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호박 속 커리의 色다른 맛… '나비의 전설' 숨어있었네

입력 2018-05-07 15:17   수정 2018-05-07 15:18

'왕초'의 중국 음식여행 (4) 윈난

중국의 맛을 찾아서…




‘중국 서남부의 매력적인 여행지 윈난(雲南). 구름과 남쪽이란 두 글자가 합쳐진 지명이다. 한국인에게는 다큐멘터리 차마고도의 잔상과 어우러진다. 나시족(納西族)이니 바이족(白族)이니 하는, 북방 계통과는 판이하게 다른 소수민족의 화려하고도 소박한 전통복장까지 겹쳐진다. 거리는 멀고 가는 길은 험하지만 환상 속에 살며시 흔들리는 아지랑이 같은, 이국적인 이상향의 이미지를 심어줬다.


‘지난 10년 윈난은 몸매를 거의 드러내 이제는 한국인에게 국민관광지가 된 것 같다. 쿤밍(昆明)에서 다리(大理)를 거쳐 리장(麗江)과 후타오샤(虎跳峽)를 넘고 샹그리라(香格里拉) 고성까지, 어떤 이는 더 멀리 메이리설산(梅里雪山)까지, 어떤 이는 보이차를 찾아 쿤밍 남쪽 열대우림이 우거진 시솽반나(西雙版納)까지 발길을 연장하고 있다.

윈난과 같은 고즈넉한 여행지라면 배낭여행이라도 한 도시에서 한 끼 정도 약간의 호사를 누려보자.

증기로 쪄낸 닭고기 탕이 대표 음식

윈난성의 성도 쿤밍, 인구가 667만 명(2016년)이나 되는 중심 도시니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도시다. 음식이란 제철의 신선한 재료로 방금 조리해낸 것이 가장 좋다는 점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오래도록 반복하면서 시간과 노력과 경험이 쌓였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세기 말을 두 번이나 넘긴 청대의 고건축 민가에서, 세월의 흔적이 눈에 들어오는 식탁에 앉아, 창업 166년의 시간을 담고 있는 음식을 쿤밍에서 맛볼 수 있다. 쿤밍 도심 한복판에 있는 화조(花鳥)시장과 라오제(老街) 근처에 있는 이커인 라오팡쯔라는 곳이다.

식당 건물은 한눈에 보아도 예사롭지 않은 고건축임을 알 수 있다. 지방정부의 보호문물로 지정돼 있다. 평면으로 보면 안마당을 방이 둘러싼 ㅁ자 형태의 2층 사합원이다. 안에 들어서면 활짝 핀 꽃잎 가운데 앉은 느낌이다. 이곳은 윈난 음식이 주다. 특색 있는 음식은 기와 위에 구운 것이다. 돼지고기를 굽기도 하고 버섯을 굽기도 한다. 양송이버섯 가운데 다진 고기를 넣고 구워낸 버섯구이는 버섯과 고기 육수가 어우러져 향기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우리 떡과 비슷한 얼콰이에 버섯을 넣고 볶은 것은 한국인 입맛에 아주 잘 맞는다. 궁중 떡볶이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식당에서 자신들이 내세우는 대표적인 음식은 증기로 쪄낸 닭고기 탕이다. 탕은 물을 붓지 않고 증기로 쪄내 만든 것이다. 윈난의 오래된 고급 요리인데 일종의 보양식이다. 이 식당은 내가 2008년 처음 쿤밍에 갔을 때 중국의 자료를 뒤져서 찾아갔던 곳이다. 지금도 내게는 윈난 여행 필수 코스의 하나다.

송로보다 비싼 간바쥔 버섯으로 만든 볶음밥

이커인 라오팡쯔는 라오제 근처다. 라오제에는 꽤 유명한 ‘골목 안 소고기 꼬치’가 있다. 라오제 상가 거리에서 좁은 골목으로 7~8m는 들어간 곳에서 굽는데 항상 손님이 줄을 서서 사먹는다. 올 2월 쿤밍에 들렀을 때 아직도 성업 중인가 찾아봤더니 골목이 통째로 공사판 가림막으로 막혀 있었다. 폐업한 것 같아 섭섭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중년 사내 하나가 조그만 안내문을 길바닥에 세워놓고 주문을 받고 있었다. 주문하면 전화로 연락해 즉시 꼬치를 배달해온다.

