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동맹도 거래대상' 트럼프의 마이웨이… '69년 안보동맹 나토' 위협

입력 2018-07-15 18:08  

트럼프 "나토 탈퇴할 수도"
'유럽 안보 무임승차론' 내세워
나토정상회의서 국방비 증액 요구
英·캐나다 병력 확대 등 압박 성과

나토 흔드는 트럼프 행보 두고
"무기 판매" vs "진짜 해체" 엇갈려

유럽 '미국의 힘' 딜레마
유럽 주둔 미군 철수 여론 높지만
러시아 군사위협 갈수록 커져 고민



[ 유승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인 유럽을 뒤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다른 회원국들에 국내총생산(GDP)의 4%까지 국방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NATO 회원국 대부분의 국방비 지출이 GDP의 2%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으로 늘리라는 압박이다. 회의 후 기자회견에선 NATO 탈퇴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동맹관계마저 ‘거래 대상’으로 보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외교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 상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 등 통상 압박을 가한 데 이어 국방비 증액까지 요구하면서 유럽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9년 옛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권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결성된 NATO가 중대 기로에 섰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트럼프 “유럽이 안보 무임승차”

트럼프 대통령의 NATO에 대한 불만은 미국이 지나치게 많은 국방비를 부담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NATO는 2014년 정상회의에서 GDP의 2%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합의하고, 이 기준에 미달한 국가도 2024년까지 목표 수준을 달성하기로 했다.

아직 목표 시한은 남았지만 NATO 29개 회원국 중 지난해 GDP의 2% 이상을 국방비로 쓴 나라는 미국(3.6%) 그리스(2.2%) 에스토니아(2.1%) 영국(2.1%) 폴란드(2.0%) 등 5개국뿐이다. 독일의 국방비 지출 비중은 1.2%, 프랑스는 1.8% 수준에 그치고 있다. NATO 회원국 전체 국방 예산 중 미국의 비중은 70%에 이른다.

미국은 냉전이 끝난 뒤에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전쟁을 치르면서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EU를 통해 주변국 간 경제적 통합을 이루고 전쟁 위험이 낮아지면서 국방비를 대폭 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이 안보에서 경제 규모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NATO 출범 초기엔 유럽 국가들의 경제 복구가 급했던 만큼 미국이 유럽을 군사적·경제적으로 지원해야 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가 세계 각지에서 군사 개입을 늘리고 있는 데다 NATO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활동을 확대하면서 회원국들에 대한 국방비 지출 증액이 요구됐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쪽 흑해 연안의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무리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NATO 정상회의 직전 트위터에 “미국은 유럽을 보호하기 위해 예산을 지출하고, 무역에서 수십억달러 손실을 입고 있다”고 썼다. 유럽이 미국에 의존해 안보 무임승차를 하면서 경제적 과실을 누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유럽의 딜레마 “미국 없으면 안 돼”

NATO 회원국에 국방비 증액을 요구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은 아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8년 NATO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4년 정상회의에서 “강력한 NATO를 유지하기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상대국 정상에 대한 비난을 서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에 유럽 국가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은 러시아의 포로다. 러시아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안보와 번영에 위협적 존재”(파이낸셜타임스)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유거브(Yougov)가 독일 DPA통신과 함께 지난주 벌인 여론조사에서 42%가 주독미군 철수를 원한다고 답했다. 미군 주둔을 지지한 응답자는 37%였다. 유거브가 지난 1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영국인의 77%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고민은 현실적으로 미국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러시아는 GDP의 4%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다. 유럽은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할 때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전 독일 외무장관은 독일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잘 지낼 수는 없지만, 미국 없이 살아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

유럽에선 ‘미국 없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29일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유럽 지도자들은 “EU 역내 안보를 위해 더 큰 책임을 지고 그 역할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협상 전략인가, 동맹 해체 의도인가

국방비 증액 요구에 숨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안보와 무역을 연계해 유럽을 압박하는 전략이라는 관측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에서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유럽산 자동차 수입을 제한하겠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술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서전 《거래의 기술》에서 “내가 거래를 성사시키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고 분명하다. 목표를 높게 잡은 뒤 전진에 전진을 거듭할 뿐”이라고 했다.

이번 NATO 정상회의에서도 트럼프식 압박이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영국과 캐나다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견하는 재건 임무 병력을 늘리겠다고 했다. NATO 정상들은 유사시 30일 안에 30개 기계화 대대와 30개 비행편대, 전함 30척을 배치하는 체제를 2020년까지 갖춘다는 ‘30-30-30-30’ 정책도 추진키로 했다.

미국 무기를 유럽에 더 많이 판매하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NATO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산 무기 구매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은 전투기, 미사일, 총기 등 세계 최고의 군사장비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록히드마틴 보잉 등 미국 방산 기업들의 주가는 1~3%대 급등했다.

궁극적으로 동맹을 해체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없지 않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NATO를 돈낭비라고 생각한다”며 “유럽이 국방에 훨씬 더 많이 투자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는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흔들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니컬러스 번스 전 NATO 주재 미국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방문은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혼란스러웠다”며 “미국에 대한 동맹국들의 신뢰를 약화시켰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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