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이어 제약·배터리도 '에어샤워'… 클린룸, 초정밀산업 '핵'으로

입력 2018-08-07 17:15   수정 2018-08-21 19:17

산업리포트

티끌 하나도 용납 못해
먼지 붙으면 불량 확률 높아져
반도체, 최적의 온도·습도도 관건

반도체와 함께 큰 신성이엔지
日 클린룸 뜯고 조립하길 수십번
고효율 청정시스템 국산화
日도 실패한 고난도 클린룸 개발
업황따라 기복 심했던 실적 만회
"전세계 절반은 우리가 만들어"

바이오 클린룸으로 진화
제약·병원·식품 세균 오염 방지
청정환경 필요한 곳 갈수록 늘어



[ 고재연 기자 ] “신성이엔지는 천장만 보고, 한양이엔지는 바닥만 보고, 삼우ENC는 벽체만 보고 다닌다.”

과거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이들 회사는 클린룸 청정 장비와 배관 시설, 건설 작업을 각각 담당했다.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클린룸(청정실)이 필수다. 예전엔 관련 설비 기술이 일본에 한참 뒤처져 있었다. 이들 회사 직원들이 자나 깨나 천장과 바닥을 보고 다니며 어떻게 하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던 이유다.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관련 장비를 국산화한 것은 물론 일본을 제치고 최고의 기술력을 갖췄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세계 최고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회사들과 수많은 신규 공장을 건설하면서 협업한 결과다.

이들 기업의 입지도 달라졌다. 제조업의 중심축이 철강 조선 등 ‘굴뚝산업’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전자산업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전자산업뿐만이 아니다. 바이오, 식품,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정 환경’을 필요로 하면서 새로운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년간 ‘먼지와의 싸움’

반도체, 디스플레이산업에서 클린룸 조성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아주 작은 오염물질(파티클)이라도 제품에 붙으면 불량품이 되기 때문이다. 클린룸에서는 파티클 제거뿐만 아니라 온도와 습도를 최적의 조건으로 유지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청정도 등급은 공정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최소 요구 조건은 ‘1000클래스’다. 1세제곱피트(약 30㎝ 길이 정육면체 부피) 공간에 0.1㎛(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먼지가 1000개 이하여야 한다는 의미다. 노광 공정은 100클래스 정도로 조건이 더 엄격하다.

국내 대표적인 클린룸 설비 업체는 신성이엔지다. 1977년 냉동공조업체 신성이엔지를 설립한 이완근 회장은 직감적으로 반도체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했다. 1985년 자체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연구는 쉽지 않았다. 일본 업체들에 기술 제휴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당시 관련 설비의 국산화를 원했던 삼성전자와 협력해 밤낮으로 제품 국산화에 매달렸다. 일본 전시회, 공장 견학을 통해 곁눈질로 기술을 터득했다. 일본 업체의 제품을 밤새 뜯어보고 새 제품 만들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1990년 클린룸의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핵심 장비인 FFU(팬 필터 유닛)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의 국내외 클린룸에 빠짐없이 들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생산한 FFU만 160만 대에 달하는 등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식품·축산 분야로 시장 확대

2000년대에는 국내 디스플레이업계가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디스플레이 공장 근로자는 반도체 공장과 비교해 훨씬 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했다. 대기 중 오염물질 농도를 뜻하는 ppb가 반도체 클린룸은 200~300ppb 수준이었던 데 비해 디스플레이 클린룸은 5000~6000ppb 수준으로 높았다. 당시 반도체 부문에서 온 고위 임원들은 부임하자마자 열악한 작업 공정부터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일본 업체들과 협업해 공정 개선에 나섰다. 결과는 실패였다.

반면 신성이엔지는 2004년 휘발성 물질 제거장비 V마스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공기 중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90% 이상 제거하는 제품이었다. 디스플레이 공장 근로자의 근무 환경이 대폭 개선될 수 있었던 데는 이 제품의 역할이 컸다.

안윤수 신성이엔지 사장은 “국내 클린룸업계의 역사는 글로벌 1, 2위를 다투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산업의 성장사와 함께한다”며 “세계 클린룸 면적 중 절반은 신성이엔지에서 조성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형 클린룸에서 필요로 하는 전기 중 30% 이상을 FFU가 사용하는 만큼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전력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공장의 산업용 클린룸뿐만 아니라 ‘바이오 클린룸’도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제약 연구소, 병원, 식품 연구소, 동물 실험실 등에서 조성하는 클린룸이 대표적이다. 세균, 곰팡이 등 생물성 입자에 의한 오염을 방지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미세먼지 등의 영향으로 일상 생활에서도 대기 청정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안 사장은 “네일아트숍 등 오염물질 농도가 높은 곳에서도 청정한 대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개념 공기청정기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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