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韓 외국인 늘지만…관광산업은 아직 '찬바람'

입력 2019-01-27 14:46  

여행의 향기

작년 외국인 관광객 1534만명
2017년보다 15% 이상 증가
日·대만·동남아 관광객 늘어

방문객 씀씀이는 크지 않아
관광시장 회복세 체감 어려워



[ 이선우 기자 ]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다는데 주변 어디에서도 상황이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데는 단 한 곳도 없어요.”

서울 명동에서 12년째 한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중반의 김진수 씨(가명)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전체 손님 중 절반이 외국인 관광객이었지만 지금은 1주일에 많아야 4~5명이 전부”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외국인 손님이 주로 찾던 불고기와 삼계탕은 아예 메뉴에서 뺀 상태”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관광객이 사상 처음 1000만 명을 넘어서며 방한 외래관광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달라진 게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동안 질적 성장을 강조해 온 정부가 여전히 관광객 수에만 무게를 둔 채 실적 올리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관광객 수 등 지표상으로 정부가 추진해 온 시장 다변화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선 그 효과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회복세 보이는 방한 외래 관광시장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534만6879명으로 2017년(1333만5758명)보다 15% 넘게 증가했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시장 다변화를 위해 마케팅을 집중한 일본과 대만, 동남아시아 지역의 방문객 증가가 두드러졌다.

일본인 관광객은 지난해 2017년 대비 약 28% 늘어난 294만8527명을 기록했다. 전체 방한 외래 관광객 중 차지하는 비중도 2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 대만은 지난해 20%가 넘는 증가세를 보이며 111만5333명이 방문, 사상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섰다. 2년째 한국 단체여행을 금지하고 있는 중국도 15% 가까이 증가한 가운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에서도 10~40% 늘었다.

김종숙 한국관광공사 국제관광전략팀 팀장은 “중국의 한한령 조치 이전 50%에 육박하던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를 줄이고 일본과 대만, 동남아 등 전체 아시아 지역으로 시장을 다양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씀씀이 적은 관광객에 요원한 질적 성장

하지만 여행사와 호텔, 식당 등 일선 현장에선 시장 다변화 성과가 실제 관광시장 회복으로 이어지기엔 아직 역부족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명동에서 화장품 등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송미경 씨(가명)는 “매장을 찾는 관광객이 전보다 늘기는 했지만 가격만 묻고 구경만 하다가 가는 아이쇼핑족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현장에서 관광객 증가 효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 것은 최근 1~2년 새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의 씀씀이가 크지 않아서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방한 외래 관광객 1인당 지출경비는 평균 1482달러. 중동과 중국, 러시아, 인도, 싱가포르 관광객이 평균 1700~2232달러를 쓰는 큰손인 데 비해 최근 한국 방문이 증가한 태국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관광객의 평균 지출경비는 1100달러에도 못 미친다. 일본인 관광객의 씀씀이는 평균 757달러로 전체 방한 외국인 관광객 중 가장 적다. 중국발 사드 사태가 벌어진 2년 전 정부가 시장 다변화와 함께 내세운 질적 성장이 아직 요원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남조 한국관광학회 회장(한양대 관광학부)은 “지금까지 추진해 온 시장 다변화 정책은 관광객 수 증가에만 초점이 맞춰진 측면이 있다”며 “관광객 증가에 따른 효과를 산업현장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관광객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새로운 관광 콘텐츠 개발과 더불어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을 하루라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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