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엔 장사 없다더니"…'분양전쟁' 났던 곳, 이제는 '입주전쟁'

입력 2019-02-06 08:01   수정 2019-02-06 13:26

2016년 공급 넘쳤던 수도권 신도시·택지지구 중심
한차례 입주전쟁 겪었던 인천 영종, 지역민·중개사 협력구도




2~3년 전 분양이 쏟아졌던 지역에서 이제는 입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작년말부터 입주하고 있는 아파트들은 2016년 공급된 단지들이 대부분이다. 수도권 택지지구나 신도시를 중심으로 아파트가 연속적으로 쏟아졌던 때였다.

나중에 공급되는 아파트들이 분양가를 올리면서 전에 공급된 아파트의 분양권 웃돈(프리미엄)을 끌어올리는 형태였다. 너도나도 분양권 하나씩은 받자는 시기다보니 '미분양 걱정' 보다는 '얼마나 더 팔까', '언제쯤 프리미엄이 붙을까' 등을 걱정하던 시기였다. 이른바 분양권이 장사가 되던 시절이었다. 공인중개사들이 분양권을 수십개씩 들고 있는 건 예삿일이었다. 투자좀 한다는 일반인들도 분양권 몇개는 있었다.

◆수도권 곳곳 지방까지…입주폭탄 대기중

이제는 이렇게 투기를 가장한 투기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역 내에서 분양권은 거래가 뜸해진데다, 전세가격은 폭락하고 있다. 입주물량이 가장 몰린 곳은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다. 동탄2신도시에서 상반기 중으로 입주를 마무리해야하는 아파트 단지는 10여개, 가구수만도 1만 가구가 넘는다. 분양 당시에도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남동탄 주변과 리베라CC주변이다.

집을 구하거나 임대로 들어가려는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많다. 소형으로 이뤄진 대단지에서 중대형 아파트, 주상복합 아파트 등이 있다. 학교가 가까운 학세권, 녹지가 풍부한 숲세권, 동탄호수공원과 붙어 있는 호세권 등 골라잡을 수 있는 옵션도 많다. 전셋값은 차이가 있지만, 1억원대면 취향대로 골라서 입주할 수 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여유가 있지만, 공인중개사들이나 집주인 입장에서는 속이 타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요 지역별 아파트의 입주예정 물량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대규모 입주가 이뤄질 전망이다. 1000가구 이상 입주하는 지역으로는 동탄2신도시를 비롯해 경기도 양주옥정(1493가구), 안성당왕(1657가구), 평택동삭(2324가구), 오산 세교(1136가구), 남양주 다산(2227가구), 의왕백운(2480가구) 등이 있다.

지방도 예외가 아니다. 충북혁신(1315가구), 부산명지(908가구), 김해율하2(2391가구), 포항초곡(2162가구), 울산중산(1344가구), 울산언양(1715가구), 경북예천(1499가구), 전주 덕진(2299가구) 등에서 입주폭탄이 대기중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입주 충격이 단기간에 그치기만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곳이 있다. 인천 영종이다. 인천 영종에서는 상반기에 입주하는 단지가 5개, 5095가구다. 다른 지역과는 차이가 있다면, 이미 2012~2013년에 입주전쟁을 치른바 있다는 점이다. 1차 대전을 치른바 있기에 이제는 입주에 선제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다.

◆입주 후유증 지독했던 인천 영종, 입주촉진에 총력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는 2012년 7800여채가 한꺼번에 입주하면서 입주전쟁이 벌어졌다. 분양가 밑으로 떨어진 아파트와 준공 후 미분양 등이 넘쳐났다. 시공사는 물론 입주민, 주변 공인중개사들까지 지독한 후유증을 앓았던 곳이다. 건설사들은 분양이 안돼 전세로라도 입주민을 받았고, 분양을 받고 이자를 내야하는 입주민들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고, 인사사고도 여럿 있었다. 그러다보니 4년여간 아파트 공급이 끊겼던 지역이다.

이러한 곳에 2016년께부터 공급됐던 아파트들이 이제 입주를 시작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그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건설사들도 이러한 우려를 받아들이고 일찌감치 입주촉진에 나서고 있다. 지역 내 공인중개사들도 협조적이다. 유령도시와도 같은 예전의 모습이 재연되길 원치 않기 때문이다.

입주를 진행중인 ‘e편한세상 영종하늘도시 2차’(1520가구)는 건설사인 대림산업이 전세보증보험료를 지원한다.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집값이 전셋값 보다 떨어지는 '깡통전세'가 우려되곤 한다. 때문에 세입자들이 전세보증보험을 들곤 하는데 이 또한 부담이다. 이 단지는 건설사가 나서서 이를 대신 납부해준다. 작년 7월 입주한 스카이시티자이는 입주촉진비용을 따로 책정해 사전마케팅을 활발히 진행했다. 잔금납부가 거의 완료됐고, 입주율은 80%를 넘겼다.

오는 3월에 입주하는 ‘영종 한신더휴 스카이파크’(562가구)는 추가 시공을 진행중이다. 신축 아파트의 라돈 공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라돈수치가 적은 자재로 교체를 실시하고 있다. 수분양자들의 동의만 받을 뿐 추가비용은 없다. 이 단지는 또 출퇴근과 통학을 도와줄 셔틀버스를 운행할 예정이다.

영종 내 공인중개사들도 입주율 높이기에 나섰다. 일부 미분양 아파트를 셰어하우스용으로 임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역의 특징상 공항의 상시 근로자들이 오피스텔이나 원룸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근로자에게 같은 값에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면서 아파트의 입주율을 높이기 위해 아이디어를 동원한 것이다.

A공인중개사는 "영종국제도시가 처음 입주할 당시만해도 '나만 팔면 됐지'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이제는 지역주민들과 지역의 장점을 알리면서 이웃을 늘리자는 마음이다"라며 "집주인이건 세입자건 입주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주거환경과 영종의 장점을 소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설 연휴 이후, 또다시 펼쳐지는 분양 전쟁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또한번 '분양전쟁'이 예고됐다. 작년에 눈치보기로 분양을 미뤘던 단지들이 공급될 예정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았다고는 하지만, 분양성수기인 봄은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분양전쟁과 입주전쟁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2~3월 분양되는 아파트는 60개 단지· 5만506가구에 달했다. 지난해 설 이후 2~3월 분양물량과 비교해서 79%(2만8181→5만506가구)나 늘어난 수치다. 분양시장이 호황을 보이기 시작한 2015년부터 이후 최대 물량이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7개 단지 1만9597가구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인천 9개 단지, 7013가구 △서울 9개 단지, 5073가구 △부산 6개 단지, 3367가구 △강원 3개 단지, 3305가구 △충남 2개 단지, 3178가구 등의 순이었다. 이번 분양은 인기 지역에만 몰린다는 특징이 있다. 이른바 되는 곳에만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9·13대책을 비롯한 정부의 연이은 강력한 부동산 규제와 3기 신도시 발표, 입주물량 증가 등의 영향을 받았다.

리얼투데이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하향 안정화되고 있는데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와 청약규제에도 불구하고, 청약 성적이 좋았던 지역들에서 공급이 많다"며 "불황에도 수요가 많아 환금성이 높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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