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창백한 푸른 점, 지구별과 사랑

입력 2018-07-30 19:06  

성명기 < 여의시스템 대표·이노비즈협회장 smk@yoisys.com >


인류가 만든 물체 중에서 지구에서 가장 멀리 날아간 것은 쌍둥이 무인우주탐사선인 보이저 1호와 2호다. 1977년에 발사돼 현재 지구와 태양거리의 200배가 넘는 342억㎞ 거리의 성간우주(태양계의 끝 항성과 항성 사이의 공간)까지 날아갔다. 41년 동안 날아갔는데도 아직 빛의 속도로는 하루도 안 되는 위치에 있다. 우주는 무려 138억 광년이라는 상상도 못할 크기라고 한다.

1990년 보이저호가 해왕성 궤도 외곽을 지날 때 지구로 카메라를 돌려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사진 속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서 눈에 보일 듯 말듯한 ‘창백한 작은 점’에 불과했다.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사진 속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란 시로 읊었다. 이 시의 핵심 대목을 독자와 공유하고 싶다.

“여기가 우리의 보금자리이고 우리 지구입니다./ 이곳에서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가 알고 우리가 들어봤으며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사람이 살았습니다./ 우리의 기쁨과 고통, 우리가 확신하는 수천 개의 종교와 이념, 경제체제,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들, 모든 영웅과 겁쟁이,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 촉망받는 아이, 발명가와 탐험가, 스승과 부패한 정치인들, 슈퍼스타, 최고의 지도자들,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태양 빛 속에 떠다니는 저 작은 먼지 위에서 살다갔습니다./ 지구는 코스모스(우주)라는 거대한 극장의 아주 작은 무대입니다./ 그 모든 장군과 황제들이 아주 잠시 동안 저 점의 작은 부분의 지배자가 되려 한 탓에 흘렀던 수많은 피의 강을 생각해 보십시오./ 저 점의 한 영역 주민들이 거의 분간할 수도 없는 다른 영역 주민들에게 끝없이 저지른 잔학행위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이 얼마나 자주 불화를 일으키고 얼마나 간절히 서로를 죽이고 싶어 하며 얼마나 강렬히 증오하는지 우리의 만용, 우리의 자만심, 우리가 우주 속의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에 대해 저 창백하게 빛나는 점은 이의를 제기합니다./ 우리 행성은 사방을 뒤덮은 어두운 우주 속의 외로운 하나의 알갱이입니다.”(칼 세이건 저, 현정준 역 《창백한 푸른 점》 중에서)

이 시에서 칼 세이건은 우주의 작은 먼지에 불과한 지구에서 종교나 이데올로기, 민족의 차이로 끊임없이 반목하는 인간들에게 적대적 마음을 버리고 사랑으로 세상을 바라보자고 했다. 사랑과 생명 존중은 지고지순한 절대 선이며 가치다. 내가 ‘한경에세이’에서 이를 주제로 글을 쓰는 이유다. 물론 이 시에 공감하느냐, 공감하지 않느냐는 전적으로 독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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