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해 무드 조성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
발행금액 200억엔으로 증액
기업들 해외 자금조달 '청신호'
[ 김진성 기자 ] ▶마켓인사이트 6월29일 오후 3시54분
KT가 한국 민간기업 중 사상 최저 금리로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한다. 남북한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한국 기업을 짓눌러온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조짐을 보이자 일본 현지 투자자들이 대거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T가 이날 150억엔(약 1500억원) 규모의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위해 일본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벌인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450억엔(약 4500억원)가량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KT는 넉넉한 투자 수요가 들어오자 채권 발행금액을 200억엔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2년물 40억엔, 3년물 160억엔으로 나눠 발행한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다이와증권이 대표주관을 맡았다.
특히 기관들이 채권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낮은 금리로 주문을 낸 덕분에 발행금리가 한국 민간기업의 사무라이본드 발행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2년물 금리는 연 0.31%, 3년물 금리는 연 0.38%로 결정됐다. 기존 최저금리 기록은 2년물은 2015년 현대캐피탈의 0.52%, 3년물은 같은 해 KT의 0.48%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미국과 중국·유럽연합(EU)의 무역 갈등 등으로 해외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좋은 조건을 얻은 셈이다. 지난 28일 기준 미국 5년 만기 국채금리는 연 2.72%로 지난 1년간 0.87%포인트가량 뛰었다. 이 때문에 신용도가 낮은 몇몇 한국 기업은 해외 채권 발행을 연기하거나 중단한 상황이다.
북한을 둘러싼 긴장이 풀리면서 한국 기업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어든 것이 채권 수요를 끌어모으는 데 힘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국 우량 기업 채권에 대한 선호도가 한층 높아졌다. 이 덕분에 신용등급이 높은 한국 기업들은 최근 해외 채권 발행에 성공하고 있다.
20일 GS칼텍스가 모집액보다 다섯 배가량 많은 투자 수요를 확보해 3억달러(약 3400억원)어치 글로벌본드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발행금리(연 3.98%)가 당초 제시한 희망금리보다 0.3%포인트 낮았다. 수출입은행은 21일 충분한 수요를 확보해 당초 계획보다 400억엔 늘린 1200억엔(약 1조2000억원)어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했다. 1년6개월물(연 0.16%)과 3년물(연 0.27%) 모두 발행금리가 연 0%대 초반에 불과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북한 리스크에 민감한 일본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 채권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것은 한반도 정세가 그만큼 안정됐다는 의미”라며 “최근 해외 채권시장 수급 상황이 좋지 않지만 한국 기업들의 선전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KT의 안정적인 재무 상태도 매력적이다. 이 회사는 최근 3년간 연 22조원대 매출과 1조원대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지난 1분기 매출은 5조7102억원, 영업이익은 3971억원을 기록했다. 재무건전성 평가지표인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총 차입금 비율은 1.3배(1분기 말 기준)로 3년여간 2배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KT의 해외 신용등급은 한국 국가신용등급(A)보다 한 단계 낮은 ‘A-’, 국내 신용등급은 최상위인 ‘AAA’다.
■사무라이본드
외국 기업이 일본에서 발행하는 엔화 표시 채권. 외국 기업이 한국에서 발행하는 원화 표시 채권은 아리랑본드로 불린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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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
발행금액 200억엔으로 증액
기업들 해외 자금조달 '청신호'
[ 김진성 기자 ] ▶마켓인사이트 6월29일 오후 3시54분
KT가 한국 민간기업 중 사상 최저 금리로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한다. 남북한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한국 기업을 짓눌러온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조짐을 보이자 일본 현지 투자자들이 대거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T가 이날 150억엔(약 1500억원) 규모의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위해 일본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벌인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450억엔(약 4500억원)가량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KT는 넉넉한 투자 수요가 들어오자 채권 발행금액을 200억엔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2년물 40억엔, 3년물 160억엔으로 나눠 발행한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다이와증권이 대표주관을 맡았다.
특히 기관들이 채권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낮은 금리로 주문을 낸 덕분에 발행금리가 한국 민간기업의 사무라이본드 발행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2년물 금리는 연 0.31%, 3년물 금리는 연 0.38%로 결정됐다. 기존 최저금리 기록은 2년물은 2015년 현대캐피탈의 0.52%, 3년물은 같은 해 KT의 0.48%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미국과 중국·유럽연합(EU)의 무역 갈등 등으로 해외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좋은 조건을 얻은 셈이다. 지난 28일 기준 미국 5년 만기 국채금리는 연 2.72%로 지난 1년간 0.87%포인트가량 뛰었다. 이 때문에 신용도가 낮은 몇몇 한국 기업은 해외 채권 발행을 연기하거나 중단한 상황이다.
북한을 둘러싼 긴장이 풀리면서 한국 기업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어든 것이 채권 수요를 끌어모으는 데 힘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국 우량 기업 채권에 대한 선호도가 한층 높아졌다. 이 덕분에 신용등급이 높은 한국 기업들은 최근 해외 채권 발행에 성공하고 있다.
20일 GS칼텍스가 모집액보다 다섯 배가량 많은 투자 수요를 확보해 3억달러(약 3400억원)어치 글로벌본드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발행금리(연 3.98%)가 당초 제시한 희망금리보다 0.3%포인트 낮았다. 수출입은행은 21일 충분한 수요를 확보해 당초 계획보다 400억엔 늘린 1200억엔(약 1조2000억원)어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했다. 1년6개월물(연 0.16%)과 3년물(연 0.27%) 모두 발행금리가 연 0%대 초반에 불과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북한 리스크에 민감한 일본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 채권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것은 한반도 정세가 그만큼 안정됐다는 의미”라며 “최근 해외 채권시장 수급 상황이 좋지 않지만 한국 기업들의 선전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KT의 안정적인 재무 상태도 매력적이다. 이 회사는 최근 3년간 연 22조원대 매출과 1조원대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지난 1분기 매출은 5조7102억원, 영업이익은 3971억원을 기록했다. 재무건전성 평가지표인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총 차입금 비율은 1.3배(1분기 말 기준)로 3년여간 2배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KT의 해외 신용등급은 한국 국가신용등급(A)보다 한 단계 낮은 ‘A-’, 국내 신용등급은 최상위인 ‘AAA’다.
■사무라이본드
외국 기업이 일본에서 발행하는 엔화 표시 채권. 외국 기업이 한국에서 발행하는 원화 표시 채권은 아리랑본드로 불린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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