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아이폰 생산공장 美 이전"은 트럼프 자충수

입력 2018-09-27 17:04  

메모리칩 등 수많은 부품을
단순 조립·생산하는 과정서
中 창출 부가가가치는 1% 불과

美서 조립 땐 인건비 더 들어
아이폰 대당 가격 30弗 오를 것

지금 美가 신경써야 할 것은
설계·지재권 등 中의 도용 우려

그레이그 입 <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



[ 박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애플에 관세 폭탄을 피할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말고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문제 해결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에 공허한(hollow) 승리가 될 뿐이다. 왜 그럴까.


아이폰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소비 제품이고, 가장 세계화된 제품 중 하나다. 미국 시러큐스대의 제이슨 데드릭과 UC어바인의 케네스 크래머 교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아이폰7의 카메라는 일본 제품이고, 메모리칩은 한국산, 파워매니지먼트칩은 영국산, 이동통신회로는 대만산, 유저인터페이스프로세서는 네덜란드산, 전자파수신기는 미국산이다. 이런 부품을 중국 공장에서 단순 조립 생산하는 과정에서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전체의 1%에 불과하다. 전체 부가가치의 42%는 디자인과 특허, 경영 노하우를 가진 애플의 주주와 종업원들이 만들어낸다. 이들은 대부분 미국인이다.

그런데도 아이폰을 굳이 미국에서 생산해야 하나. 애플이 만약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한다면 이익이 있을까. 데드릭 교수는 아이폰7 한 대를 생산하는 데 약 2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했다. 연간 6000만 대를 생산하는 데는 약 1억2000만 시간, 총 6만 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인력이다. 2013년 모토로라는 휴대폰 모토X를 미국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바로 인력 확보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모토로라는 어쩔 수 없이 이듬해부터 생산을 아웃소싱하기 시작했다. 애플이 미국에서 맥프로 컴퓨터를 생산할 때도 똑같은 문제를 겪었다.

현재 미국 고용 상황에서 6만 명의 인력을 추가로 채용하는 것은 큰 문제다. 완전고용에 가까운 미국 인력시장을 감안했을 때 추가로 인력을 고용하려면 다른 고용주로부터 인력을 빼앗아 오지 않으면 안 된다. 더 많은 임금을 주면 이는 곧바로 제품 가격에 반영될 것이다. 근로자 임금이 오르지만 그만큼을 아이폰 구매 가격으로 뱉어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데드릭 교수는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하면 대당 가격이 약 30달러 인상될 것으로 추산했다. 다른 연구자는 각 부품을 미국으로 전부 수입해서 조립해야 하므로 가격 인상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한다. 가격을 올려야 한다면 대당 449달러에서 1099달러에 팔리는 아이폰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게 된다.

가격 인상보다 더 큰 문제도 있다.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때다. 기술력 있는 수십만 명의 인력을 동원할 수 있는 곳은 아시아뿐이다. 미국에서 신제품을 출시하려면 출시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다. 데드릭 교수는 “제품 가격이 오르고, 출시가 늦어지면 애플은 시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립생산 단계의 부가가치 비중은 애플 경쟁사들도 비슷하다. 제품 조립 과정에서 붙는 부가가치는 삼성 갤럭시 S7 역시 1%이고, 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국 화웨이 P9도 4%에 불과하다. 아이폰7과 갤럭시 S7, 화웨이 P9에서 가장 고부가가치 생산단계는 조립이 아니라 설계와 연구, 카메라와 칩, 저작권 등에 있다.

이런 단계의 일자리는 많지는 않지만 더 높은 임금을 받으며 더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한다. 또 새로운 제품과 이익, 혁신능력의 대부분을 이들이 담당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조립생산 단계까지 놓치고 싶지 않았다면 1980년대에 미리 손을 썼어야 했다. 미국 컴퓨터 회사와 전자제품 회사들이 한국과 아시아 각국에 아웃소싱을 하기 시작했을 그때 말이다. 중국이 2000년 초 미국의 생산기술을 베껴 낮은 기술의 제품을 대량 생산하면서 수많은 해외 공장을 불러들이기 시작했을 때 나섰더라면 그나마 시기를 더 늦출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생산공장을 미국으로 돌리기엔 너무 늦었다.

지금 미국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보다 고부가가치 생산단계, 예컨대 설계와 연구, 지식재산권을 중국에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늦었지만 이 같은 문제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이 기술 도용과 보조금 지급, 비관세 장벽 등을 통해 중국과 기타 세계 시장에서 경쟁자들을 몰아내고 있는 상황을 바꿔보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사실 미국은 이런 상황을 되돌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중국은 아직 애플과 같은 많은 미국의 기술기업들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리스크도 안고 있다. 중국 또한 시장 지배력을 지렛대로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수많은 카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반독점법을 근거로 미국 퀄컴의 네덜란드 반도체업체 NXP세미컨덕터 인수를 막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중국 통상전쟁을 지지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입을 피해도 어느 정도 감내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통상전쟁의 성패가 조립공장에서의 일자리 수로 평가돼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통해서 앞으로 확보할 일자리의 질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원제=Bringing iPhone Assembly to the U.S. Would be a Hollow Victory for Trump

정리=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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