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의 '군기 잡기'… 한수원 사장 첫날 1급 11명 물갈이

입력 2018-04-08 20:36   수정 2018-04-09 05:09

오전에 취임식 가진 뒤
오후에 간부 24명 교체
일부는 대기발령 조치

"인사적체 해소용"이라지만
"脫원전 반발했던 간부들
보복성 인사한 것" 해석도



[ 조재길 기자 ] 국내 원자력발전 사업을 주도하는 대형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술렁이고 있다. 신임 사장 취임과 동시에 고위직 간부 11명이 물갈이돼서다.

한수원은 지난 5일 처·실장급인 1급 고위직 간부 144명 중 11명을 교체하는 인사를 했다. 일부 처장은 직책이 없는 무보직으로 발령냈다. 사실상 대기발령 조치다. 특히 관료 출신 정재훈 신임 사장(사진)이 취임하자마자 첫날 전격적으로 간부 인사(24명)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1만2000여 명에 달하는 조직이 초긴장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새 사장이 취임하면 일정 기간 업무를 파악하고 임직원 면담을 거쳐 인사 발령을 내는 게 일반적”이라며 “오전에 취임한 뒤 몇 시간 만에 고위간부 중 상당수를 대상으로 업무 배제 등 조치를 취한 건 2001년 회사 설립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행정고시(26회) 출신인 정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전신인 지식경제부에서 대변인, 산업경제정책관, 에너지자원실장 등을 역임했다. 2011년 ‘정전대란’ 당시 징계를 받고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내다 퇴직해 박근혜 정부에서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을 맡았다. 원전 전문가가 아닌 데다 정부가 바뀐 뒤에도 주요 공기업 수장을 꿰차 주변에선 뭔가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이번 인사의 표면적 이유는 조직 혁신이다. 누적된 인사 적체를 해소하는 차원이란 게 회사 측 공식 설명이다. 일각에선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반대해온 한수원 내부 분위기를 바꾸고 새 정부 기조에 맞추기 위해 정 사장이 스스로 ‘적폐청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작년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 때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적극 협조하지 않은 간부들에게 보복성 인사를 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회사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한 것으로 평가받는 간부도 대기발령 명단에 포함되자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전했다.

정 사장은 취임사에서도 “에너지 정책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한수원이 원전 중심에서 벗어나 에너지 종합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의미로 한 발언이었다지만 한 직원은 “탈원전이란 정책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알아서 떠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한수원 노조는 정 사장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병기 한수원 중앙노조위원장은 “정 사장과 면담했을 때 외부 환경 등의 변화로 직원 사기가 떨어져 있다는 점을 많이 얘기했다”며 “정 사장이 어떻게 처신할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서울 용문고 6년 선배로,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에서 산업부 장관 후보로도 거론된 적이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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