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장기하와 얼굴들, 마지막 앨범 내고 '아듀' (종합)

입력 2018-11-01 21:09   수정 2018-11-01 21:09

‘박수 칠 때 떠나라’는 영화 제목이 스쳤다. 가장 자신 있다는 ‘마지막’ 음반을 들고 돌아온 장기하와 얼굴들을 마주했을 때 말이다.

2008년 싱글 ‘싸구려 커피’로 데뷔한 ‘장기하와 얼굴들’(이하 장얼)은 일약 센세이셔널한 인기를 끌었다. 서울대 출신의 멤버들과 독특한 음악으로 신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다. 데뷔곡 외에도 ‘달이 차오른다, 가자’, ‘그렇고 그런 사이’, ‘ㅋ’ 등 관객의 ‘떼창’을 유발하는 많은 곡을 히트했다.

딱 10년 이다. ‘장얼’은 1일 오후 6시 정규 5집 'mono'가 마지막 앨범이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물론 팬들을 만날 기회는 있다. 오는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마무리: 별일 없이 산다'를 공연으로 마지막 인사를 한다.

앨범 발매 당일 만난 ‘장얼’ 멤버들은 밴드 해체와는 관여 없는 듯 덤덤한 모습이었다. ‘해체’라는 두 달 뒤의 일보다 따끈하게 나온 이 앨범이, 곧 시작될 공연이 중요해 보였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결정하게 된 이유에 대해 물었다. 장기하는 “10년을 하면서 추구해 왔던 것은 군더더기 없는 사운드를 앨범에 담는 것이었다. 그런 기준에서 이번 앨범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장기하는 ‘mono’에 대해 “이번 앨범이 끝이고, 최고라는 생각을 했다. 6집이 더 좋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흥행과 음악적인 것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음악적으로 정점일 때 밴드를 해산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우리에게 ‘양평이 형’으로 더 친숙한 하세가와 요헤이는 “헤이짐, 해체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저는 그런 생각이 안든다”면서 “저희는 6명이서 10년간 가족으로 지냈다. 가족보다 더 친한 관계다. 가족이 독립을 하고, 같은 동네에 사는 것 정도로 밖에 생각 안 한다. 그저 따뜻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일준은 “사실 원년 멤버가 아니라 중간에 합류한 저는 마음의 우울이 있었다. 결성 때부터 ‘장얼’의 굉장한 팬이었기 때문에 같이 하게 되어 너무 기뻤다. 아쉬운 마음이 없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정중엽은 “’장얼’로 이루고 시은 것을 모두 이룬 것 같고, 사건, 사고 등으로 마무리 되는 밴드도 많은데 그런 거 없이 이렇게 즐겁게 마무리 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지는 않지만 ‘장얼’을 계기로 또 다른 것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낙관했다.


장기하는 10년의 밴드 생활에 대해 “멋있게 한 것 같다”고 짧게 평가했다. 이어 하세가와 요헤이는 “밴드 생활을 하면서 '양평이 형'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과 외국인이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나 많이 알아봐주면 괜찮은 일 아닌가 싶다. 살아오면서 제일 오래 한 밴드다. 할아버지가 됐을 때 '장얼' 밴드를 했다고 말할 것 같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민기는 “현실로 일어난 꿈 같은 10년”이라면서 “저희 노래를 커버하는 영상을 꽤 많이 봤지만 비슷하게 한 팀은 아직 한 팀도 없는 것 같다. 그런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앨범 활동이 마무리 되면, 정말 ‘장얼’이라는 이름은 가요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앞날이 창창한 멤버들에게 추후 계획에 대해 물었더니 반전 대답이 돌아왔다.

장기하는 “이 멤버로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5집까지라는 생각에 미쳐있었고, 앨범이 오늘 발매됐고 앞으로 두 달간은 재밌게 살아갈거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음악으로 어떤 가사를 쓰게 될 지는 스스로 제일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것도 정해놓은 것이 없고 내년 1월부터 어떤 인간으로 살아가야 할 것인가 완전히 ‘무’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 해야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놈이라는 지점에서 시작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전중엽은 “지난해 결혼했기에 마냥 무에서 시작할 수 없다. 다른 밴드 활동과 연주자로서 대중 앞에 서고 연극, 영화 음악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세가와 료헤이는 “저는 음악이 아닌 다른 분야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 또 이 5명의 가장 좋은 이해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장기하와 재밌게 프로듀싱을 해 왔는데, 앞으로도 조언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평생 같이 하고, 살아갈 것 같다”고 귀띔했다.

