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억만장자들의 첫 직업

입력 2019-03-06 17:52  

고두현 논설위원


[ 고두현 기자 ] 세계 최고 부자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밀리어네어(millionaire·억만장자) 신화’는 책 판매에서 시작됐다. 그는 무명 벤처회사를 전전하다 1995년 자신의 집 창고에서 컴퓨터 3대로 인터넷서점을 창업했다. 물품 없이 온라인 카탈로그만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을 개척한 그는 지난해 세계 부호 1위가 됐다.

어제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부자 순위에서도 그는 자산 1310억달러(약 148조원)로 2년 연속 1위를 지켰다. 2위를 차지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3위인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각각 소프트웨어 세일즈와 식료품 판매로 부(富)의 씨앗을 키웠다.

자수성가한 억만장자 중에는 이처럼 영업맨으로 출발한 경우가 많다. 사회학자 라이너 지텔만은 45명의 억만장자를 인터뷰한 책 《웰스 엘리트(The Wealth Elite)》에서 “이들이 부자가 되기 전 가장 많이 거친 일이 영업직이었다”고 분석했다. 이들 중 70%가 “세일즈 재능이 성공의 가장 큰 요소였다”고 답했다. 비즈니스 인맥 사이트인 링크트인의 조사에서도 영업직은 성공한 기업인들의 ‘전(前) 직업 순위’ 최상위권에 들었다.

이들이 판매한 물건은 무엇이었을까. “사실상 모든 것”이다. 값싼 인조보석과 화장품, 중고차, 라디오 등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팔러 다녔다. “소음 차단재로 쓰면 좋다”며 낡은 달걀상자까지 판매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최강자인 넷플릭스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한때 청소기 방문판매원이었다.

영국의 세일즈 취업 사이트인 아론 월리스에 따르면 100대 억만장자 중 53명은 가업이 아닌 일반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고, 이 중 10명에 두 명은 세일즈맨으로 출발했다. 세일즈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의 성공 비결은 ‘거래의 기술’을 익히고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업 초기부터 작은 거래에 익숙해진 사람은 그 경험을 1000만, 억 단위의 거래 성사에 적용하기 때문이다.

부자학 연구가들은 “이젠 자신의 가치를 평생 세일즈해야 하는 시대”라며 “흔치 않은 상품을 판매하는 등의 경험을 축적하면서 ‘부의 추월차선’에 올라타는 연습을 하라”고 권한다.

억만장자들의 어릴 적 아르바이트 중 신문팔이가 첫째였다는 포브스의 조사 결과도 흥미롭다. 6세 때 껌과 콜라를 팔았던 워런 버핏을 비롯해 잭 웰치, 월트 디즈니 등이 모두 신문배달 소년이었다. 이들은 신문이라는 ‘현재 정보’를 팔면서 ‘미래 비즈니스’를 준비했다.

영국 작가 토머스 풀러가 “오늘 달걀 한 개를 갖는 것보다 내일 암탉을 한 마리 갖는 편이 낫다”고 말한 부의 근본 원리를 어릴 때부터 체득한 셈이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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