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홍콩, 크리스마스엔 더 뜨거워진다

입력 2018-12-23 15:11  

여행의 향기

홍콩에서 맞는 크리스마스

건물마다 대형트리·상점마다 그랜드세일…잠 못드는 홍콩의 밤



[ 최병일 기자 ] 여행지에서 맞는 크리스마스의 느낌은 확실히 남다른 데가 있습니다. 지금 홍콩은 크리스마스를 맞을 준비로 분주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생동감 넘치는 도시인데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져서인지 사람들의 얼굴이 한껏 들떠 있습니다. 12월부터 홍콩은 그랜드세일이 시작돼 신상 명품을 최대 80%까지 할인 판매하고 있습니다. 침사추이(尖沙咀)나 센트럴의 상점가는 전 세계 관광객이 찾으면서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와 그랜드세일이 만들어낸 홍콩의 들썩거림이 묘하게 사람을 즐겁게 합니다. 홍콩은 사실 수없이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 보물 같은 도시입니다. 이번에는 크리스마스를 맞는 홍콩의 풍경과 도시재생에 힘을 쏟으며 변모하는 홍콩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물론 미식의 도시 홍콩에서 음식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겠지요.

경쟁하듯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

12월 홍콩은 온통 휘황찬란하다. 침사추이, 센트럴, 코즈웨이베이 등 주요 지역의 백화점과 쇼핑몰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지고 캐럴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트리도 쇼핑몰마다 마치 경쟁하듯 다양한 모양으로 세워져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IFC몰’의 트리다. 높이만 무려 12m에 달해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러서 인증샷을 찍는 명소로 유명하다. 침사추이에 있는 1881 헤리티지에도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져 있다. 건너편에 있는 홍콩 최대 복합쇼핑몰인 하버시티에는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모델이 돌아다니며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졌음을 알리고 있다.

센트럴 하버 항구 근처에 들어선 25m 높이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도 눈에 띈다. 트리 불빛이 시시각각 변한다. 40개의 큐브, 천사 모양의 설치물도 장식돼 있다. 19세기 말 조성된 스태추 스퀘어 광장의 10m 크기 트리도 화려하기 그지 없다. 스태추 스퀘어는 HSBC은행과 만다린오리엔탈호텔 등 홍콩을 대표하는 마천루에 둘러싸인 광장이다. 고층건물이 뽐내는 불빛에 트리의 화려함까지 더해지면서 광장은 밤에도 눈이 부신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한 번 불을 밝힌 트리는 새해가 될 때까지 한 달여간 광장을 지킨다.

홍콩의 밤을 장식하는 정점에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Symphony of Light)’가 있다. 매일 오후 8시부터 10분 동안 열리는 조명 쇼로, 웅장한 교향곡에 맞춰 홍콩 섬과 침사추이 일대 빌딩 40개에 형형색색의 불이 들어온다.

2004년부터 15년째 매일 저녁 선보이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는 붉은 불꽃과 노란 불꽃, 하얀색, 초록색, 파란색 레이저 불빛이 어우러져 마치 밤 무지개를 보는 듯하다. 12월31일 새해 맞이를 할 때는 더 화려하고 웅장한 불꽃놀이와 더 강렬한 레이저 불빛을 볼 수 있다.

감옥이 관광명소로…홍콩인도 찾는 일상공간

홍콩은 요즘 도시재생이 화두인 것 같다. 도시재생은 단순히 오래된 건축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전통을 보전하면서 새로운 건축을 절묘하게 배치해 도시의 볼거리를 더하는 것을 말한다. 2008년 홍콩 정부 주도로 계획한 ‘역사적 건물 재활성화 프로젝트(Revitalizing Historic Buildings)’는 헤리티지를 간직한 옛 건물들의 역사성을 아트&디자인을 콘셉트로 새롭게 재건하는,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도시재생 프로젝트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경마를 주관하는 홍콩 자키클럽(JC) 같은 기관이 후원한다. 10년째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홍콩 도시재생의 모범사례처럼 거론되는 곳이 피엠큐(PMQ: Police Married Quarters)다. 피엠큐는 홍콩 신진 예술가들의 집합소이자 소호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는 곳이다. 피엠큐는 원래 19세기 말 지어져 기혼 경찰의 기숙사로 사용된 낡은 건물이었다. 경찰 인력 충원 및 사기 진작을 위해 세워진 이 건물은 젊은 예술가들이 기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도록 임차료를 싸게 받고 있다. 피엠큐에는 미술품, 옷, 액세서리 등은 물론이고 전통 과자점, 현지 음식점 등 홍콩의 문화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갤러리와 디자인 숍 등이 들어서며 복합 예술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피엠큐 안에는 100개가 넘는 다양한 숍이 입주해 있다.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숍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티셔츠부터 액세서리, 욕실용품까지 볼거리가 너무 많아 발걸음을 옮기기 힘들 정도다.

탄약고가 박물관으로 변신한 아시아소사이어티

영국이 홍콩을 통치하던 시절 만들었던 탄약고는 비영리재단 아시아소사이어티가 2012년 박물관, 극장,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했다. 빅토리아 피크 녹지에 있는 이 건물은 빌딩숲 속 자연휴양림 같은 아늑함을 준다. 아시아소사이어티는 미술 전시뿐 아니라 건축물 이곳저곳에 전시한 조각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부처의 머리가 비스듬하게 놓여 있는 미술품은 주변의 마천루와 어울려 기묘한 느낌을 준다.

