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SF에 도전장…영화 '인랑'에만 있는 것 세 가지

입력 2018-07-20 19:27   수정 2018-07-21 08:57

한국형 SF 액션 블록버스터 김지운 감독 신작 '인랑'
강동원-정우성-최민호 "30kg 강화복 입고 액션 힘들었죠"
김지운 감독 "집단 떠나 개인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




한국형 SF 액션블록버스터의 새 장을 열 영화 ‘인랑’이 베일을 벗었다. 스타일리시한 연출의 대가 김지운 감독은 통일을 준비 중인 한국의 근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병기로 길러진 강동원의 얼굴을 통해 심오한 세계관을 다룬다.

‘인랑’은 남북한이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반통일 테러단체가 등장한 혼돈의 2029년, 경찰조직 ‘특수기동대’와 정보기관인 ‘공안부’를 중심으로 한 절대 권력기관 간의 숨막히는 대결 속 늑대로 불리는 인간병기 ‘인랑’의 활약을 그린 작품이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 국가인 대한민국의 통일은 그 자체로도 SF였다. 여기에 반정부 테러리스트 단체 섹트와 가공할 무장력의 경찰조직 특기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공안부의 첨예한 대립을 통해 권력기간의 음모와 대결, 전쟁으로 확장되는 근미래의 혼란과 암투를 담아냈다.

‘인랑’은 인간과 늑대라는 뜻을 지닌다. 이질적인 두 존재가 한 인물의 내면 안에서 부딪히고 충돌하며 인간의 길을 갈 것인지, 짐승의 길을 갈 것인지 치열하게 묻는다. 또 한 여인의 등장을 통해 ‘야만의 시대에도 사랑은 가능한가’라는 물음은 힘겨운 멜로 드라마의 심상까지 담고 있다.

영화는 일본의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동명의 애니메이션(1999년작)에서 아이코닉한 이미지는 유지하고 한국적으로 세계관을 확장해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하게 한다.

‘인랑’이 첫 공개된 2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 주연배우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최민호, 한예리, 김무열과 김지운 감독을 만나 관전포인트를 들어봤다.

◆ 오시이 마모루의 SF 걸작+장르 마술사 김지운


단 한번도 장르 반복 없이 새로운 장르 영화를 만들어내는 김지운 감독은 ‘인랑’을 통해 할리우드 SF와 궤를 달리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분단 한국에서만 가능한 설정인 ‘통일’을 앞둔 미래를 그린다는 점에서 독특한 색과 맛을 낸다. 테러 단체, 권력 기관과 강화복을 입은 ‘늑대로 불린 인간병기’의 존재는 배우들이 대역 없이 맨몸으로 직접 해낸 강화복 액션과 카 체이스, 총격 액션 등 액션의 박진감을 뽐낸다.

김지운 감독은 이날 ‘인랑’에 대해 “원작에 대한 오마주와 새로운 해석이 공존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원작 속 강화복, 지하 수로, 빨간망토 이야기, 기관총, 사용된 음악들까지 끌고 들어온 설정들이 많았다.

감독은 “전개도 비슷하게 나가지만 새로운 캐릭터가 들어오고 스토리가 강화되면서 결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며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사이버 펑크의 대가인데 미래를 그릴 때 디스토피아적 음울한 세계관이 공식처럼 되어 버렸다. 원작을 보며 어둡고 무거운 허무주의와 모호한 세계에 대한 대중적 접근이 필요했고 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화 했을 때 무슨 이야기를 할까에 대한 고민을 했는데 누군가에게 트라우마로 작용할 만한 큰 사태 중 가장 국가적이고 한국적인 것이 통일이라고 생각했다.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넣으면서 이들을 구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게끔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작품에서 주인공인 인간병기 임중경(강동원 분)의 행로를 따라가다보면 친구와 여자, 아버지와 같은 스승의 존재를 거쳐간다. 김 감독은 “인간병기가 이들을 통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고 변화를 추구하게 되는데 엔딩에서 호불호가 있을 것 같기는 하다”면서 “한국화하기 위해 제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영화 ‘블레이드러너’를 예로 들면서 미래상을 그리는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시각적으로 엄청난 돈을 들이는 영화다. 하지만 우리는 강화복 제작에 돈을 다 썼다. 그렇다면 어떻게 미래를 그릴까 고민하다가 사이버펑크 이후 미래의 불안함을 다루는 것이 SF인데 어둡게 그리자고 생각했다. 암울한 상황과 극심한 혼란을 주고 철학적 측면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실을 극단적, 과장적으로 끌어올리면 SF의 가장 정신적인 박진감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주어진 시장 안에서 최선을 다했고 아쉽긴 하지만 시각적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각종 화기, 조명을 많이 썼다. 색보정을 통해 미래의 무드를 내려고 노력한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 얼굴 자체가 장르, 강동원X정우성의 철갑액션

‘인랑’의 기대포인트는 장르적 신세계에만 머물지 않았다. ‘인랑’은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김무열, 한예리, 최민호, 신은수, 허준호까지 배우들의 매력을 십분 보여준다.

