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인에 희망 아닌 좌절 안기는 일이 너무 많다

입력 2019-01-04 18:04  

빚내서 부지를 사고 생산설비까지 발주했으나 뒤늦게 공장설립 승인이 취소된 기업인의 딱한 사연이 한경에 자세히 소개됐다(1월4일자 A1, 3면). 중앙과 지방자치단체에 복잡하게 얽힌 환경행정과 해묵은 수도권 입지규제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일관성 없는 행정의 생생한 사례다.

중소기업 이앤엠은 2016년 7월부터 경기 이천시와 사전 협의를 거쳐 배전반 공장 증설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1년 만에 환경부가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 관련 고시’의 해석을 달리하면서 갑자기 ‘불가(不可)’로 돌아섰고, 이천시도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임직원 100여 명 기업의 눈물겨운 ‘공장확장 분투기(奮鬪記)’는 실패로 끝나가고 있다.

공장을 새로 지어 직원을 3배로 늘리려던 이앤엠의 꿈이 좌절된 것은 환경부의 법규 해석 때문이다. ‘수질보전 권역에서 공업지역으로의 변경을 제한한다’는 내용 중 ‘제한’을 ‘조건부 허가’로 해석해 오다가 ‘금지’로 뒤집은 것이다. 기존 공장들은 과거 정부 때의 잘못된 행정 때문에 가능했다는 논리다. 민원인 입장에서 보면 ‘오락가락 행정’이다.

행정에는 연속성이 중요하다. 일관성이나 불소급 원칙이 담보돼야 안정성을 갖게 된다. 5년 임기 정부가 설사 새 정책을 시도하더라도 이 원칙은 존중하는 게 맞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에서도 금융감독 당국의 제재 잣대에 일관성이 있는가 하는 게 큰 쟁점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대한민국의 법령체계와 유무형의 온갖 행정 인프라는 그대로 이어진다. 대한민국 법체제 내의 정권교체인 것이다.

차제에 정부 안팎의 환경교조주의도 떨쳐낼 필요가 있다. 환경부 소관의 규제일변도 법률부터 과도한 환경평가 업무까지 곳곳이 그렇다. 기업인에게 희망이 아니라 좌절을 안기는 일이 많은 것은 환경행정 탓만도 아니다. 인허가 업무에서도 권한행사하는 곳은 많고 책임은 서로 미루는 일이 흔해졌다. 경영권 방어, 평온한 노사관계 유지도 힘든 판에 사회단체 등쌀도 갈수록 거칠어진다. “한국에서 기업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한탄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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