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재미·수익률 두 토끼 잡으려면 '미래 투자 플랫폼' 올라타라

입력 2018-08-30 17:26  

새로운 시대에 투자하는 사람들

신혜성 지음 / 와디즈 / 207쪽│1만4900원



[ 윤정현 기자 ]
파력발전 회사 인진은 파도의 힘으로 전기를 일으키는 파도에너지를 연구하는 기업이다. 기술력은 인정받았지만 벤처캐피털(VC) 투자를 한 차례도 받지 못했다. 투자금 회수가 느린 기간산업이고 기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에 대한 평가가 인색해서다. 2016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200여 명의 투자자로부터 4억8000만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후 유상증자를 추진하자 문의 전화 한 통 없이 10억원이 모였다. 소문을 듣고 기관투자가들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국내 유일의 수제 자동차 회사 모헤닉게라지스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출시된 지 20년이 넘은 구식 갤로퍼를 ‘모헤닉G’로 다시 제조하는 ‘중고차 복원’으로 시작했다. 클래식한 감성을 유지하면서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현대적 기술을 적용해 입소문을 탔다. 작업 의뢰는 늘어갔지만 시간과 돈이 부족했다. 2016년부터 여섯 차례의 크라우드펀딩으로 16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연간 12대였던 생산시스템을 2018년 48대로 늘리는 것이 목표였다. 전라남도 영암군의 투자 지원으로 이달 F1 경기장 주변에 국내 첫 수제 자동차 공장 ‘드림팩토리’를 완공했다. 독자 모델 개발과 연간 1000대의 수제 자동차 생산을 목표로 하는 이 회사는 내년 코스닥시장 상장도 계획하고 있다.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한 회사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다. 출판업 등록을 한 신혜성 와디즈 대표가 신간 《새로운 시대에 투자하는 사람들》을 통해 크라우드펀딩의 의미와 가치를 설명한다. 누구나 창업을 고민하지만 모두가 창업할 필요는 없다. 대신 자신이 좋아하고 잘 아는 분야의 스타트업 투자로 대신할 수 있다. 책은 단순히 와디즈라는 회사가 중개한 회사의 펀딩 성공 스토리뿐 아니라 변하는 금융 생태계와 새로운 투자 방식을 아우른다. 저자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주식과 부동산에만 갇혀 있던 재테크에서 벗어나 새롭게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회사에 투자해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크라우드펀딩은 미래를 위한 투자 플랫폼”이라고 설명한다.

크라우드펀딩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투자에 대한 보상으로 참여자들이 주식 및 채권을 취득할 수 있는 ‘투자형 펀딩’과 사회적인 문제 또는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참여자들에게는 시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워드형 펀딩’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가능해진 2016년 이후 국내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운영하는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크라우드펀딩 모집 건수는 총 167건, 모집 금액은 275억원이다. 2016년(115건, 174억원) 규모를 넘어섰고 지난해(183건, 279억원) 연간 수치에도 이미 근접했다. 투자액 기준 6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와디즈를 포함해 국내 14개 사업자가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 인가를 받아 회사를 운영 중이다.

크라우드펀딩으로 벤처캐피털과의 접촉이 어려운 창업 꿈나무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는 평소 관심을 둔 분야의 유망회사에 투자해 쏠쏠한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들여온 미디어캐슬은 6개월 만기 회사채를 발행해 연환산 80%, 게임 ‘럭키 스트라이크’는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 추천 게임으로 선정돼 각각 다운로드 수 10만 건과 50만 건을 달성하며 12%의 수익률을 올렸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인들과의 만남에서 내놓으면서 유명해진 수제 맥주 세븐브로이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뒤 올해 주당 2만5000원의 배당을 결정하기도 했다. 투자자는 5%가량의 배당수익률을 올렸다. 이 회사는 주주들을 강원 횡성에 있는 브루어리에 초대해 주주총회를 열고 있다.

책은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회사들의 다양한 사례뿐 아니라 창업가와 투자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질문과 답(Q&A)으로 보기 쉽게 정리했다. 제조 대기업과 증권회사, 금융 공기업에서 일하다 창업에 뛰어든 저자는 “우리가 돈을 쓰는 것은 자신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좋아하는 것에 투자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니, 자신이 좋아해서 잘 아는 것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작지만 의미있는 투자, 돈은 없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창업을 원하는 이들에게 유용할 책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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