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동휘 정치부 기자) 동남아시아 각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정책의 불확실성입니다. 조변석개(朝變夕改)는 기본이고, 정권이 바뀌면 그야말로 세상이 바뀌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합니다. 특히 세금 문제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진출 기업 대부분이 겪는 골치거리입니다. 처음 우리 기업이 진출할 땐 ‘인센티브’ 차원에서 여러 세제 혜택을 줍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거나 특정 정치적 분쟁이 발생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탈세범’으로 몰아부치곤 합니다.
인도네시아도 예외는 아닙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방한 일화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취임 후 첫 방한에서 조코위 대통령은 예정돼 있던 대기업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자국 노동자들의 일터를 찾았습니다. 우리 외교부에도 알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조정된 일정이었다고 합니다. 그 곳에서 조코위 대통령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자국민에 대한 처우에 분노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우리 정부의 대응은 소극적이었습니다. 이렇다 할 조치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인도네시아의 한상들은 대대적인 세무 조사를 받았습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으로 볼 수도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자카르타 현지에선 조코위 대통령의 방한과 세무조사가 연관돼 있다고 대부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도 인도네시아 정부의 오락가락 세금 정책이 꽤 심했던 지, 현지 한상들은 우리 정부에 도움을 여러 차례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자카르타 대사관엔 국세관이 파견됐습니다. 현지 정부의 불합리한 세금 폭탄이 떨어지지 않도록 국세청에서 파견된 국세관이 오해는 풀고, 이해는 돕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한상들 사이에서 우리 국세청에 대한 아쉬움을 호소하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상을 ‘돈만 벌고 세금은 회피하는 이들’로 보는 듯한 인상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인도네시아 최대 한상인 코린도그룹의 승은호 회장이 소득세 문제로 법정 공방에 휘말린 게 원인입니다.
법을 어겼으면 그에 따른 합당한 처분을 받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한상들이 하소연하는 것은 자신들을 ‘해외 졸부’ 정도로 보는 우리 정부의 인식입니다. 자신의 생애를 걸고 해외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기업을 일궜는데 그 공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억울함도 있습니다. 정부가 아세안 시장 개척을 목표로 신남방정책을 한창 추진 중입니다. 일본, 중국과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합니다. 이 승부에서 이기기 위한 우리의 거의 유일한 자산은 ‘휴먼 파워’입니다. 문 정부가 강조하는 사람 중심의 신남방 개척이 돼야 합니다. 인도네시아 외딴 섬의 밀림 어딘가에서조차 신시장을 개척하는 이들은 일본인도, 중국인도 아닌 바로 한국인입니다.(끝) /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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