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빵은 오랑캐 빵일까, 호호 불어먹는 빵일까

입력 2019-03-03 18:52  

김재후 기자의 입맛 (5) 호빵 이야기


[ 김재후 기자 ] 음식명이나 물건명 앞에 ‘호’가 있으면 대개 그 유래가 한반도가 아닌 다른 곳이 많다. 오랑캐를 뜻하는 ‘호(胡)’가 붙은 경우다. 음식 중엔 호밀 호떡 호두 후추 등이 대표적이다. 오랑캐에서 온 밀과 떡이어서 호밀과 호떡이 됐고, 호두와 후추는 오랑캐에서 온 복숭아 씨앗(호도·胡桃), 후추는 오랑캐에서 온 산초나무(호초·胡椒)의 발음이 변해 각각 지금의 이름이 됐다. 호주머니, 호각(胡角) 등도 그 유래가 오랑캐라는 분석이다. 한복엔 주머니가 없었다. 오랑캐는 15세기 중국 동북지방에 살던 여진족을 업신여겨 일컫는 말이다. 멀게는 서남아시아, 가깝게는 일본에서 건너온 호박에도 이 ‘호’자를 붙였다.

그래서 ‘호빵’이 오랑캐가 먹던 빵을 재해석해 내놨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호빵은 오랑캐와 무관하다. 호빵을 처음 만든 건 1971년 지금의 SPC삼립인 삼립식품이다. “뜨거워서 호호 불어먹는 빵”이라는 뜻에서 호빵이라고 작명했다. 삼립식품 창업자인 고(故) 허창성 SPC그룹 명예회장은 1960년대 일본을 방문했다가 거리에서 파는 찐빵을 보고 착안했다고 한다.

삼립이 호빵을 개발한 것은 제빵업계의 비수기인 겨울을 견뎌내기 위해서였다. 겨울철엔 뜨거운 음식이 인기인데, 빵은 차가운 경우가 많다. 이 비수기를 이기기 위해 빨간 원통 찜기에 넣어 뜨겁게 만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게 SPC의 설명이다.

출시 후 48년간 호빵은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 이 기간 58억 개의 호빵이 팔렸다. 크리넥스 티슈나 지프, 제록스 등처럼 비슷한 제품군을 대표하는 말이 됐다.

올겨울은 춥지 않았다. 그래서 ‘찬바람이 불 때 귀마개를 하고 호호 불어먹어야’ 하는 호빵이 많이 팔리지 않은 모양이다. 지난해 10월 전년 대비 40%나 많이 팔리며 겨울을 시작했는데, 최종 결산을 해보니 960억원어치가 팔렸다. 목표치(10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1년 전(900억원)보다는 괜찮은 성적이다.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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