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값 더 낼게요… 삶이 힘든 누군가를 위해

입력 2018-05-24 17:52   수정 2018-06-07 16:24

김보라 기자의 알쓸커잡 (25) 맡겨둔 커피


[ 김보라 기자 ]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응원과 희망을 얻었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사람이라면 최소 한두 장면은 “저거 내 얘기 아닌가” 하는 공감을 이끌어낸 작품이었죠.

‘나의 아저씨’ 속에서 이지안(아이유 분)은 세상 시름을 다 안고 살아가는 20대 초반의 소녀 가장입니다. 낮에는 건설회사 파견직 근로자, 밤에는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며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홀로 돌보며 사는 캐릭터.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긴 빚을 갚기 위해 무표정한 얼굴로 하루를 버티는 이지안을 보고 있으면 쓸쓸하고 우울해집니다.

그런 그녀의 하루 중에도 유일하게 편안한 얼굴을 볼 수 있는 때가 있었으니.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커피믹스 세 봉지를 한꺼번에 넣고 타 마시는 그 시간. ‘사는 게 지옥이고, 환생까지 합하면 한 3만 년은 산 것 같다’고 여기는 이지안에게 커피는 그렇게 영양제이자 위로이자, 휴식 그 자체가 됩니다.

이지안의 커피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커피는 브랜드와 원두, 만드는 기기와 값을 다 떠나 한 잔 그 자체로 삶의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문득 커피의 이런 가치를 더 끌어올리는 ‘맡겨둔 커피(Suspended Coffee)’ 운동도 떠올랐습니다. 돈이 없어 커피를 사 먹지 못하는 노숙자나 불우이웃을 위해 미리 돈을 지급하고 카페에 맡겨두는 커피 운동.

100년 전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지방에서 ‘카페 소스페소(caffe Sospeso)’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전통이랍니다. 한때 사라졌다가 2010년 이탈리아에서 ‘서스펜디드 커피 네트워크’라는 조직이 결성돼 부활했다고 하네요. 지금은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세계 전역으로 번졌습니다.

‘맡겨둔 커피’는 내가 마실 커피를 한 잔 사면서 “맡겨두는 커피 두 잔을 포함해달라”고 미리 값을 치르는 방식입니다. 해외에선 커피를 넘어 샌드위치 등 간편한 식사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미리내가게, 로티보이 등을 통해 몇 년 전부터 착한 커피 운동이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아직 널리 퍼지진 않은 것 같습니다.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10조원. 원두 수입량 세계 7위, 카페 수는 10만 개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만약 이 운동이 정착되면 좋은 기부 문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악용할 것이 걱정된다는 사람도 있지만 꼭 불우이웃이 아니면 어떤가요. 삶이 힘든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우리, “커피 한잔 사주죠?”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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