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의회 역할' 모르는 후보들 득실, 지방자치 위기다

입력 2018-06-05 17:49  

6·13 지방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좀처럼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선거전 열기는 고사하고 광역단체장 후보 이외에는 출마자 이름을 모른다는 유권자가 많다. 이번 지방선거가 인물도 정책도 모르는 ‘역대 최악의 깜깜이 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방선거가 남북한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 등 대형 이슈에 매몰된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주요 정당과 후보들이 지역 주민의 삶과 직결되는 생활 밀착형 공약을 제대로 발굴해 공론화하지 못한 책임도 적지 않다.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들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관심 끌기용이거나 지방의회 능력과 권한을 벗어난 것들이 수두룩하다.

자유한국당 대전 유성구의회 모 후보의 1호 공약은 초대형 사회간접자본 사업인 ‘도시철도 2호선 DTX(저심도 지하철) 건설’이다. 더불어민주당 광명시의회 모 후보는 ‘현충공원역 유치’라는 ‘국회의원급’ 공약을 내걸었다. 자유한국당 대구시의회 모 후보는 달성토성, 경상감영 등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 추진을 내세웠다. 지방의원과 지방의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지방행정을 감시하고 현안을 발굴해 지역 발전과 주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게 지방의회 역할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지방의회가 하는 일’도 잘 모르는 후보들이 득시글대다 보니 지방의회 비효율과 비위는 고질적인 문제가 됐다.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시민단체들이 2016년 발표한 ‘지방의회 의원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17개 광역 시·도의원이 발의한 조례는 연 평균 한 건에 불과했다. 서울시의회 의원 106명 중 51명은 2년간 대표 발의한 조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본회의장에서 시정 질의 한 번 하지 않은 시의원도 45명에 달했다.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는 막장 수준의 감투싸움으로 전락하기 일쑤다. 뇌물수수, 청탁·알선 등 지방의원들의 비위도 끊이지 않는다. ‘지방의회 무용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방선거가 지금처럼 유권자의 외면을 받을수록 인기영합식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들이 활개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옥석을 제대로 가려내지 않는다면 자격미달 후보들에게 ‘지역 곳간’을 맡기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정책은 뒷전에 두고 지킬 수 없는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들을 솎아내야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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