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유대인의 학자금

입력 2018-12-13 17:46  

백광엽 논설위원


[ 백광엽 기자 ] 2008년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한 선거 유세장에서 학자금 대출의 버거움을 토로했다. 자신과 부인 미셸이 각각 6만 달러 정도의 학자금 빚을 안고 졸업했으며, 결혼 9년쯤 지나서야 그 부채를 다 갚았다는 내용이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관심에도 미국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 내 학자금 융자 총액이 올해 3분기 말 현재 1조5000억달러로 10년 새 3배로 불어났다. 4400만 명이 학자금 빚을 지고 있으며, 4명 중 1명 꼴로만 빚을 상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감사원이 학자금 대출제도가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학자금 대출 장기연체자가 한해 평균 5000명가량 급증해 지난해 말 기준 3만6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연체자 중 1만1485명은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 전부터 신용카드 발급 제한 등 불이익을 받는 ‘신용유의자’로 등록되기까지 했다. 장기연체 시 부과받는 지연배상금률(연 9%)은 시중은행보다 최대 3.8%포인트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유대인들의 학업수행 방식이 부러워지는 대목이다. 이스라엘에서는 학자금 대출 빚에 시달리는 다른 나라 대학생과 달리 사회 진출 시에 한국돈으로 1억원 정도의 종잣돈을 들고 나온다. 13세가 될 때 치르는 ‘바르미츠바’라는 고유의 성인식 전통 덕분이다. 결혼식과 함께 중요한 ‘인생 통과의례’로 꼽히는 바르미츠바에서 성인이 된 당사자에게 유대교 경전인 토라, 시계와 함께 축의금이 주어진다.

부모와 친지들이 모아주는 축의금이 평균 4만~5만달러에 달한다. 이 돈은 저축하거나 금융상품에 고스란히 투자된다. 대학 졸업 때쯤이면 배로 불어나 1억원 안팎이 된다. 종잣돈으로 마음껏 비즈니스에 도전하니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돈도 돈이지만, 저축과 투자의 중요성을 꾸준히 체험하는 것은 소중한 자산이다. 인구가 세계 인구의 0.3%인 1400만 명 정도에 불과한 이스라엘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여러 방면에서 이름을 날리는 요인은 이런 데도 있을 것이다.

성인식을 치르는 만 13세면 한국에서는 중학교 1학년이나 2학년이다. 한국의 학부모들에게는 “말 안 들어 고생 많겠다”는 위로가 전해지기 일쑤인 나이에 축의금을 주고 독립심과 경제관을 심어주는 유대인 문화는 한국 교육을 돌아보게 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실패를 높이 쳐주는 문화다. 교사도 실패 경험이 있는 사람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유대교로 개종한 일본계 이시즈미 간지 변호사는 《유대인들만 알고 있는 부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계획성’과 ‘점진주의’를 장점으로 꼽았다.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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