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보청기도 '에어팟'처럼 만들어야 팔린다

입력 2019-03-14 17:54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

조지프 F.코글린 지음 / 김진원 옮김
부키 / 488쪽│2만원



[ 최종석 기자 ] 일본 최대 노래방 체인인 시닥스는 낮 시간엔 노래방을 교실로 운영한다. 50~70대 여성이 춤에서부터 외국어, 꽃꽂이에 이르기까지 50가지 이상 다채로운 강좌를 선택해 배우는 교실이다. 일본 최대 안경 체인인 파리미키에서는 돋보기가 가장 많이 팔린다. 일본에서는 성인용 기저귀가 아기 기저귀보다 더 많이 판매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가 4명 가운데 1명이 넘는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로 인해 일본의 산업 구조는 근간에서부터 변했다. 미국과 한국 등에서도 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노년층으로 진입하고 있다. 2015년 세계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6억1700만 명에 이르렀다. 이 수치는 2030년 10억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들은 경제력을 갖춘 세대다. 이전보다 이들이 주체가 된 소비 규모는 훨씬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은 여전히 노인 시장의 가치를 폄하하거나 외면하고 있다.

50세 이상의 인구를 위한 기술과 디자인을 연구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에이지랩 창립자인 조지프 코글린은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에서 다가오는 고령사회에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지만 잘못 이해하고 있는 ‘장수산업’ 대책을 빨리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전에 시니어 상품이라고 불린 것들이 왜 실패했는지 살펴본다. 식품업체 하인즈는 이유식과 비슷한 노인식을 10년에 걸쳐 개발해 대대적 홍보에 나섰지만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크라이슬러는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배려해 편리한 차를 개발했지만 판매가 신통찮았다. 저자는 이들의 실패 원인이 노인을 ‘치아가 성치 못하고 움직임이 둔해 고질적인 문제를 지닌 존재’로 봤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노인은 단지 목숨을 부지하고 싶어 하는 존재가 아니다. 전혀 식욕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노인식이나 편리하긴 하지만 성능이 떨어지는 자동차는 노인들의 눈높이에 못 미친다는 얘기다.

미래에 성공을 거두려면 첨단기술에 충분히 익숙한 노인 소비층을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미국 내에서 보청기가 필요한 노인 가운데 단지 20%만 보청기를 쓰고 있다. 노인들이 보청기를 안 쓰는 이유는 투박한 디자인에 음질도 형편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보청기가 애플의 무선이어폰 에어팟처럼 스마트폰과 연결할 수 있고 세련된 디자인의 웨어러블 기기가 된다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앞으로 노인층에 진입할 세대는 이미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익숙한 이들이다. 저자는 과거처럼 버튼이 세 개만 달린 휴대폰을 ‘노인폰’이라고 생산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온전히 제 기능을 다 갖춰 젊은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야 곧 ‘진정한 노인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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