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일본 달력업계에 닥친 30년만의 '예고된 고민'

입력 2018-11-02 10:39   수정 2018-11-02 11:11


종이 달력이 예전처럼 많이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연말·연시를 맞이하면 신년달력 수요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최근 일본 달력업계에겐 줄어드는 종이달력 수요 뿐 아니라 한 가지 큰 문제가 더 생겼습니다. 상당히 오래전부터 예고된 문제이긴 한데 당장은 해결할 뚜렷한 방법도 없습니다. 바로 내년 5월에 새 일왕이 즉위키로 하면서 새로운 ‘연호(年號)’를 사용하는데, 여전히 어떤 연호를 쓸지 미정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달력업계가 내년 5월부터 새로 적용될 연호 문제로 큰 곤란에 봉착했다고 합니다. 일본에선 통상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서력(西?) 외에 일왕의 연호가 병기되거나, 일왕 연호만 작성된 일본식 연도표시인 와레키(和?)가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관공서나 금융기관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와레키가 서력보다 더 자주 쓰입니다. 2018년은 아키히토 일왕 즉위 30년인 만큼, ‘헤이세이(平成) 30년’식으로 표기합니다.

그동안은 전 일왕 사후 새 일왕이 즉위하면서 연호가 바뀌었지만 아키히토 일왕이 이례적으로 생전 퇴위를 결정하면서 연호 교체는 예정된 문제가 됐습니다. 문제는 아키히도 일왕의 퇴위 시기, 새 일왕의 즉위 시기가 내년 5월 이라는 것입니다. 내년 1~4월은 ‘헤이세이 31년’으로 표시가 되지만, 이후부턴 새로운 연호로 표시가 돼야 합니다.

이에 따라 와레키 표시 달력들은 내년 5월 이후 달력을 표시할 가장 큰 근거를 알지 못해 달력 제작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 긴자에 있는 대형 문구점 로프트의 달력 판매코너에서 신년도 달력 중 와레키가 차지하는 비중이 5%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평년에는 와레키가 30%이상 차지했지만 올해는 ‘예고된 불확실성’탓에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궁여지책으로 4월까지만 와레키로, 5월 이후로는 서력표기를 한 제품들이 나오고 있지만 소비자의 손길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달력 판매가 성수기에 들어섰지만 달력 제작업체들의 표정은 밝지 못한 것입니다.


달력 업계의 문제는 내년도 일본 휴일에도 불확실성이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일왕이 즉위하는 5월1일이 공휴일이 되지만 그 전후로 며칠이나 휴일이 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신년 달력은 예고된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제 막을 내리는 ‘헤이세이’연호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이 등장하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헤이세이’ 연호가 큼지막하게 들어간 서류파일이나, 퍼즐, ‘헤이세이’ 연호 관련 서적의 판매가 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일본은 회사나 공공기관의 문서작성에서 여전히 도장(관인)이 많이 사용되는데 이들 도장도 주로 와레키로 표시되는 만큼, 올해는 대규모 신규 도장수요도 예상된다는 설명입니다.

전통시대 여러 나라에서 달력의 제작과 반포는 큰 의미가 있었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그 의미가 많이 축소된 것이 사실입니다. 21세기 현대시대에 옛 시대에서나 접할 법안 문제를 접하니 묘한 느낌이 듭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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