창업 연륜은 짧지만 현대적인 고급식당도 찾아볼 만하다. 지난 2월 하순 여러 곳에 탐문한 끝에 찾아간 식당은 기대 이상이었다. 쿤밍에는 스보위안(昆明世博園)이란 식물원이 있다. 1999년 세계꽃박람회가 열렸던 곳이다. 경내에 식당이 몇 개 있는데 그 가운데 웨위안(約園)은 인테리어에서 음식까지, 플레이팅에서 서빙까지 꽤나 고급이다. (예약 전화 138 8878 4428)

식당 매니저에게 나서우차이(가장 잘한다고 내세울 수 있는 음식)를 물으니 여기도 증기로 쪄낸 닭고기 탕을 추천했다. 그러나 메뉴에서 내 눈에 강렬하게 띈 것은 간바쥔 차오판이란 볶음밥이었다. 윈난이 다종다양한 버섯이 많이 나는 곳이라 버섯 볶음밥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98위안이라는 가격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내가 만난 볶음밥 가운데 최고가였다! 간바쥔이라는 버섯은 쿤밍 버섯시장에서 송로버섯보다 비싸게 팔린다. 볶은 밥알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구르며 버섯 향기를 전해주는 기분이랄까. 요즘 말로 하자면 마약 볶음밥이랄까.


이곳에서 정말 멋진 플레이팅 때문에 주문한 음식은 새우요리(치화위즈샤)였다. 작은 스푼에 계란을 붓고 새우를 얹어 쪄낸 것이다. 멋으로만 먹어도 그만이었다.


맛과 이야기가 어우러진 다리의 음식

다리는 바이족의 중심지다. 해발 2000m나 되지만 뒤로는 해발 3500~4000m를 넘나드는 창산(蒼山) 19봉이 든든하게 가려준다. 앞으로는 남북 43㎞의 얼하이가 외지인이 넘보기 힘들게 막아주면서도 풍성한 수산물을 공급해준다. 위도가 낮은 고원이라 기온의 연교차가 크지 않고 군사적으로도 수비하기 좋으니 그야말로 천혜의 안온한 땅이 아닐 수 없다.

다리 고성에서도 현지 바이족의 전통음식을 현대적이고 고급스럽게 살린 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 돤궁쯔 찬팅이 바로 그런 곳이다. 고성 안의 런민루(人民路)와 보아이루(博愛路) 교차점에 있다.

쥔샹페이뉴는 작지만 재미있는 이벤트가 되는 요리다. 큼지막한 돌냄비에 담긴 채 식탁에 오르지만 서빙하는 직원은 손대지 말고 기다리라고 당부한다. 잠시 후 얇게 썬 소고기를 육수 위에 얹고 달궈진 자갈 몇 개를 넣는다. 자갈이 육수를 한 번 더 끓어오르게 하면서 소고기가 맞춤하게 익으면 그때 건져 먹는 요리다. 뜨거운 자갈이 육수를 끓어오르게 하는 게 좌중의 시선을 확 잡아끈다.

호박을 파내고 그 안에 커리를 담아내 오는 후뎨취안볜도 전설을 차용한 요리다. 호접천, 곧 나비의 샘은 염색 마을로 유명한 저우청(周城)에 있다. 옛날 한 청년이 바이족 처녀와 사랑에 빠졌는데 그 지방 영주가 처녀를 탐내자 둘이 사랑을 지키기 위해 샘물에 투신했는데, 얼마 후에 한 쌍의 나비가 날아왔다고 한다. 이 요리에도 나비를 하나 꽂아서 장식했다. 맛은 호박과 커리의 색다른 조합이다. 함께한 전문가가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했을 정도. 맛과 스토리가 한데 엮인 요리다.

리장 역시 윈난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의 국민관광지다. 고성 안에 사방팔방으로 흐르는 맑은 물과 나시족의 전통 민가, 화려한 복식으로 세계 여행객의 발길을 잡아끈다. 리장고성은 리장 외곽의 수허고성(束河古城)과 시 중심의 다옌고성을 묶어서 칭하는 말이다. 다옌고성은 야경이 화려하다. 고즈넉한 산보의 맛은 수허고성이 더 낫다. 수허고성에서 오후의 산보를 즐겼다면 쓰팡제 바로 안쪽 골목에 있는 추차단판을 찾아보라. 식당 이름은 ‘변변찮은 음식’이지만 실제 음식은 꽤 고급스러운 나시족 음식들이 주를 이룬다. 특히 몇 년 전에 우연히 들러 맛본 가지 요리는 아마도 가지 요리 중에서 최고로 꼽을 정도다. 지난 2월 다시 한 번 찾아가서 맛봤는데 가지 요리는 여전히 그 맛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

윤태옥 여행작가 kimy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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