◆ '장얼'의 역작ㅡ 앨범 'mono' 들어보니…

장기하가 ‘음악적 정점’이라고 평가한 이번 앨범 ‘mono’는 전곡을 스테레오가 아닌 ‘모노’로 믹스했다. 장기하는 비틀즈 1집 오리지널 모노 엘피를 듣고 충격받았던 시기를 떠올리며 이번 앨범을 작업했다.

그는 “스테레오는 보컬, 키보드, 기타의 위치가 다른 쪽에서 나는 거라면 모노는 스피커 하나로 중앙에서 똑같이 나는 사운드”라며 “어떻게 보면 열등한 기술이라 할 수 있지만 비틀즈를 들었을 때 모든 악기가 중앙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작편곡을 깔끔하게 하니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밴드가 추구해온 것도 군더더기 없는 작편곡이기에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생각나는 대로 만든 곡들을 보니 공통점이 ‘혼자’라는 키워드였고 이를 보고 문득 떠오른 것이 ‘mono’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컬 녹음 단계에서 홀연히 사막으로 떠났다고. 장기하는 "혼자인 환경에서 녹음을 하고 싶었다. 가까운 일본을 생각하다 수소문 하니 사막 한복판 야외에서 하면 기가 막히게 나올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미국 조슈아 트리 사막에 지인과 둘이 갔다. 사막에서 5시간 동안 혼자 녹음하면 형님이 절 데리러 온다. 결과적으로 귀국해서 다시 했다. 편안한 환경에서 좋은 장비로 했다. 사막에서 노래를 많이 하니까 노래가 늘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mono’에서도 장얼 특유의 한국어 가사는 돋보인다. 장기하는 “우리는 음악사에 족적을 남기고자 하는 야심은 없었고 단지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다. 작곡, 작사가로서 실제 쓰는 억양으로 노래를 만든 것 뿐이다”라고 겸손하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조금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는 때로 우리 말과 글을 부끄러워 할 때가 있다. 더 잘나가는 나라와 언어들을 사용하려고 한다. 고유의 특성을 자꾸 숨기려고 하는, 그런 맥락으로 대중음악사가 흘러나가는 것 같다. ‘장얼’은 ‘우리말’스럽게 써도 된다는 것을 감히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고 분석했다.

앨범 첫 번째 트랙 첫 번째 트랙 '그건 니 생각이고'에 대한 특별한 사연도 공개했다. 장기하는 "'환상속의 그대'에서 '그대의 머리 위로’까지 샘플링 한 것"이라며 "수소문해서 원곡자인 서태지 연락처를 알아내서 이메일을 드리고 샘플링 허락을 받았다”고 배경을 전했다.

그는 "데모를 들려드리니 ‘대박’이라고 했다. 리스펙하는 뮤지션이 샘플링을 한다니 너무나 멋지게 해보시길 바란다고 말해주셨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스스로 기획했다면서 "가사가 잘 들렸는지 모르겠지만, 각자 나름의 길을 가면 된다는 내용이다. 걸음걸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각자 걸음걸이는 다 다르니까. 한 100명 이상 되는 이들의 걸음만 보고 있어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선공개된 '초심' 뮤직비디오에 대해 "지난주에 공개되어 일주일 뒤에 보게 됐는데,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저것 도 추억이다라는 것"이라며 "블록버스터급의 뮤비를 찍어본 적이 없다. 24시간동안 촬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와의 전쟁' OST로 인연을 맺게 된 윤종빈 감독에게 부탁을 드려서 노개런티로 찍게됐다. 거물이 되셔서 믿져야 본전이란 생각에 전화를 드렸는데, '당연히 해야지'라고 말씀해주셨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감독님 덕분에 이선빈, 김성균 배우가 참여했다. 친분이 있는 뮤지션들이 참여해줬다. 우원재도 카메오로 출연했다. 박성웅 배우가 촬영 당일까지 전혀 섭외된 상태가 아니었는데 윤 감독님과 연락하다가 그날 촬영 현장에 오셔서 출연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마지막 앨범 'mono'의 곡 제목과 가사를 ?어봤다. '그건 니 생각이고', '거절할거야', '나와의 채팅', '아무도 필요없다', '나 혼자', '별거 아니라고' 등 외로운 현대인의 뼈에 사무치는 가사가, 재치있게 펼쳐진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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