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영의 반대의견] 집과 사무실에서 피워야 담배다

입력 2018-05-21 11:43   수정 2018-05-21 12:42


"일반 담배를 피우십니까? 그렇다면 좀 더 안쪽 흡연실로 가셔야 합니다."

2018년 5월, 일본 나리타 국제공항 제1터미널 국제선(북쪽 윙) 세관을 통과하면 면세점 양쪽 끝자락에 흡연실이 있다.

한쪽 끝에는 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사용자를 위한 별도의 흡연실이 있고, 반대쪽엔 재팬타바코(JT·일본담배산업주식회사)가 내놓은 저온 가열식 전자담배 '플룸테크' 전용 흡연실을 구경할 수 있다.

일반 담배(타바코)를 피우려면 이러한 전용 흡연실을 가로질러 또 다른 문을 더 열고 들어가야 한다. 냄새와 연기가 많이 난다는 이유로 일반 담배는 '찬밥 신세' 취급을 받고 있는 셈이다.

기존 담배를 피우려면 아이코스와 플룸테크 전용 흡연실로 먼저 들어가야 하고 상주 직원들로부터 '기존 담배를 피우십니까?'란 질문에 대답하고 난 뒤 다른 흡연실로 이동할 수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냄새'와 '유해물질'을 확 줄였다는 이유로 기존 흡연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이 전자담배는 담뱃잎을 태우지 않고 가열만 해서 연기와 재 그리고 냄새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담배업계 등에 따르면 올 들어서만 궐련형 전자담배는 1월에 2300만갑, 2월과 3월에도 각각 2200만갑과 2400만갑가량 팔렸다. 국내 담배 시장에서 약 10%(월평균 2억4000만갑, 2018년 3월 기준)에 달하는 점유율이다.

1년 전 '전자담배업계의 아이폰'으로 불리던 아이코스를 가지고 국내에 상륙한 필립모리스는 지난 3월까지 11개월간 약 1억6300갑(1갑당 20개비)을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담배시장이 빠르게 잠식당하자 한국을 대표하는 담배회사 KT&G 역시 가열식 전자담배 '릴'을 작년 연말에 내놨다.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도 같은 방식의 전자담배 '글로'를 판매 중이다.



나리타 공항의 흡연실을 점령 중인 아이코스와 플룸테크는 나아가 '담배의 미래'를 걸고 뜨겁게 경쟁하고 있었다. 일반 담배는 이런 경쟁을 강 건너 불 보듯 구경만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아이코스를 정면으로 겨냥한 JT는 '유해물질 99% 차단' '귀찮은 클리닝 불필요' '피우고 싶을 때 원하는 만큼' '저온 가열 방식' 등의 특징을 꼽아 필립모리스를 자극,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 연기 한 모금과 비교해 유해물질을 90~95%가량 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JT의 플룸테크는 이 같은 유해물질을 최대 99%까지 차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해물질이란 담배 연기에 포함된 물질 가운데 WHO(세계보건기구)가 함유량 감소를 권장하는 9가지 물질(벤조피렌·포름알데히드·아세트알데히드·아크롤레인·N-니트로소놀니코틴·일산화탄소·벤젠 등)이다.

JT는 "플룸테크의 경우 담뱃잎을 태우지 않는 데다 고온으로 가열하지도 않는다"며 "독자적인 저온 가열 방식으로 냄새 발생과 유해물질을 대폭 줄여 자택 등 나만의 공간에서 담배의 맛을 느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흡연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흡연이 비흡연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할뿐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해치고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어서다. '사익(흡연할 권리)이 공익(국민의 건강)을 제한할 수 없다'는 점이 인정돼 금연구역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당국은 현재 헬스플랜 건강검진종합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19세 이상)을 30% 밑으로 떨어뜨리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지만, 궐련형 전자담배가 날개 돋친 듯 팔리면서 비상이 걸린 상태다.

전자담배 충전재의 가격 인상에 이어 오는 12월께 암 세포 사진 등 흡연경고 그림을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하는 방안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담배업체들은 그러나 금연정책에 맞서 '담배의 미래'를 다름 아닌 담배로 바꾸고 있다. '집에서 먼저 전자담배의 매력을 경험해 보라'는 전자담배의 홍보 문구는 마치 '담배는 집과 사무실에서 피워야 제맛'이라고 부추기는 것 같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기업의 환율관리 필수 아이템! 실시간 환율/금융서비스 한경Money
[ 무료 주식 카톡방 ] 국내 최초, 카톡방 신청자수 38만명 돌파 < 업계 최대 카톡방 > --> 카톡방 입장하기!!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