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관 '보고참사' 이후…靑, 수석보좌관회의 3주째 안 열려

입력 2018-11-26 17:41  

지금 청와대에선

몸 사리는 靑 참모들
대통령 '미세먼지 대책' 질타 뒤 비서관들 '안건 올리기' 주저
김수현 정책실장 취임 후 "준비안된 보고 자제" 판단도 한몫

'무언의 질책·압박' 인가
"이제는 성과내야" 강하게 주문
지지율 하락·기강해이 논란에 與서도 "말만 앞선다" 비판 쏟아져

임종석 실장 '자성의 이메일'
"마음 다잡고 옷깃 여미자"…靑 전 직원에 이메일 보내



[ 박재원/배정철 기자 ]
대통령 임기 3년차를 앞둔 청와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매주 월요일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현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는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가 26일 열리지 않았다. 3주 연속이다. 해외 순방을 포함, 지난달 29일 이후 한 달간 열리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이 27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 8일간 청와대를 비운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회의 취소는 더욱 이례적이다.

안건 부재? 움츠러든 비서관들

대통령이 국정 수행의 주요 수단인 수보회의를 3주 연속 건너뛰고 있는 배경을 놓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특별한 현안이 없고 청와대 비서관들의 자발적인 안건 보고도 올라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둘러댔다. 하지만 청와대 기류는 이와 전혀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10일 수보회의에서 김혜애 기후환경비서관이 미세먼지 대책을 보고한 것이 발단이 됐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보고 후 “지난해와 뭐가 달라졌습니까”라고 질책했고 순간 회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고 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보고 참사’라고 부를 정도다. 이 관계자는 “이 사건 이후 비서관들이 안건을 올리기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며 “최근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 사고까지 터지면서 다들 몸을 사리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당시 김 비서관의 직속상관인 사회수석이었던 김수현 정책실장도 보고 내용을 미리 꼼꼼히 챙기지 못한 점을 자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책실장이 된 뒤에도 안건을 올리지 않는 비서관들을 채근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몇몇 장관들이 대통령께 쓴소리를 들었다”며 “준비가 안된 안건을 올리면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비서관들이 쉽게 안건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정책을 총괄하는 ‘원톱’ 자리에 오른 김 실장이 대통령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준비하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 ‘무언의 질책’ 해석도

청와대 일각에서는 그러나 수보회의는 단순히 ‘밑에서’ 올릴 안건이 없다는 이유로 열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문 대통령이 수보회의 잠정 중단을 통해 청와대 참모 전체에 ‘무언의 질책’을 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최근 청와대 내부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제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주문을 하고 있다. 최근 문 대통령 호감도와 남북 평화 무드에 의존해 고공행진을 이어온 지지율도 두 달 가까이 하락 추세를 면치 못하면서 50% 초반대까지 밀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지율 하락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대책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비판을 자제해오던 여당 내부에서도 참모들을 향한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더 이상 감싸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민주당 중진의원은 “언제까지 대통령 개인기로 갈 것이냐”며 “‘KT 대란’도 그렇고 민주노총 문제도 그렇고 청와대나 내각에서 사안을 끝까지 챙겨서 마무리하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초선 의원들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선 의원은 “조국 민정수석이 경제문제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거론할 게 아니라 본인이 맡고 있는 사법 개혁이 물건너 간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이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성장동력 강화 및 소득 양극화 해결에 대해서는 부족함이 많기에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가슴 아프게 받아들인다”고 언급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기강 잡기 나선 임종석 실장

‘공직 기강 해이’ 논란 등 청와대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참모들을 이끄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직접 나섰다. 그는 이날 청와대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우리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이 순간 사소한 잘못이 역사의 과오로 남을 수도 있다. 더 엄격한 자세로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서실장이 직접 청와대 전 직원을 상대로 메시지를 낸 것은 처음이다. 자신의 최측근인 김종천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 사건에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임 실장은 “청와대 구성원들을 독려해야 하는 저로서는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대통령께 면목 없고, 무엇보다 국민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무엇보다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익숙함”이라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옷깃을 여미자”고 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집권 중반기로 접어드는 3년차를 앞두고 그만큼 위기감이 높아진 것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3일에는 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비서관 전원이 참석하는 비공개 워크숍이 열렸다. 김수현 정책실장도 이 자리에서 “국민 앞에 성과를 보여야 하는 시기”라고 다시 강조했다.

박재원/배정철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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