되기도 했다.

더 많은 과학자는 인간 질병 치료에서 훨씬 강력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인간 세포를 이용해 낭포성섬유증, 겸상적혈구증, 시각장애 등 선천적인 유전병을 치료하는 연구와 돼지 DNA를 최대한 인간과 가깝게 편집해 장기이식을 하는 연구에서 그 효용성을 인정받았다. 부모의 생식세포(정자 또는 난자)에서 돌연변이를 고쳐 자식에게 병을 대물림하지 않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생화학자인 저자는 다른 과학자들처럼 크리스퍼 혁명이 가져올 미래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크리스퍼 기술로 인해 자칫 인류와 생태계가 방향을 잃고 어디론가 쓸려가버릴지 모른다고 경고하는 몇 안 되는 과학자이기도 하다. 우월한 유전자만 골라 ‘슈퍼 아기’를 낳을 방법을 찾는 데 이용되거나 유전자를 편집한 생명체가 지구의 다른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이를 위해 크리스퍼 기술이 비밀스러운 대학과 기업 연구실에서 벗어나 사회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니퍼 다우드나·새뮤얼 스턴버그 지음, 김보은 옮김, 프시케의 숲, 372쪽, 2만2000원)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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