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ㅣ'스윙키즈' 도경수X박혜수, 관객 웃기다 울리는 '발연기'

입력 2018-12-06 09:12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도록 하는 발연기의 향연이 133분 동안 펼쳐진다. 발랄하고 웃기다가도 어느 순간 처절한 현실로 묵직한 한 방을 날린다.

영화 '스윙키즈'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남한 최대 규모의 거제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한다. 새로 부임한 소장이 수용소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포로 댄스단 결성 프로젝트를 지시하고, 그 책임자로 전직 브로드웨이 탭댄서 잭슨(자레드 그라임스 분)을 올리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951년에 제작된 영상물을 틀어놓은 듯한 오프닝부터 '스윙키즈'는 "약을 빨고 만들었다"는 반응이 나올만 하다. 여기에 수용소 최고 트러블 메이커 로기수(도경수 분), 4개 국어가 가능한 무허가 통역사 양판래(박혜수 분), 아내를 찾기 위해 유명해 지려고 하는 사당패 강병삼(오정세 분), 반전외모와 반전 춤실력을 갖춘 샤오팡(김민호 분)까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소개가 이어진다.

수용소 내에서 댄스단이 성장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뮤지컬 원작보다 로기수와 형 로기진의 이야기는 많이 덜어냈다. 그럼에도 로기수의 심경 변화, 그리고 마지막 행동의 이유까지 설명된다.

영화 '과속스캔들' 박보영, '써니' 심은경, 강소라, 박진주 등 작품을 할 때마다 보석같은 배우들을 발굴했던 강형철 감독의 능력은 '스윙키즈'에서도 발휘됐다. 그룹 엑소로 세계적인 위치에 올랐지만, 영화계에선 원톱 주연이 처음인 도경수, JTBC '청춘시대'로 가능성은 인정받았지만 아직은 신인인 박혜수의 강점만 뽑아 스크린에 담았다.

특히 박혜수가 연기하는 양판래는 단순히 구색 맞추기로 끼워 넣은 여성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에서 여성 관객들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어리바리한 양공주인 줄 알았던 여성이 알고보니 4개 국어가 능통할 만큼 똑똑하고, 어린 동생들의 생계를 책임질 만큼 어른스럽다는 설정도 매력적이지만, "백인과 흑인 속에 있는 흑인보다 전쟁 상황 속의 여성이 더 살기 어렵다"는 대사는 울림을 준다.

통통한 뱃살이 있지만 영양실조인 샤오팡 역의 김민호 역시 '스윙키즈'가 발굴한 얼굴이다. "보는 순간 '샤오팡'이었다"는 강형철 감독의 말처럼 외모만으로도 '샤오팡' 그 자체지만, 유연한 몸짓으로 한국어 대사 하나 없이 몰입도를 자아낸다. 샤오팡과 강병삼이 빗속에서 나누는 '몸의 대화'는 '스윙키즈'의 명장면 중 하나다.

물론 춤 영화라는 본연의 정체성에도 충실했다. 실제로 브로드웨이 탭댄서로 활약하고 있는 자레드 그라임스는 말할 것도 없고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는 캐릭터들의 발놀림은 어깨춤을 이끈다.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 등을 통해 탁월한 화면 전환 능력을 보여줬던 강형철 감독은 '스윙키즈'에서도 유감없이 장기를 발휘했다. 현란한 교차 편집을 통해 댄스 장면의 지루함을 덜고, 적재적소에 넣은 음악으로 몰입도는 더욱 끌어 올렸다. 마지막까지 지루할 틈이 없는 이유다.

여기에 한국전쟁이라는 민족의 아픔까지 헤아리는 노련함까지 보였다. "전쟁은 극소수의 행복과 절대다수의 불행"이라는 강형철 감독의 신념은 "빌어먹을 이념 따위"라는 영화적 메시지로 구현됐다. 남과 북, 미군과 인민군이 함께하는 댄스팀을 통해 평화라는 이상을 좇지만 마지막까지 냉혹한 현실을 잊지 않는다. 마냥 웃기고 가벼운 오락 영화는 아니라는 점에서 '스윙키즈'는 높아진 관객들의 눈높이를 맞추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오는 19일 개봉. 12세이상 관람가.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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