강동원은 늑대로 불린 인간병기로 변신해 짐승이기를 강요하는 임무와 인간의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임중경의 심리와 강렬한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강동원은 “외적 표현을 하지 않는 캐릭터라 연기자로서 답답할 때가 많았다. 욕심이 날 때가 있지만 그런 것을 내려놓고 묵묵히 해나가야 하지 않았나 싶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액션 뿐이었다. 촬영은 많이 한 것 같은데 마스크를 쓰고 있어 나온 것은 얼마 안되는 기분이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정우성은 이 작품을 통해 최초로 강동원과 호흡했다. 멘토와 멘티 같은 특기대 훈련 소장과 정예대원으로 만난 이들의 입체적 관계는 영화에 또 다른 호흡을 불어넣는다.

특히 ‘특기대’를 연기한 강동원과 정우성, 최민호는 한국 영화 최초로 30~40kg에 달하는 특수 강화복 수트를 입고 액션 연기를 해야 했다. ‘아이언맨’의 수트를 제작한 에디 양이 직접 숨을 불어넣은 작품이다.

정우성은 "강화복이 무겁긴 하다. 강렬해야 하고 파워풀해야 하는데 그걸 표현하기 위해서 몸을 더 희생할 수 밖에 없었다. 강동원도 몸이 말라서, 강화복이 가진 무게감을 표현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강동원이 같이 고생하면서 잘 표현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액션신 중 이번 작품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한 강동원은 "강화복이 너무 무거워서 물어봤다. 원래 이렇게 무겁느냐, 이걸 입고 어떻게 연기를 하느냐라고 물어봤다. 갑옷 만드는 분이 '돈을 더 쓰면 가볍게 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 정말 진지하게 이야기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 우리는 제작비가 미국처럼 많지 않으니 열심히 몸으로 때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는 갑옷을 입고 ‘설마 내가 할까?’라고 생각을 했는데 감독님이 '네가 해야지'라고 하셔서, 그냥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대역을 잘 안 쓰는데, 그래도 지금까지 한 액션 중에, 그나마 대역을 많이 쓴 영화다"라고 고백했다.

김지운 감독은 "마스크를 항상 쓰는데 그 안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감동했다. 똑같이 숨기고 있는데 액션의 자태가 수려하고 아름답게 나오더라. 스턴트맨이 아주 위험한 장면은 했지만 가급적이면 강동원에게 부탁했다. 나오는 것이 다르다. 강동원이 뛸 때, 멈춰 서 있을 때, 총 쏠 때, 스턴트맨과 뭔가 다르다. 감동스러웠던 순간이었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특기대’ 캐스팅의 조건을 설파했다. 그는 "신체적, 비주얼적으로 완벽한 피사체가 필요해서 모으다 보니 그림 같은 얼굴들을 캐스팅했다. 잘 생긴것 뿐만아니라 연기까지 잘하는 배우들의 영화가 만들어졌으면 했다. 현장에서 끊임없이 암시했고, 메시지를 보내며 캐릭터를 생각할 수 있게 했다. 욕 먹는 상사 같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 멜로 담당이라고? 한효주가 짊어진 주제의식

‘인랑’의 홍일점 한효주는 짐승으로 살아가야할 임중경에게 인간의 마음을 일깨우는 이윤희의 얼굴로 분했다. 그는 죽은 섹트 소녀의 언니로 임중경의 마음을 흔드는 멜로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도 자신이 가진 아픈 상처를 관객에게 전달하고 여러 층위의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 그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어려울 수 있는 캐릭터다.

한효주는 “시나리오 받았을 때부터 표현 방법이 어려웠다. 캐릭터가 가진 아픔의 깊이가 얼만큼인지 상상하면서 매 신마다 감독과 상의하며 열심히 촬영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시나리오 처음 받았을 때 받은 느낌이 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지운 감독은 이윤희 역에 특별히 공을 들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자의 성장을 위해 여자의 도움을 받는 서사를 경계를 하며 작업했다”면서 “남자와 여자가 동등한 생각을 하고 각각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강조했다”고 말했다.

SF 속에 멜로라는 장치를 넣은 데 대해서는 “저는 영화를 만들며 신파와는 가장 거리가 먼 감독이었다. 건조하고 드라이한 작품을 했다. 이번엔 다르다”라고 운을 뗐다.

김 감독은 “인류애와 휴머니즘, 사랑은 우리가 로봇이 되지 않는 한 우리가 가져가야 할 것이다. 그 주제를 어떻게 보여주고 증명하고 어떤 이야기 속에 어떤 스타일로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이 이야기가 이들을 구원하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다”라고 소신을 전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신파적인 사랑 이야기를 하려했던 것은 아니었다”면서 “집단과 개인의 문제, 관계의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친구, 여자, 스승을 거쳐 한 남자가 성장하고 변화하는 이야기인데 그 사람들이 상징하고 있는 것이 공안부, 특기대, 섹트라는 집단이다. 임중경은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다 트라우마가 생기고, 개인화된 이윤희를 보며 번민하고 흔들리는 사람”이라고 캐릭터에 대해 분석했다.

김지운 감독은 “사랑의 감정이 ‘들락말락’ 한 것이지, ‘집단에서 나와 개인으로 돌아가자’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만들었나 싶다. 극중 임중경은 무수히 많은 벽을 뚫고 나오는데 무의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인랑’은 ‘백투터 퓨쳐’를 패러디 한 ‘SF벽뚫고퓨쳐 액션블록버스터’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수많은 할리우드 대작 속에 한국형 SF 좌표를 찍고 싶다”면서 “주제 중에 ‘애국심’에 관한 것도 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액션 대작을 만들기 위해, 외화에 맞서기 위해 고군분투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영화 ‘인랑’은 오는 25일 개봉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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