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카풀' 출발…오전·오후 두 시간씩만 허용

입력 2019-03-07 17:04   수정 2019-03-08 08:40

택시업계 완승으로 끝난 '졸속 합의'
또 발목잡힌 혁신성장

사회적 대타협기구 도입 합의
카카오서비스 조만간 재개될 듯



[ 김우섭/김소현/배태웅 기자 ]
카풀(출퇴근 승차공유) 도입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오전과 오후 2시간씩 출퇴근 시간에 한해 카풀 서비스를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데 합의했다. 택시단체 요구로 중단된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는 조만간 재개될 전망이다.

택시·카풀업계 상생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7일 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카풀 서비스는 오전 7~9시, 오후 6~8시 등 하루 4시간으로 제한된다. 주말과 공휴일엔 운행하지 않는다.

법인택시회사들은 기사 월급제를 도입한다는 내용도 합의안에 포함됐다. 이 밖에 △택시 승차 거부 근절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추진 등도 합의 사항에 포함됐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정보기술(IT)업계와 소비자단체에서는 카풀 서비스 시간 제한엔 택시업계 요구가 구체적으로 반영된 반면, 택시 서비스 발전 방안은 대부분 추후 협의 사항으로 남겨놔 택시업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졸속 합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택시 승차난 도움 안 돼…미봉책 불과”

택시 노사 4단체와 카풀 서비스업계 간 가장 큰 쟁점이던 카풀 서비스 운행 시간은 오전 7~9시, 오후 6~8시로 정해졌다. 주말과 공휴일은 운행할 수 없다는 단서 조항도 넣었다. 모두 택시 단체가 논의 시작 전부터 주장했던 내용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시간 제약 없이 하루 2회씩 허용해줘야 한다는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관철시키지 못했다.

카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은 이날 합의로 사업모델 자체를 바꿔야 할 상황에 몰렸다. 업계 1위 풀러스는 지난달까지 운전자 1인당 하루 2회까지만 연결하는 방식으로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했다. 운전자 모집을 마치고 조만간 정식 출시를 앞둔 어디고, 차차, 위풀 등 후발 업체들도 횟수 제한을 전제로 사업을 설계했다. 풀러스는 이달부터 수수료를 받지 않는 ‘풀러스 제로’를 도입하면서 2회 제한도 없앴다.

카풀 서비스 업체들은 택시 이용자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 실효성 있는 결론이 아니라고 성토했다. 서영우 풀러스 대표는 “가이드라인을 존중해 사업 방향을 결정하겠다”면서도 “평일 오전·오후에만 2시간씩 제한하는 건 근본 해결책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승차난이 가장 심각한 시간대는 밤 9시부터 새벽 2시다. 택시 기사들이 퇴근하면서 택시 공급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갈등을 봉합할 수는 있어도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별도의 택시 플랫폼을 만든다는 내용도 논란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결국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시늉만 하는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월급제 도입도 노사 합의에 맡겨질 가능성이 커 실제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월급제는 이미 어느 정도 도입돼 있다”며 “최종 결정은 노사 합의로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IT업계 “택시 요구만 들어줬다” 불만

IT업계와 정치권에선 내년 4월 총선을 불과 1년 앞두고 당정이 “택시 쪽 요구만 들어주고 끝날 것”이라는 냉소적 시각이 많았다. 실제 택시 단체는 협상 과정에서 카풀 서비스 중단과 개인택시 감차 등을 약속받았지만 자신들의 요구 사항에선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날 회의 시작 전에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타협이 되든 안 되든 (불법을 눈감아주는) 죄악을 저지르는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을 고발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당정의 협상 전략 실패라는 지적도 나왔다. 카풀 서비스 도입과 택시 기사 월급제 도입 등 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연계시킨 것에 대한 비판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 편인 줄 알았던 노조 단체들이 사업자 단체와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협상이 꼬였다”고 토로했다.

협상 과정에서 택시업계의 저항도 거셌다. 공식적으로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참여했지만 물밑에선 개별 의원들을 찾아가 카풀 도입 반대 서명서를 내밀었다. 일부 기사들은 지역구 의원 사무실을 무단 점거하기도 했다. 세 명의 택시 기사가 분신하는 일이 발생해 여론이 악화된 측면도 있다.

어정쩡한 봉합에 가까운 정책 탓에 국내 모빌리티산업을 키울 ‘골든타임’만 허비할 우려가 있다는 성토가 나오고 있다. 서 대표는 “카풀을 제재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며 “해외 거대 모빌리티 사업자가 국내에 또 진입한다면 그때는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우섭/김소현/배태웅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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