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원하는 일자리 해법 찾는 日… '정규직'만 집착하는 韓

입력 2018-05-28 17:27  

달라도 너무 다른 '韓·日 일자리 정책'

日정부 親시장 노동정책
정규직·비정규직의 중간단계
한정사원제도 활성화
재택근무자도 400만 육박
고용유연성 확보에 주력

韓 '톱다운식 정책' 일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강행
공공 일자리 확대 일변도
최저임금 인상·근로단축 등
기업부담 가중 정책 쏟아내



[ 도쿄=김동욱 기자 ] 일본이 ‘청년고용 천국’으로 탈바꿈한 건 불과 5~6년 정도밖에 안 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강타했을 때만 해도 일본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후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일자리를 못 구한 청년들은 ‘로스 제네(잃어버린 세대의 일본식 표현)’로 불렸다. ‘취직 초빙하기(超氷河期)’라는 말이 회자됐고, 취업 재수생을 의미하는 ‘취업 낭인’이란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다.

이랬던 일본이 ‘대졸자 98% 취직’이란 성적표를 받아쥔 배경은 뭘까.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 외에 시장 친화적인 노동정책을 주요인으로 꼽는다.


‘정규직, 비정규직’ 이분법 배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012년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했다. 눈여겨볼 점은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같은 이분법에 빠지지 않고 시장 수요에 맞는 해법을 찾으려 했다는 점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쯤 되는 ‘한정사원제’를 활성화한 게 대표적이다. 한정사원제는 원래 2005년 도입됐지만 한동안 주목받지 못하다가 아베 정부 들어 재조명받고 있다. 기업으로선 이들에게 주는 연봉이 정규직보다 적어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는 게 매력이었다.


일본생명보험은 2016년 사무직과 콜센터 인력 중 1000여 명을 한정사원으로 채용했다. 다스킨 등 음식료업체도 한정사원 채용 규모를 늘렸다. 작년엔 파나소닉이 일본에 있는 12개 가전공장에서 2년 반 동안 기간제로 근무한 뒤 무기고용직(정년 60세까지 근무 가능)으로 전환하는 한정사원 채용을 시작했다. 파나소닉은 2019년 3월 말까지 한정사원 600여 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한정사원 제도가 구직자에겐 전근이나 초과근무가 없다는 게 장점이었다. ‘자기 시간’ 관리를 선호하는 젊은 층이 한정사원제에 관심을 보였다. 니시오카 준코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파트타임 근로자 중 ‘정규직 일을 못 구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비율보다 ‘내가 편한 시간에 할 수 있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비율이 세 배가량 높다”고 말했다.

유연한 고용정책도 위력

일본 정부는 재택근무, 유연근무 같은 일자리도 장려하고 있다. 기업이 인터넷을 통해 일감을 주면 불특정 다수의 개인이 집에서 인터넷으로 일을 처리하는 ‘클라우드 워커(cloud worker)’가 4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다.

이는 한국이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와 비정규직 제로(0)를 통해 청년 일자리를 늘리려는 움직임과 대조적이다. 한국의 일자리 정책이 ‘톱다운’ 방식인 데 비해 일본은 시장이 원하는 일자리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속적인 경기부양

시중에 돈을 풀고 엔화가치를 낮춰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도 위력을 발휘했다.

한국이 ‘땜질식’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매달리고,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환율에 거의 손을 못 댄 것과는 대조적이다. 아베노믹스가 지속되면서 일본 기업은 이익이 늘었고 이는 다시 고용 증가로 이어졌다.

그 결과 2010년 9.32%였던 일본의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4.65%로 급감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노동력 부족이 353만 명에 달한다. 다카하시 요이치 가에쓰대 교수는 “인구 감소 충격이 일본 사회에 닥친 지 20년 가까이 되지만 최근에야 청년고용 여건이 개선된 것은 금융, 재정, 노동정책 측면에서 복합처방을 한 ‘아베노믹스 효과’”라며 “다양한 고용 형태를 도입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일하는 방식을 꾸준히 개혁한 결과”라고 말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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