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한국과 너무 다른 일본

입력 2018-04-06 18:42   수정 2018-04-07 06:41

日, 年720시간 한도 내에서 연장근로 기업 재량권 인정
韓, 주 12시간 넘으면 처벌

日, 고소득 전문직 근로단축 제외 vs 韓, 예외업종 外 획일적 적용

유연성 인정한 일본
계절적 사유·납품 마감 등 특별한 이유 발생하면
노사협정 맺고 신고 후 年 720시간 연장근로 가능

옴짝달싹하기 힘든 한국
업종별 특성 고려하지 않고 연장근로 週 12시간 제한
30인 미만 특별근무도 2022년까지 한시적 허용



[ 도쿄=김동욱 기자 ]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시기에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접근 방식은 너무도 다르다. 일본은 연장근로 한도(연간 720시간)를 정하는 대신 기업 현장을 고려해 사업장마다 재량을 인정하는 식으로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연장근로 시간을 주당 12시간(연간 624시간)으로 못박아놓고 이를 위반하면 사업주를 처벌하도록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다 근로시간 단축 등 새로운 환경에 맞닥뜨린 기업들로선 일본 방식이 훨씬 ‘연착륙’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일본 정부는 6일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근로자의 연장근로 시간을 연간 720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일하는 방식 개혁’ 법안을 의결해 의회에 제출했다. 그동안 일본은 법정근로시간 외에 시간외 근로(특별연장근로)에는 상한선이 없었다. 이번에 상한선을 새로 뒀지만 일본 노동기준법(제36조)에는 노사 합의로 재량껏 특별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한국은 지난달 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를 오는 7월1일부터 단계적으로 주당 12시간까지만 허용하기로 했다. 소수 예외 업종을 뒀지만 대부분 업종에서 이를 위반하면 사용자가 처벌받는다. 연장근로 허용 시간을 단순 비교해도 한국은 연간 624시간가량으로 일본(720시간)보다 훨씬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6일 의회에 제출한 법안은 일부 특수직을 제외한 일반 근로자의 연장근무(잔업)를 연간 최대 720시간, 한 달 기준으로는 휴일근무시간을 포함해 최장 100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건강 악화를 막기 위해 월 45시간을 넘는 연장근무는 1년에 6개월 이내로 한도를 정했다. 특별한 사정이 있더라도 연장근무를 연 720시간 이내로 못박은 것이다.

새로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대기업은 2019년 4월부터, 중소기업은 2020년 4월부터 적용된다. 일본에서 연장근무시간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1947년 노동관련법 제정 이후 71년 만에 처음이다.

근로시간 ‘유연성’ 강조하는 일본

일본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한국과 달리 기업 현장을 고려해 ‘유연성’을 대폭 인정하고 있다. 일본의 법정 근로시간은 1주 40시간, 1일 8시간이다. 이건 우리와 같다. 시간 외 근로는 1주간 15시간, 1년간은 360시간까지로 정해져 있다.

여기에 일본 노동기준법 제36조는 노사 간 서면으로 협정을 체결하고 행정관청에 신고한 경우 특별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특별연장근로의 적용 시간, 임금 할증률 등이 협정 내용에 포함된다. 이때 현행법하에서는 시간 외 근로에 상한선이 없다. 도요타 혼다 닛산 같은 완성차 제조업체들은 연간 700~900시간대의 특별연장근로 협정을 맺어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연장근로는 계절적 요인, 건설 공기 단축, 제품 납기 이행 등의 사유가 발생할 때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다. 기업은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무시간의 유연성을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고 근로자는 할증임금을 받는 장점이 있어 널리 활용된다.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한국

이에 비해 한국은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당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를 제한하고 있다. 1주에 52시간을 넘어서면 바로 법 위반이 돼 사용자가 처벌받는다. 3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주당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만 예외로 법 개정안에 포함됐다. 그나마 2022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그 후에는 주 52시간이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이 한국보다 훨씬 유연하게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어 기업으로선 ‘소프트랜딩(연착륙)’이 가능하다”며 “한국은 특례업종 일부 등을 제외하면 주 52시간인 근로시간 상한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하드랜딩(경착륙)’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탈(脫)시간급’ 제도도 도입

일본 정부는 고소득 전문직을 대상으로 근로시간이 아니라 성과에 따라 임금을 받는 ‘탈시간급’ 제도도 도입한다. 일종의 ‘고급 프로페셔널 제도’로 애널리스트 등 연수입 1000만엔(약 9957만원) 이상 일부 전문직을 노동시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것이다.

미국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과 비슷한 대책으로 근로시간 규제에 유연성을 확대하는 조치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 한쪽에선 규제를 강화하되 다른 한편에선 유연성 확대 정책을 병행 추진하는 식이다.

박 교수는 “일본이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의 지속적인 효과를 보려면 생산성 향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노동시장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종석 노동전문위원/도쿄=김동욱 특파원 js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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