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못 따라갈 때 더 큰 불평등…인간 존엄 지키는 기술혁신 돼야

입력 2018-11-07 17:38  

글로벌 인재포럼 2018 - 미래를 여는 도전

기술혁신 따른 불평등 극복하는 인간가치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 "한국이 앞섰던 드론, 中에 뒤처져"
최경석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기술이 불평등 극복 도구돼야"



[ 오형주 기자 ]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기술 발전이 인류사회의 불평등을 심화시켜 인간의 ‘멸종’으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인공지능(AI)과 유전자 조작 기술의 결합으로 탄생한 소수의 ‘슈퍼휴먼’ 계층과 쓸모없는 ‘호모 사피엔스’ 계층으로 인류를 양분할 것이란 경고다. 과연 기술 발전은 이처럼 인간 사이 격차를 벌려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는 방향으로 나아갈까.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7일 “불평등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오히려 문명의 진화를 가로막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술혁신에 따른 불평등을 극복하는 인간 가치’를 주제로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8’ 세션Ⅱ에서다.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세션에서 최 교수는 “먼저 불평등에 대한 관념이 우리가 아닌 누군가로부터 만들어져 머릿속에 심어진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한국 사회에 대해 “다른 문명이 생산한 지식과 관념을 받아들이고 확대 재생산하는 데 그쳤던 종속성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문명을 형성해야 하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윤리와 가치의 문제 역시 독립성을 갖추고 윤리의 생산자나 입법자가 되는 길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세계 시장을 석권한 드론산업이 대표적인 예로 꼽혔다. 최 교수는 “처음엔 한국의 드론 기술이 중국보다 앞서 있었다”며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던 윤리관과 법·제도 등으로 드론을 옭아매는 동안 중국은 마음껏 날게 했고 그 결과 지금처럼 차이가 벌어졌다”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기술 발전이 초래하는 불평등보다 기술혁신을 따라가지 못해 겪게 될 더 큰 불평등을 걱정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경석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애초 불평등 관념은 자연이 아니라 문명의 산물”이라며 “기술은 지금의 불평등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가 돼야 한다”는 반론을 내놨다. 최 교수는 “연명의료의 예에서 보듯 기술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인간 존엄을 훼손하는 방식의 기술 개발은 폭주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상용화를 앞둔 5세대(5G) 이동통신을 넘어 6세대(6G) 이동통신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홍대식 연세대 공과대학장은 “평소 주변에서 ‘당신이 개발한 기술로 삶이 피폐해졌다’는 소리를 가끔 듣는다”며 공학자로서의 고충을 털어놨다. 홍 학장은 “공학자는 늘 사람과 사회를 쳐다보며 기술 개발에 매진하지만 기술 발전이 불러온 불평등을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조벽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인간은 이제 AI가 감히 넘볼 수 없는 뭔가를 지녀야 할 때가 왔다”며 “그중 한 가지가 바로 집단지성”이라고 소개했다. 조 교수는 “집단지성은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할 때 생각의 범위가 무한대로 커지며 시너지 효과가 난다”며 “지금 한국은 모두가 같은 학교와 학원에서 똑같은 교과목을 배우다 보니 집단지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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