탄약고 4개 동 중 3개 동은 정부가 역사적 건물로 지정했다. 화강석으로 새롭게 지은 본관 건물은 미국 시카고의 ‘오바마대통령센터’ 도서관을 지은 세계적 건축가 부부인 빌리 첸과 토드 윌리엄스의 건축사무소가 설계를 맡았다. 건물 외벽에는 영국 출신 조각가 앤서니 곰리의 인간 형상을 한 조각 작품이 설치돼 있다.

지난 5월 문을 연 타이퀀(Tai Kwun)은 과거 영국이 경찰서, 감옥, 법원, 이민국 등을 한곳에 모아뒀던 공간이다. 광둥어로 ‘큰 집’이라는 뜻의 타이퀀은 100년의 역사를 지닌 유적지로 홍콩 구도심 할리우드 로드(Hollywood Road) 동쪽에 있다.

10년의 리모델링을 거쳐 만들어진 타이퀀은 21개 동으로 구성돼 있으며 현대식 빌딩과 옛 건축물이 혼재돼 신선한 충격을 준다.

타이퀀 바깥의 할리우드 로드에는 다양한 형태의 그래피티(graffiti: 벽에 그린 그림)를 볼 수 있다. 홍콩의 전설적 스타인 리샤오룽(李小龍)부터 추상적인 모습의 그래피티까지 다양하게 채색돼 있다. 할리우드 로드 서쪽에는 다닥다닥 붙어 있는 홍콩 건물들을 묘사한 ‘덩라우 벽화’가 있다. 이 밖에 홍콩 구도심 전체가 전시장이라고 해도 될 만큼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그래피티가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비둘기 요리에서 딤섬까지 다양한 요리 천국

홍콩 요리는 중국 4대 요리인 상하이(上海)·쓰촨(四川)·베이징(北京)·광둥(廣東)요리 중 광둥요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부분 중국음식이 기름지고 향이 강렬해 한국인이 즐겨 먹기 어려운 데 비해 광둥요리는 자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신선한 재료를 센 불에서 살짝 익히고 간을 조금만 해서 싱겁고 담백하다. 한국인들이 홍콩음식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것도 담백한 맛 때문이다. 뱀, 개구리, 살쾡이, 물방개 같은 조금은 엽기적인 재료로 만든 음식이 많은 것도 광둥요리의 특징이다.

타이퀀의 올드 베일리(Old Bailey) 레스토랑은 광둥식 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올드 베일리의 대표음식은 비둘기 요리다. 우리가 광장에서 볼 수 있는 그 비둘기가 아니라 깨끗한 환경에서 키운 식용 비둘기지만 조금은 꺼림칙한 기분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비둘기 요리는 통닭을 간장에 구운 것처럼 짙은 색이 난다.

이제는 한국인에게도 제법 많이 알려진 센트럴의 모트32(Mott 32)는 홍콩에 왔다면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대표음식점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홍콩에 들렀다가 모트32의 요리를 먹고 감탄했다고 한다. 이후 신세계 계열 레스케이프호텔의 중식당 팔레드 신을 선보일 때 모트32의 셰프에게 노하우를 전수받았다고 한다. 모트32의 요리들은 광둥식이지만 글로벌한 맛을 지니고 있다.

빅토리아 둘레길 산책도 일품

미쉐린가이드 원스타를 받은 스웨덴 레스토랑 플라잉엘크(The Flying ELK)는 스웨덴에서 미쉐린 3스타 식당을 운영 중인 비외른 프란트센이 자매 식당으로 오픈한 곳이다. 북유럽 음식을 홍콩식으로 재해석한 조금은 난해한 음식들이 나온다. 연어를 소금, 설탕과 딜로 절여 만든 그라블랙스를 비롯해 돼지고기를 양배추에 감싼 단맛 나는 음식까지 노르딕 음식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외식이 발달한 홍콩의 아침을 즐기고 싶다면 콘지집을 찾는 것이 좋다.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직장인들 대부분이 아침이면 콘지집을 찾는다. 홍콩의 유명 스타인 저우룬파도 콘지집에서 아침을 먹는다. 콘지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죽에서 죽 위에 돼지고기나 소고기 등을 넣은 것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30~66위안으로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홍콩섬에서 가장 높은 빅토리아 피크는 야경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매년 700여 만 명이 찾는 필수 코스지만 빅토리아 피크의 둘레길을 걷는 코스가 각광받고 있다.

현지에선 더 피크(山頂·산텡)로 더 잘 알려진 빅토리아 피크 주변을 둘러보면 홍콩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와 마천루가 조화를 이룬 홍콩의 전경 속에 무심히 갈매기가 날아 다닌다. 기분 좋은 바람이 얼굴을 매만지고 트램을 타고 내려가는 길목에 문득 묘한 예감이 들었다.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진 사람처럼 언젠가 홍콩을 다시 방문하게 되리라는 것을.

홍콩=글·사진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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