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개성상인 장부 속에 자본주의가 싹 트고 있었다

입력 2018-09-13 17:59  

개성 상인의 탄생

허성관 지음 / 만권당 / 260쪽│1만6000원



[ 은정진 기자 ] 개성상인 후예인 박영진 씨 가문에서 2005년 고문서 하나가 발견됐다. 박씨 가문이 보관하던 조선시대 회계 장부였다. 수년간의 탈초(脫草) 작업 끝에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복식부기 장부로 밝혀졌다. 복식부기는 기업의 자산과 자본의 증감 및 변화 과정과 그 결과를 계정과목을 통해 이 중 기록·계산이 되도록 하는 회계 기록 형식이다.

해양수산부 장관과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저자 허성관은 《개성상인의 탄생》이란 책을 통해 이 장부의 발견은 문화재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고 강조한다. 항목만 조정해 재배치하면 오늘날의 재무제표로 바꿀 수 있는 검증 가능한 복식부기다.

이 장부는 1899년까지 6년 동안 일관된 원리에 따라 회계를 처리했다. 사실상 20세기 전부터 개성상인들이 자본주의 개념을 실제 경영과 회계에 적용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다.

1494년 이탈리아의 루카 파치올리가 《산술, 기하, 비 및 비례 총람》에서 복식부기 원리를 발표한 이후 복식부기와 회계는 서양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현병주 선생이 1916년 《실용자수 사개송도치부법》을 펴내 서양의 영향을 받지 않은 우리 고유 복식부기 원리를 설명했다. 그 증거인 박씨 가문의 장부엔 조선에 소개된 서양 복식부기의 영향을 받은 흔적도 없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또 박씨 가문의 장부 발견으로 자본주의 기원이 서양이 아니라 동양이라는 흥미로운 주장을 펼친다. 기원전 7세기 사상을 집대성해 동양사상의 원전으로 불리는 《관자》엔 자본주의의 핵심인 신분제 해체를 주장하고, 개인의 사익 추구를 인정했으며,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부분이 나온다.

관중이 관자에 언급한 ‘분업에 의한 국부 증대’는 근대에 와서 국부를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분업’을 강조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일맥상통한다. ‘유효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내용은 케인스의 ‘유효수요이론’과 맞닿아 있다. 관중은 현대 경제학의 원리를 기원전 7세기부터 알고 있던 세계 최초의 자본주의 경제학자였던 셈이다.

하지만 일제가 식민 지배를 편하게 하기 위해 ‘일제강점기에서야 비로소 조선이 근대화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이때에 와서야 자본주의가 도입됐다’며 우리 모든 것을 폄하한 ‘식민지 근대화론’을 끊임없이 주입하며 자본주의 사고와 단절됐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식민지 근대화론’이 허구였다는 얘기다. 박씨 가문 장부의 존재 자체가 식민지 근대화론이 틀렸다는 직접적인 증거라는 것이다.

현대 경제이론과 다름없는 관중의 경제학이 알려져 있었고, 조선 후기 실학이 근대를 지향했으며, 서양 자본주의가 동양 사상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주장은 아직 우리에겐 생소하다. 하지만 개성상인의 자본주의적 사고는 폄하되기보다는 오늘날 자본주의의 결함을 치유하기 위한 역사적 사실이다. 한국의 정치·경제적 성장의 원동력이 식민지 근대화에서 시작됐다는 일부 경제사학계의 주장에 맞서 개성상인의 자본주의적 사고 연원을 탐색해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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