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특구 '스위스 주크' 공무원 태도부터 달랐다"

입력 2018-08-30 15:34   수정 2018-08-30 15:36

한국도 특구 조성하고 산업 육성해야



글로벌 가상화폐(암호화폐) 특구로 떠오른 스위스 주크의 성공비결은 전향적인 민관협력 태도라는 주장이 나왔다. 학계 인사들은 한국도 이를 본받아 더 늦기 전에 블록체인 특구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과 한국금융ICT융합학회가 주최한 암호화폐 특구 조성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다. 스위스 주크가 암호화폐 성지로 부상한 요인에 대한 분석과 국내 특구 조성의 필요성 제기가 이어졌다. 토론회에는 김무성 송희경 심재철 원유철 의원 등 한국당 의원들도 다수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공무원들의 태도부터 달랐다고 강조했다. 김기흥 경기대 명예교수는 “공무원들이 규제를 풀어 기업 활동을 활성화하겠다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게 최대 성공 요인”이라며 “블록체인 친화적 환경을 만들자 250여개 블록체인 기업이 들어왔다”고 짚었다.

김양우 수원대 교수도 “주크 주 정부는 산업을 정부 주도로 기획하지 않고 신기술과 산업 클러스터 정착을 돕기 위해 세계 최상급 기업 환경과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문제가 생기면 공무원이 함께 솔루션을 고민하고 제시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덧붙였다.

산업 진흥 위주의 스마트 규제는 세제에서도 드러난다. 김양우 교수는 “주크의 실질 법인세율은 연방세와 지방세를 합쳐 14.57%다. 그러나 해외 기업에게는 지방세를 대폭 감면해 법인세율을 8.56~9.62%로 낮춰준다”고 설명했다. 지방세를 거의 걷지 않는 수준이다.

그 결과 주크는 12만4000명이 거주하는 스위스에서 가장 작은 주지만 전체 평균의 2배 이상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1960년 2만2000개에 그친 일자리는 2017년 10만9000개로 5배 가량 증가했다. 김양우 교수는 “2005년 이후 주크의 인구는 1만8000명 증가했고 같은 기간 일자리는 2만7000개, 기업은 1만3000개 늘었다”고 귀띔했다.


주크의 성공에 각국이 암호화폐 산업을 육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김기흥 교수는 “영국은 국가 차원에서 블록체인 도입을 선언했고 비트코인을 사적 통화로 인정했다. 비트코인을 통해 파운드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회복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에스토니아는 2014년부터 주민등록 등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고 몰타는 블록체인 산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 암호화폐 거래소 등 관련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섰다. 독일은 비트코인을 합법적 통화로 인정했고 세금 제도도 정비했다. 네덜란드는 정부 지원 하에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스페인에서는 낮은 세금과 쉬운 법인 설립을 무기로 지브롤터에 200여개 암호화폐 공개(ICO)를 유치했다.

유순덕 한세대 교수는 “규제 프리 특구를 만들어 새로운 사업의 가능성을 봐야 한다”며 크립토 특구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하고 법인세를 인하해야 한다”며 “크립토 랩스, 인큐베이터 등 창업 공간을 제공하는 민간기업에는 추가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해야 창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규제 문제가 정리되면 한국도 경쟁력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최경규 동국대 교수는 “주크에 있는 한국 기업들은 실제 사업은 한국에서 하면서 스위스에 사무실을 두고 사람을 채용하고 세금을 내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은 뒤 “규제만 해결된다면 한국에서 투자 받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국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태형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제주도나 판교 등 지역을 한정해 규제 샌드박스 형태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을 허용하고 일정기간 모니터링을 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구체적 ICO 방안은 싱가포르금융청 등 암호화폐 선진국들의 가이드라인을 참조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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