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실적주의'가 경제를 망친다

입력 2018-06-14 17:17  

column of the week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

미국이 이룩한 위대한 업적은
언제나 장기 투자에서 비롯

기업도 장기전략이 중요한데
분기 실적 가이던스 맞추려고
R&D 등 필수 지출까지 보류

기업들은 상장 꺼리게 되고
투자자는 돈 벌 기회 줄어들어

증시가 장기적 富에 집중하면
美 경제도 결국 더 강해질 것



[ 주용석 기자 ]
미국의 모든 세대는 후손들에게 더 강하고, 더 번영하는 사회를 남겨야 할 책임이 있다. 미국이 (지금까지) 이룩한 위대한 업적은 언제나 장기 투자에서 비롯됐다. 국가 정책에서든, 기업에서든 효과적인 장기전략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이끈다.

이는 상장회사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의 상장사가 매 분기 주당 실적 가이던스(전망)를 발표하는 걸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의 200개에 달하는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하는 ‘비즈니스 원탁회의’도 우리의 이런 주장에 동의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한 바에 비춰볼 때 기업이 분기별로 실적 가이던스를 내놓다 보면 장기전략과 성장, 지속 가능성을 희생하면서까지 거기(단기 실적 가이던스)에 연연하게 된다.

유능한 관리자가 경영하고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은 미국 경제의 엔진이다. 이 때문에 훌륭한 지배구조는 꼭 필요하다. 상장사는 2800만 개에 달하는 전체 미국 사업체 중 4300개가량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 4300개 기업은 미국 전체 민간부문 고용의 3분의 1, 모든 기업 지출의 2분의 1을 차지한다. 미국에서 상장사는 일자리와 기회를 만들고 경제성장을 이끈다.

(기업이 매 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발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리의 주장은 비즈니스 리더들이 2016년 만든 ‘상식적인 기업 지배구조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 원칙은 금융시장이 지나치게 단기 실적에 집착한다고 지적한다. 분기별로 (다음 분기에는 주당 순이익이 얼마로 예상된다는 것 같은) 실적 가이던스를 발표하는 관행이 ‘단기 실적주의’를 야기하는 주 요인이다.

많은 기업이 분기별 실적 가이던스에 (실제 실적을) 맞추기 위해 기술 투자와 고용, 연구개발(R&D) 같은 (장기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지출을 보류할 때가 많다. 문제는 실적 가이던스는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원자재 가격이나 주식시장 변동, 심지어 날씨 같은 외부 변수 말이다.

단기 실적 가이던스에 실적을 맞춰야 한다는 압력은 지난 20년간 미국에서 상장기업 숫자가 감소한 요인이기도 하다.

단기 실적에 연연하는 자본시장 때문에 장기적 시각을 지닌 기업들이 상장을 꺼리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경제에서 혁신과 기회가 사라진다. 상장기업 감소는 개인이나 소규모 투자자가 퇴직연금 등을 통해 돈을 벌 기회도 줄어든다는 걸 의미한다.

현재 미국에선 1억 명 이상이 직접 혹은 (뮤추얼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상장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기업연금이나 공적연금, 노조연금을 통해 상장기업에 투자하는 미국인도 수백만 명이 넘는다. 여기에는 전역 군인, 은퇴자, 교사, 간호사, 소방관, 연방정부·주정부·시청 공무원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분기별 실적 가이던스 발표에 반대한다고 해서) 우리가 기업의 분기 실적이나 연간 실적 발표에도 반대한다고 생각하진 말기 바란다. 각종 경영지표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건 주식시장에선 필수적이다. 우리 역시 주주들에게 각종 경영지표가 제대로 공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주장에 따라 실적 가이던스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상장기업은 주주에게 경영 상황을 보여주는 분기보고서와 연례보고서를 (지금처럼) 제공할 것이다. 기업의 전략적 목표와 함께 경영지표를 주주와 명확히 소통하는 건 필수적이다. 다만 이 같은 정보(실적 가이던스)는 (지금처럼 분기별로 제공되는 게 아니라) 각각의 상장기업과 그 기업의 주주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시간표(timeline)에 따라 제공되는 게 바람직하다. 그 기간은 1년이 될 수도 있고 혹은 다른 기간이 될 수도 있다.

주주 권리를 적극 옹호하는 기관투자가위원회의 켄 버치 사무국장도 우리의 이 같은 주장을 지지한다. “미국의 현재 혹은 미래 은퇴자는 자신의 저축이 신뢰할 만한 지표와 정확한 실적보고서에 따라 투자되고 있다는 걸 알 권리가 있다. 장기적 사고와 장기 투자를 장려하는 관행은 투명성과 투자자의 권리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물론 기업이 분기별 실적 가이던스를 줄이거나 없앤다고 해서 미국 기업이 직면한 ‘단기 실적주의’ 압박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미국과 미국 증시가 (단기 실적보다) 장기적인 부와 기회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면 미국은 더 강하고, 더 회복력이 뛰어나고, 더 건전해질 것이다. 그리고 미국 경제도 장기적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 이는 미국 근로자와 주주, 투자자, 그리고 후손들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유산이 될 것이다.

원제=Short-Termism Is Harming the Economy

정리=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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