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경제는 심리다

입력 2018-09-12 18:23  

주택·세대 양극화 등 고질적 편가르기
불안감에 소비 위축→경제침체 악순환
희망·기대 갖게끔 장기 비전 제시해야

곽금주 < 서울대 교수·심리학 >



한국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는 우려와 그다지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논쟁이 뜨거운 요즘이다.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를 보여주는 정보는 곳곳에서 나온다. 지난 7월 청년 실업자 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후 19년 만에 가장 높았다. 경제인구 지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40대 취업자 수가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나 소득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경제활동의 주축인 중산층이 무너지고 경제구조가 점차 불안정한 상태로 간다는 우려가 있다.

경제 불안정은 사회 구성원의 심리적 불안정을 야기한다. 일상생활에 소요되는 비용이 이전보다 많아지면 우리는 불안해진다. 이뿐만 아니다. 인간에게 중요한 의식주 중 하나인 주택 가격이 들썩일 때 불안감이 강해진다. 특히 짧은 기간 비상식적으로 서울 집값이 상승함에 따라 크고 작은 스트레스가 찾아온다. 집을 팔지 말 걸 하고 아쉬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때 좀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야 했다고 후회하는 사람도 있다. 때로는 가족을 탓하면서 가정불화가 생기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내 집 마련의 희망을 아예 포기해 버리는 젊은 세대들도 있다. 젊은이들의 좌절과 포기는 현재만 즐기자는 청년 욜로(YOLO)족 양산의 한 원인이기도 하다. 집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서울 강남에 집이 있는 자와 강북에 있는 자 같은 ‘주택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 ‘정치 양극화’를 비롯해 ‘세대 양극화’, ‘노사 양극화’, ‘남녀 양극화’ 등 우리 사회의 고질화된 편 가르기가 여지없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이런 모든 상황은 사회 구성원의 마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생겨난 좌절과 불안감으로 인해 소비는 위축되기 마련이다. 부정적인 영향은 계속된다. 사람들은 불안과 좌절감을 입증해주는 통계치나 소문, 편파적인 정보에 더 민감해지고 그런 식으로 인식하고 믿게 된다.

더욱이 인간은 손실에 민감한 동물이다. 이득을 얻었을 때의 기쁨보다 손해를 봤을 때의 고통이 더 크고 오래 가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 중에 이득을 봤다는 사람보다 손해봤다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것은 이와 관련된다. 이득일 때의 기쁨보다 손실이었을 때의 고통이 더 강렬하기 때문에 계속 기억에 오래 남아 있다. 그래서 인간은 작은 손실이라 하더라도 피하려는 ‘손실회피’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득이 생기는 경우는 방어할 필요 없이 그냥 즐기면 되지만 손실은 다시 당하면 안 되기에 미리 파악해서 방어하고 차단하려고 한다. 이는 인간이 지닌 생존본능과도 직결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조심스러워진다. 결국 소비를 위축시키면서 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렇게 경제가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이런 불안 심리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이뤄진다.

이런 악순환을 보면 경제에도 인간의 심리가 작동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경제 문제를 경제로만 해결하지 말고 긍정 심리를 활성화시켜 보면 어떤가. 긍정 심리 중 ‘희망’은 사람들로 하여금 처한 상황을 다르게 인식하게 만든다. 상황이 안 좋더라도 희망 수준이 높으면 방해하는 문제의 원천을 제거하는 책략을 만들어내면서 긍정적인 기분을 유지할 수 있다. 현재가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그 끝에 행복이 있다는 희망이 있을 때 현재의 고통은 이겨내기 쉬워진다. 반면 희망 수준이 낮으면 사람들은 부정적인 자료에만 집중하게 되고 결국 우울이나 좌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 안에 갇히게 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느껴지는 실망감이 다시 생기기 시작하는 요즈음이다. 실망이 희망으로 바뀌어야 한다. 희망과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만드는 국가 장기 비전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적절한 예산 수립과 집행은 기본이고 이에 더해 진실된 국가 청사진을 보여주면서 근거 있고 합리적인 설득으로 희망을 가지게 하는 것이 절실하다. 경제는 바로 심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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