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맥] 한반도 평화 만들기, 여성이 주체 돼야

입력 2018-08-26 17:40  

"性인지적 관점 부재했던 獨 통일
여성의 사회적 지위 악화시켜
南北교류 과정서 여성 참여 절실"

정현백 < 여성가족부 장관 >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한반도기를 들고 나란히 들어서던 순간은 아직도 생생한 감동으로 남아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10여 년 가까이 차갑게 얼어붙어 있던 남북 관계의 해빙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정상회담, 역사상 최초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숨 가쁘게 전개됐다. 다음달에는 평양에서 다시 남북 정상이 만난다. 한반도와 이를 둘러싼 세계가 평화 정착을 위한 역사적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지금 ‘평화의 바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역사적으로 여성들은 무력 분쟁 상황에서 항상 직·간접적 피해를 입었다. 1994년 르완다에서 벌어진 인종학살 과정에서 약 50만 명이 성폭행 피해자가 됐고, 1992년 보스니아 전쟁 당시에도 ‘인종 청소 캠페인’이라는 구호 아래 5만여 명의 여성이 조직적인 성폭행과 강제 임신의 고통을 겪은 바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지역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고, 지난 70여 년간의 분단 상황과 가부장적 권력구조 속에서 여성은 여전히 폭력과 성적 착취 대상이 돼 왔다.

무력 분쟁뿐만 아니라 평화 정착 과정에서도 여성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동서독 통합 과정에서 여성 참여가 배제됐던 독일은 통일과 함께 ‘내부 식민지’가 만들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통일 직후 옛 동독 여성의 일자리는 40%나 줄었고, 실업률은 13배 급등했다. 이는 ‘성인지적 관점(gender perspective)’이 부재한 통일이 통일 전보다 여성을 더 열악한 지위로 전락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보다 먼저 통일을 이룬 독일의 역사적 경험은 평화 정착의 전환점에 선 한국 여성에게도 큰 교훈을 던져 준다.

2000년 10월3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결의안 1325호’는 평화 구축 과정에서 여성의 참여와 성인지적 접근의 확대를 강조한다. 1325호는 평화와 관련해 여성이 주체가 되는 예방·참여·보호·회복을 다룬 결의안이다.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와 안보에 관한 모든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성의 참여를 보장하며, 분쟁 상황에서 야기되는 모든 폭력으로부터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그 해결 및 회복 과정에서 여성의 주체적인 참여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 결의안에 따라 지난해 8월 기준 67개국이 평화, 통일, 외교 등 주요 국가 정책 영역에서 성 주류화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 범(汎)정부 차원의 행동계획을 수립·이행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한국 정부도 2014년 국가행동계획을 마련하고, 최근 9개 부처 및 기관이 공동으로 성별을 고려한 ‘평화 만들기’ 정책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분단시대를 살고 있는 한민족 여성들은 한반도 평화 만들기 프로세스에 더 치열한 열정으로 참여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다가올 남북 교류와 경제공동체 실현 과정에서 여성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히 요청된다. 물론 여성이 지향하는 진정한 평화는 전쟁의 종식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빈곤, 인종주의, 성차별 등 일상에 만연한 구조적 폭력까지 몰아내는, 민주주의를 완성해 가는 과정이 돼야 한다.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한 한반도 평화는 동북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 평화 확산에 이정표가 될 것이다. 아울러 세계 각국 여성들이 내는 평화의 목소리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더욱 앞당길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오는 29일 강원도·속초시와 함께 제18회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 대회를 연다. 세계 30여 개국 500여 명의 한인 여성들이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대해 토론한다. 평화프로세스의 시작을 알린 평창에 이어 속초가 바통을 넘겨받아 세계를 향해 한인 여성들의 평화 메시지를 전할 것이다. 이번 대회가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과 글로벌 평화문화 확산을 위한 한인 여성들의 주체적 참여를 함께 궁리하는 소중한 자리가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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